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규, 6·10 민주항쟁 때도 독재 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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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기협 '기자 김인규를 아십니까' 2차 리포트 공개

군부독재 정권을 찬양하고 미화한 김인규 KBS 사장의 과거 리포트가 연일 논란이다. KBS기자협회(김진우)는 27일 전두환 정권이 정권 재창출을 위해 노태우 민정당 대표를 차기 대선후보로 지명한 시기 김 사장 리포트를 2차로 공개했다.

1987년 6월 3일 민정당은 노태우 대표위원을 차기 대선후보로 제청한다. 전두환 군부정권이 국민들의 직선제와 민주화를 희석시키기 위해 노태우 당시 민정당 대표를 후계자로 내세우며 ‘평화적 정권이양’이라고 기만한 것이다. 

▲ 1987년 6월 3일 뉴스화면 ⓒKBS기자협회

그러나 당시 김인규 기자는 이 사건을 “평화적 정부 이양의 첫 단계 작업으로, 우리 역사에 큰 전환점”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그는 또 “일부에서는 여야가 바뀌는 것만이 평화적 정권교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현직 대통령 임기 중에 집권여당이 차기 대선 후보를 결정한 것 자체가 헌정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설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기자는 “이는 결국 전두환 대통령의 변함없는 단임 의지와 평화적 정부 이양의 외골 신앙이 열매를 맺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며 전두환의 ‘결단’을 찬양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노태우 후보 지명, 전두환 정치철학 실현된 정치발전의 순간”

그로부터 1주일 후 민정당은 노태우 대통령 후보 지명대회를 연다. 그날은 1987년 6월 10일, ‘호헌 철폐, 독재 타도’를 외친 6월 민주항쟁이 본격적으로 촉발된 날이다.

이날 김인규 기자는 “(노태우 후보 지명은) 단임 의지를 거듭 천명해 온 전두환 대통령의 약속이 확인되는 정치적 절차”였다며 “민주정치 발전의 결정적 전기가 될 것이라는 전두환 대통령의 정치철학이 현실화되는 우리나라 정치 발전의 한 순간”이라고 미화했다.

김 기자는 “우리 정치사에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평화적 정부 교체의 실현은 단순한 구호나 선동으로 이룩될 수 있는 쉬운 일이 결코 아니다”라며 “아직도 야당 측에서는 이러한 정치일정의 취소를 요구하며 강경투쟁을 계속하고 있다”고 민주화 요구를 폄하했다.

▲ 1987년 6월 10일 뉴스화면. ⓒKBS기자협회
리포트를 공개한 KBS기자협회는 “김인규 씨는 스스로를 ‘공영방송론자’라고 지칭하지만, 과거 기사를 보면 당시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지나치게 노골적으로 전두환을 미화하고 찬양했다”며 “그 때부터 권력과의 관계설정이 근본적으로 잘못돼 있었다”고 비판했다.

협회는 또 “나라 전체에 호헌 철폐와 독재 타도의 물결이 휘몰아칠 때 KBS, 그리고 김인규는 정권 재창출에 여념이 없었다”며 “누군가는 한 두 개의 과거 리포트만 가지고 ‘훌륭하신 분’을 폄훼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겠지만, 김인규의 왜곡된 ‘관계설정’은 그 이후에도 계속된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KBS기자협회가 공개한 당시 리포트 전문이다.

 

리포트 전문
1. 1987년 6월 3일 노태우, 대통령 후보 제청

-앵커: 현직 대통령 임기중에 차기 대통령 후보가 같은 당에서 선출되는 경우가 우리나라 헌정사상 처음있는 일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새로운 선례를 많이 남기게 됐습니다. 김인규 기자의 보도를 들어봅니다.

-리포트(김인규): 오늘 민정당 대표위원이 중앙집행위원회의 제청으로 차기 대통령 후보 신청 등록까지 마친 것은 내년 초 평화적 정부 이양을 위한 일련의 정치일정 가운데 첫 단계 작업이 이행됐다는 점에서 분명히 우리 역사에 큰 전환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 헌정 40년에서 가장 부끄러웠고 우리 헌정사의 비원이라고까지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아직까지 한 번도 이뤄보지 못한 평화적 정부 이양임에 틀림없습니다. 제1 공화국의 이승만 대통령이나 제3 공화국의 박정희 대통령도 끝내는 1인 장기집권을 꾀하다가 물리적인 힘에 의해 헌정 중단 사태를 되풀이하고 말았던 것입니다. 그만큼 집권자가 스스로 권력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준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며 이같은 평화적 정부 이양을 경험하지 않는 한 우리 정치의 진정한 민주화와 선진화는 이뤄질 수 없다고 단언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일부에서는 여야가 바뀌는 것 만이 평화적 정권교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국민이 선택하는 즉 선거의 결과에 따라야 하는 것이며 이보다도 우선 정부 이양이 없는 우리 정치사에 있어서는 현직 대통령 임기중에 집권여당이 차기 대통령 후보를 결정 제청한 그 자체가 우리 헌정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설정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이는 결국 제5공화국 출범과 함께 전두환 대통령의 변함없는 단임의지와 평화적 정부 이양의 외골 신앙이 열매를 맺는 과정으로 볼 수 있습니다. 특히나 정부나 여당이 모두 말 한마디 절차 하나하나에 신중을 기하면서 조심스럽게 정부 이양을 위한 과정을 진행시키고 있는 진지한 분위기 그 자체가 바로 진정한 민주정치를 해 보겠다는 소중한 정성으로 보여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여권 내에서 후계 후보를 선출한 경험이 전혀 없기 때문에 어제 저녁 청와대 상춘재에서 있은 후보 결정을 위한 합의 도출 과정이나 오늘 있을 중앙 집행위원회의 제청 등은 모두가 민주정치의 새 장을 열어나가는 좋은 선례가 될 것입니다. <리포트 끝>

2. 1987년 6월 10일 노태우 대통령 후보 지명 대회

-앵커: 민정당의 오늘 전당대회를 하나의 당 차원의 행사로 보는 시각도 없지 않지만 민정당은 오늘 행사는 현직 대통령 임기 중에 차기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는 헌정사의 새 기록을 남기는 역사적인 행사의 의미를 갖는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오늘 대통령 후보 지명대회가 갖는 헌정사적인 의미를 김인규 기자가 보도해 드립니다.

-리포트(김인규): 오늘의 민정당 정당대회는 현직 대통령 임기 중에 집권당이 차기 대통령 후보를 선출해 낸 우리 헌정사상 처음있는 정치 행사였습니다. 이 행사는 단임 의지를 거듭 천명해 온 전두환 대통령의 약속이 확인되는 정치적 절차였습니다.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반드시 평화적 정부 이양의 전통을 세우는 것이 우리나라 민주정치 발전의 결정적 전기가 될 것이라는 전두환 대통령의 정치철학이 현실화되는 우리나라 정치 발전의 한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민정당 정당대회는 단순한 정당행사가 아니라 우리 헌정사 40년에 새 장을 여는 획기적인 첫 걸음이라고 민정당은 자부하고 있는 것입니다.

-인터뷰/문홍주(정신문화연구원장)우리 헌정사를 돌아보면 한번도 정권이양이거나 정부이양이거나 하는 것이 없었습니다. 늘 장기집권 하겠다는 그런 욕망 때문에 헌법이 어지러워졌고 우리 헌정사가 어지러워졌습니다. 그런데 이번에야 말로 우리 40년 헌정사에서 처음으로 평화적으로 정권을 정부를 이양하는 이런 사실을 우리가 눈 앞에 보고 이 거야 말로 우리 독립 이후 우리 헌정사상의 참 커다란 하나의 경사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만큼 우리 정치사에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평화적 정부 교체의 실현은 단순한 구호나 선동으로 이룩될 수 있는 쉬운일이 결코 아닌 것입니다. 이처럼 순탄치많은 않은 길을 민정당은 오늘 대회를 통해 확실하게 추진시킨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야당 측에서는 이러한 정치일정의 취소를 요구하며 강경투쟁을 계속하고 있어 내년초의 목표 시점까지는 넘어야할 난관이 많은 것 또한 사실입니다. 이 때문에 오늘 노태우 민정당 대통령 후보가 수락 연설을 통해 대화의 필요성과 조화의 정치를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집권당의 대통령 후보로 확정된 노태우 대표위원이 평화적 정부 이양의 전통을 수립하기 위한 정국 안정과 정치 활성화라는 시대적 정치 과제를 원만히 풀어나갈 때 오늘 대회의 정치사적 의의와 역사적 의미는 진정한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입니다.

앵커: 노태우 후보는 오늘 수락 연설에서 조화라는 말을 강조했습니다. 과하지 않고 덜하지 않고 치우치지 않는 말 뜻을 갖고 있는 조화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또 오늘의 정치상황에 가장 필요한 요소일 수도 있습니다. 조화있는 정치 그것이 바로 앞으로 노태우 후보의 정치역량일 수도 있고 또 시대의 과제일 수도 있습니다. <리포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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