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노조, 파업까지 투쟁동력 유지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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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규 사장, 부사장 임명 등 본격 행보 … ‘PD압박’ 논란

▲‘파업’없는 1주일 어떻게 버틸까=김인규 사장 취임 이후 KBS에서 가장 관심이 쏠리는 것은 노조의 반대 투쟁이 얼마나 지속될지 여부다. 사장 선임국면에서 이미 김 사장에 대한 총파업을 예고한 KBS노조는 찬반투표를 거쳐 다음달 3일 총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당장 관건은 내달 3일까지 얼마나 조합원들의 투쟁 동력을 유지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김 사장은 24일부터 임기를 시작했지만, 노조가 현재 파업 전까지 조합원들을 결집시킬 수 있는 카드는 출근저지투쟁이 전부다.

▲ KBS노동조합은 지난 24일 오전 김인규 사장에 대한 첫 번째 출근저지투쟁에 앞서 조합원 총회를 개최하고 결의를 다졌다. ⓒPD저널
첫 날(24일) 출근저지를 위한 조합원 총회에는 200여명이 모였다.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모이면서 투쟁 열기가 고조됐지만, 오후에 결국 김인규 사장의 건물 진입을 허용하면서 상당수 조합원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KBS의 한 조합원은 “첫 날 출근조차 막아내지 못한 상황에서 조합원들이 개인적인 피해를 감수하고 계속 출근저지에 동참할지는 의문”이라며 “김인규 씨가 이미 사장 행세를 하는 마당에 파업 없이 조합원들의 참여를 독려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파업 전까지는 뾰족한 대안이 없다. 최성원 노조 공정방송실장은 “오는 26일부터 총파업 투표에 돌입하는데, 이 자체가 조합원들의 투쟁 동력을 끌어 모으는 것”이라며 “(투표가 끝나는) 닷새간 분위기를 고조시켜 파업을 가결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 김인규 신임 사장이 지난 24일 취임식에서 개혁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KBS
▲김인규 사장 이후 일정은=24일 취임식을 치른 김인규 사장은 오는 27일 부사장 임명동의안을 이사회에 제출하면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설 예정이다. 다음주에는 부분적으로 본부장 인사를 낼 전망이다.

비서팀장에는 백운기 전 수신료프로젝트팀장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백 전 팀장은 지난해 김인규 사장이 당시 KBS 사장 응모를 포기할 때 사내게시판에 “KBS를 사랑하는 선배”라며 김 사장을 옹호하는 글을 올려 논란을 빚기도 했다.

김 사장이 취임식에서 밝힌 개혁과제도 어떻게 실천해나갈지 관심이다. 김 사장은 취임사에서 KBS를 ‘확실한 공영방송’으로 만들겠다며 △2010년까지 수신료 현실화 △무료 지상파 디지털TV 플랫폼 구축 △고품격 콘텐츠 개발 등을 제시했다.

▲‘PD압박’ 현실화?=김인규 사장은 지난해 12월 <서울대 동문회보>와의 인터뷰에서 “KBS PD 300명을 들어내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발언해 파문을 일으켰다. 김 사장은 같은 인터뷰에서 “PD 저널리즘이라는 단어는 지구상에 대한민국밖에 없다”며 PD들이 제작하는 시사프로그램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다.

KBS노조는 지난 24일 발행한 특보에서 김인규 회장의 이사회 면접 내용을 토대로 이 문제를 다시 제기했다. 노조에 따르면 김 사장은 한 이사가 “과거 ‘KBS PD 300명을 들어내도 문제가 없다’고 밝힌 소신에 변화는 없냐”는 한 이사의 질문에 “변화가 없다. 그대로 할 것”이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사회 사무국은 면접 일부 내용을 공개하며 “김인규 후보는 PD를 자른다고 얘기한 적이 없고, 기자·PD의 협력 시스템을 강조하면서 향후 채용과정에서 두 직종을 통합 선발한다는 계획을 밝힌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사회 사무국에 따르면 김 사장은 “기자·PD 직종 통합 계획이 KBS PD 300명을 들어내도 당장 문제가 없다고 한 서울대 동문회 인터뷰 때의 생각을 수정한 것이냐”는 한 이사의 질문에 “똑같은 이야기”라고 답했다. 이에 KBS 노조 관계자는 “결국 김인규 씨가 당시 발언을 부인하지 않은 것 아니냐”며 “사무국이 내용을 왜곡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야당 이사들도 이사회 사무국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다. 한 이사는 “서울대 동문회보 인터뷰 내용을 물었지만, 그 부분에 대한 답변은 하지 않았다”며 “당시 묵시적으로 인정한 것으로 판단했는데 사무국이 정반대로 해석한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면접에서 김인규 씨가 기자·PD직종의 협력을 강조한 발언은, 두 직종의 역할을 오히려 철저히 분리해야 한다고 이해했다”고 덧붙였다.

KBS의 한 PD는 “김인규 씨의 기본적인 생각은 결국 PD저널리즘을 고사시키겠다는 것”이라며 “PD들이 보도 영역을 침범해 시사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싫다는 얘기”라고 꼬집었다. 그는 “취임사를 보면 대형 프로젝트에 제작비를 아낌없이 지원하겠다고 했는데, 이 역시 ‘당근’을 줄테니 비판기능에서 빠지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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