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회사 다니기 싫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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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회사 다니기 싫으시겠어요?
[시론] 윤성도 KBS PD
  • 윤성도 KBS PD
  • 승인 2009.12.0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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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회사 다니기 싫으시겠어요?” 취재를 나가면 출연자나 외부 스태프들이 종종 하는 말이다. 요즘 취재현장에서 기자나 PD들을 만나면 그런 이야기들을 한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밖에 나가면 눈 따가운 시선을 받을 때가 많고 급기야는 지난 5월 봉하마을에서 테이프를 뺏기고 회사 로고를 가리는 수난까지 당했는데 여기에 한술 더 떠 대통령 특보 출신이 사장으로 왔으니 앞으로 어떤 비난과 조소를 감내할지 모르겠다고.

밖에서는 다들 궁금해 한다. 대통령 특보 출신이 사장이 되는 사상초유의 일(1990년에 청와대 대변인 출신 서기원 씨가 사장이 돼 역사적인 방송민주화 투쟁을 불러일으켰고 2003년 특보 출신 서동구씨는 스스로 물러났지만)이 벌어졌는데 KBS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하고 있냐고.

▲ 김인규 KBS 신임 사장(가운데)이 지난달 24일 노조가 출근을 가로막자, 간부·청원경찰들의 호위를 받으며 본관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PD저널
설마 청와대가 특보출신을 사장으로 앉히겠냐는 예측을 깨고 김인규 씨가 사장이 됐을 때만 해도 즉각적인 분노가 터져 나오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일단은 지긋지긋한 짐을 벗어버렸다는 해방감이 워낙 컸기 때문이다. 지난 1년 3개월간의 이병순 사장 재임기간은 후퇴의 연속이었다. 김영삼 정부 때의 홍두표 사장은 공영성보다는 상업주의에 치중한다는 비판도 받았지만 프로그램과 보도의 경쟁력을 단숨에 끌어올려 KBS는 고리타분한 관영방송의 이미지를 벗어날 수 있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의 박권상 사장과 정연주 사장 시절에는 경쟁력에다 영향력과 신뢰도라는 날개를 달게 됐다.

이병순 사장 시절은 KBS가 이뤄놓은 이런 성과들을 역순으로 까먹는 과정이었다. 편성의 기능은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 프로그램을 없애고 비판기능을 약화시키는데 집중되었고, 10여 년간 굳건히 지켜온 영향력 1위, 신뢰도 1위의 아성이 무너져 버렸다. 또한 극도로 경직된 조직문화 속에서 열심히 일을 하면 혼이 나는 분위기가 조성되다 보니 직종을 불문하고 사내에는 불만이 쌓여져 갔고, 이러다가는 제작기반 자체가 무너져버릴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했다. 더군다나 이병순 사장은 지난해 정부가 정연주 사장을 불법으로 내쫒은 자리를 차지한 사람이라는 원죄가 있었다.

그럼에도 그가 사장이 되는 과정에 있어 이병순 사장 개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나중의 성과가 어찌됐든 그는 정권이 아니라 KBS를 위해 일해 온 사람이고, 사장이 될 자격이 없었다고는 볼 수 없다.

하지만 김인규 씨의 경우는 다르다. 정권에 직접 몸담았던 사람은 KBS 사장이 될 수 없다는, 20여 년 동안 지켜져 온 사회적 합의를 스스로 깨버렸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다음번을 노리는 게 아니라는 자신의 말까지 뒤집어 가며. 앞으로 KBS가 아무리 옳은 소리를 한다 한들 이를 곱게 들을 사람들이 누가 있을까. 정치권에 기웃대지 말고 오로지 국민과 시청자를 위해 묵묵히 일하는 것이 공영방송인의 올바른 자세라고 후배들에게 말할 수 있을까.

적어도 이 점에서는 KBS의 구성원들 사이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고, 최근 독재정권을 찬양했던 김인규 씨의 과거 행적이 공개되면서 지난 월요일 파업찬반 투표 첫날에만 투표율이 50%가 넘을 정도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노동조합에 대한 일각의 불신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지만 특보 출신 사장을 용인한다면 공영방송의 간판을 내려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크고, 집행부가 배수진을 치고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모처럼 ‘노(勞)-노(勞)’가 단결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 윤성도 KBS PD
정권의 창업공신이 ‘국민의 방송’의 사장이 된다는 것. 아직까지도 그 해악이 얼마나 심각한지 피부에 와닿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만큼 우리가 20여 년 동안 상식에 너무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상식이 소중하다는 명제를 증명하기 위해 우리는 너무 많은 대가를 치르고 있다.

※ 20년 이상 대선배에게 자꾸 ‘씨’호칭을 붙이니 우리 정서상 무례하게 들릴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먼저 사과를 드린다. 하지만 ‘정권의 사람’인 그에게 ‘사장’이란 호칭을 붙이고 싶은 마음이 솔직히 없다. 아무리 그래도 아닌 건 아니고 싫은 건 싫은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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