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정권 찬양’ 김인규가 KBS 정치적 독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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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기자협회, 김 사장 1987년 리포트 공개 … “노골적인 독재정권 편향”

1987년 1월 14일 당시 서울대생이던 박종철 씨는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조사를 받던 중 고문·폭행으로 사망했고, 새해 초부터 수많은 양심인사들이 이적단체 혐의로 구속되는 등 시국 사건이 잇따랐다.

전두환 군부 독재정권은 정권 연장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지만, 당시 ‘땡전뉴스’라는 비판을 받던 방송 뉴스는 침묵했다. 이러한 가운데 당시 집권당이던 민주정의당(민정당)은 1월 15일 창립기념식을 열었고, KBS는 9시 뉴스에서 이 소식을 전하며 “민정당이 새시대 새정치의 기치를 내걸고 새역사 창조에 나섰다”며 찬양 일색의 리포트를 내보냈다.

▲ 1987년 1월 14일 김인규 당시 정치부 기자의 리포트 장면. ⓒKBS기자협회

당시 이 기사를 보도한 기자는 당시 정치부 소속이었던 김인규 KBS 사장이었다. KBS기자협회(회장 김진우)는 26일 “김인규 씨는 도둑 취임식에서 ‘KBS의 독립을 지키러 왔다’고 공언했지만, 과연 이 분이 KBS의 정치적 독립을 지킬 수 있을지 판단해 보라”며 과거 김 사장의 리포트를 공개했다. KBS기자협회는 “MB 특보를 한 것만으로도 분명한 결격이 되겠지만 한 번 검증을 해보자”고 덧붙였다.

김 사장은 <민정당 창립기념식> 리포트에서 전국민 의료보험 실시 등 그동안의 각종 치적을 치켜세운 뒤 “그동안 세차례 선거를 통해 집권당의 위치를 다져온 민정당은 이제 88년에 평화적 정부이양과 서울 올림픽이라는 국가적 대업을 차질 없이 수행하기 위해 합의 개헌을 통한 의원내각제 관철과 제13대 총선에서의 압승을 통한 정권재창출이라는 시대적 사명에 직면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KBS기협 “MB특보도 분명한 결격사유지만 한 번 검증해보자”

‘박종철 고문 치사사건’이 폭로되면서 전국적으로 민주화 열기가 뜨거워진 가운데 전두환 대통령은 87년 4월 13일 “개헌 논의를 유보하고 현행 헌법으로 정부 이양을 한다”는 특별선언을 발표한다.

이에 대해 당시 김인규 기자는 “오늘의 난국을 타개하고 내년의 양대 국가 대사를 차질없이 치르기 위해서 현실적으로 헌법문제와 관련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을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명백히 제시한 것”이라고 풀이하며 전 대통령의 ‘결단’을 추켜세웠다.

그는 또 “개헌 논의 자체를 일단 뒤로 미뤄 정치적 파국을 막는 동시에 헌법문제의 원만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국가 100년 대계를 위해 최선의 길이라는 통치적 차원의 결단이 내려진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KBS 보도국의 한 기자는 “막상 과거 자료를 찾아보니 (김인규 사장의 리포트는) 상상보다 더 노골적으로 정권 편향적”이라며 “독재정권에 부역했던 기자가 지금 다시 KBS 사장으로 온다는 게 어이없다”고 말했다. 그는 “KBS 출신 기자 선배들 가운데 이렇게 인물이 없다는 것이 부끄럽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1987년 당시 KBS뉴스 리포트 전문이다.

리포트 전문

1. 1987년 1월 15일 민정당 창당 기념식

리포트: 지난 6년 전 극심한 사회혼란과 정치적 위기라는 시대적 상황속에서 출번한 민주정의당은 무엇보다 구정치질서의 청산과 개혁을 위해 새시대 새정치의 기치를 내걸고 새역사 창조에 나섰습니다. 민정당은 창당 때부터 희생과 봉사의 정신으로 당원들이 당비에 의해 당을 운영해 나가는 자립정당상을 우리나라 정당사상 처음으로 확립하고 구시대적 정치 병폐의 재현을 막기 위한 청렴정치에 앞장서 왔습니다. 특히 국민속의 정당을 목표로 민생 문제와 관련한 참신한 정책 개발에 주력해 전국민 의료보험 실시와 국민연금제도 최저임금제 도입, 그리고 농어촌 종합대책 등 실제 국민 복지 정책을 꾸준히 추진해서 정책 정당으로서의 면모를 굳히고 있습니다. 특히 민정당은 선진조국 창조에는 다른 분야에 비해 뒤져 있는 정치 선진화가 필수적이라는 인식아래 헌법 개정문제가 제기되자 날로 변화하는 사회 추세에 부응해서 권력의 분산과 국민의 정치 참여라는 두가지 측면에 역점을 둔 의원내각제 개헌안을 마련함으로써 이를 관철시켜야 하는 개헌 정국을 맞았습니다. 그동안 세차례 선거를 통해 집권당의 위치를 다져온 민정당은 이제 88년에 평화적 정부이양과 서울 올림픽이라는 국가적 대업을 차질없이 수행하기 위해 합의 개헌을 통한 의원내각제 관철과 제13대 총선에서의 압승을 통한 정권재창출이라는 시대적 사명에 직면한 것입니다.

이춘구(민정당 사무총장) 우리 40년 헌정사를 돌이켜보면 고질적으로 소모적이고 낭비적인 신경전이 지속된 것 같습니다. 금년에는 어떠한 일이 있더라고 그와같은 낭비적인 신경전을 종지부를 찍어가지고 그러한 막중한 과제가 우리앞에 놓여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우리 민정당은 국민의 염원을 최후의 순간까지 노력을 해서 달성을 해서 국민 여망에 부응하는 국민의 정당으로서의 면모를 확고히 해 나갈 것입니다.

2. 87년 4월 13일 전두환 “호헌 선언”

(전두환 담화)

앵커: 계속해서 오늘 특별 담화 내용가운데 중요한 내용에 대해서 취재기자들이 좀더 자세히 풀이해 드립니다. 먼저 현행 헌법에 따른 정부 이양과 개헌논의 지양 내용을 김인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전두환 대통령이 오늘 특별 담화를 통해 임기중 개헌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현행 헌법에 따른 정부 이양과 국력 소모적인 개헌 논의의 지양을 선언한 것은 오늘의 난국을 타개하고 내년의 양대 국가 대사를 차질없이 차질없이 치르기 위해서 현실적으로 헌법문제와 관련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을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명백히 제시한 것입니다. 현시점에서 헌법 문제와 관련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합의 개헌을 추구하면서 무작정 기다리던가 아니면 다수의 힘을 배경으로 일부 정치세력과의 합의만으로 개헌을 강행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어느것도 현실 여건을 감안할 때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이상 일단 국력소모적인 개헌논의를 지양하고 현행헌법에 따라서 안정속에 국가 대사를 실천해 나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최근 야당의 내분과 갈등으로 대화와 타협에 의한 합의 개헌 기대가 절망적인 상황에서 이대로 무작정 기다린다는 것은 오히려 시간 낭비이며 책임 회피일 뿐 아니라 앞으로 열달 정도밖에 남지 않은 우리 헌정사의 최초이자 한국 민주주의의 새로운 장을 여는 평화적 정부 이양에까지 차질을 빚을 것이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개헌논의 출발의 당초 목적과는 달리 혼미한 현 정국의 원인이 되고 평화적 정부 이양에 장애가 되고 있는 국론 분열적이고 정쟁적인 개헌 논의 자체를 일단 뒤로 미뤄 정치적 파국을 막는 동시에 내년에 양대 국가 대사를 성공적으로 치른 뒤에 충분한 시간을 갖고 보다 나은 방향으로 헌법문제의 원만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국가 100년 대계를 위해 최선의 길이라는 통치적 차원의 결단이 내려진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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