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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에서] 복진오 독립PD

지난해부터인가 KBS노동조합에서 보내온 보도 자료를 자주 받아보고 있다. 많은 사진자료와 함께 간단명료하게 잘 정리된 보도 자료를 볼 때마다 노조에서 자신들의 활동과 입장을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해 많이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KBS노조의 이 같은 노력에도 필자는 이 보도 자료를 신뢰 한 적이 별로 없다. 오히려 노래 안하며 노래하는 척 하는 가수들의 립싱크 쇼가 생각났다.

특히 이번 KBS사장에 김인규 씨가  선임된 것과 관련해 총파업을 한다는 보도 자료를 받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2008년 KBS 정연주 사장 해임을 시작으로 본격 진행된 정권의 방송언론 통제과정에서 YTN사태, MBC 〈PD수첩〉 사태, 한나라당에 의한  미디어법 날치기 처리, 등 수많은 사건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YTN은 해고자가 생겼고 MBC는 아직까지 재판을 받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최상재 위원장은 단식하다 연행되기 까지 했다. 또한 각종 언론악법 저지 관련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과 원로 언론인들 중에는 집시법 위반 협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 생겼다. 그러나 5000여 조합원이 있다는  KBS 노동조합은 공영방송노조로서의 사태해결에 적극 대응하지 않았다.

▲ KBS노동조합은 지난 24일 오전 김인규 사장에 대한 첫 번째 출근저지투쟁에 앞서 조합원 총회를 개최하고 결의를 다졌다. ⓒPD저널
이런 KBS 노조가 최근  파업을 선언하며 <낙하산 저지와 방송장악 분쇄- ‘총파업 투쟁’을 선언한다!>라는 제목으로 파업 성명서를 발표했지만 때늦은(?) 이 파업선언을 믿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게 내 생각이다. 하나 더, 국회에서 미디어법 처리표결 과정에서 위법성을 인정한 헌법 재판소 판결만 보더라도 한나라당의 미디어법 날치기 처리는  방송장악 시도가 분명 했던 사건이었다. 이 같은 격렬한 소용돌이 속에서 내내 애매한 태도로 비난을 받아온 노조가 이제 와서 낙하산 저지, 방송장악 분쇄 운운하며  총파업을 한다니 과연 그 진실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병순 사장 선임 후 불과 1년 수개월 만에 KBS방송은 5공화국 시절로 돌아갔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오죽하면 KBS 구성원들조차도 이러한 노조의 무능력함을 지적하며 뜻있는 사람들 중심으로 임의 기구인 KBS 사원행동이란 것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겠는가.

이런 KBS노조가 설령 파업에 들어간다고 한들 파업의 효과가 제대로 나타날 수 있을까. 지난해까지만 해도 KBS를 비롯해 방송가에서 파업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독립PD들 사이에서는 방송사가 파업하면 그 공백을 대체할 수 있는 외주제작사나 독립PD들에게는 오히려 득이 될 수 있다는 말들이 있었다. 그렇지만 필자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독립PD들은  “아무리 어려워도  언론의 독립과 자유를 위해 싸우는데 차마 동참하지 못할망정 그 공백에 들어가 치사하게 일하고 싶지 않다”는 분위기가 대세였다.

▲ 복진오 독립PD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달라졌다. 소위 말해 밥그릇 챙기기에 연연하는 사람들에게 방송언론자유를 위한 투쟁을 기대한 것이 한심스럽고 그들을 위해 모처럼 찾아온 호황의 기회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당연히 기회를 잡아 신나게 일하겠다며 오히려 KBS노조의 파업을 기다리는 측면도 없지 않아 있다. 

불과 1년 만에 독립PD들 사이에서 파업을 지지하는 목적이 완전 바뀐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사회곳곳에서 KBS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무시하고 파업을 시작하다면 파업은 그들만의 ‘쇼’가 되어 조기 종영될 수도 있을 것이다. 만일 정말로 파업을 할 마음이 있다면 파업 전에 지난 온 자신들의 모습을 뒤 돌아 보고 깊이 성찰하는 시간을 먼저 갖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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