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smark0|영화 ‘클럽 버터플라이’ 봤다고 얘기하면 듣는 사람들의 첫 번째 반응은 대부분 이렇게 되묻는 것이었다. “누구랑?”혼자서 봤다고 사실대로 대답해주면 당장에 나를 변태라고 몰아세운다. |contsmark1| |contsmark2| |contsmark3|조금은 억울함에도 불구하고 그런 반응이 충분히 이해가 가는 것은 이 영화가 ‘스와핑’을 소재로 한 영화라는 점에서다. ‘스와핑’이라 하면 영화 속에 등장하는 표현대로 ‘부부 맞교환 섹스’를 의미하는 것인 만큼 그런 영화를 그것도 혼자서 본 나를 변태로 몰아세우는 사람들을 난 이해한다. |contsmark4| |contsmark5| |contsmark6|하지만 그 다음의 반응은 보통 다음 질문으로 귀결된다. “야해?”그럼 그렇지. 언제 변태라고 몰아세웠냐는 듯 바로 그 점이 궁금해지겠지. 어쩜 처음부터 그게 더 궁금했는지도 모르지. |contsmark7| |contsmark8| |contsmark9|갑작스럽게 ‘변태’인 나와 그런 날 몰아세우던 ‘反변태’사이에 왠지 오래 전부터 있어온 듯한, 아주 친숙하게 느껴지는 공통분모가 형성된다. 난 조금 목소리를 낮추기 시작한다. “있잖아. 욕실에서 ○○하는 장면이 있는데….” 하아, 이 인간 눈이 동그래지는 것 좀 봐라. 이래도 나만 변태냐? |contsmark10| |contsmark11| |contsmark12|영화 ‘클럽 버터플라이’속에 나오는 ‘스와핑’의 위치가 아마도 이러했던 것 같다. 상식 밖의 일이고 분명 변태(變態)가 맞지만, 변태이긴 한데, 뭐 비록 변태지만, 아무리 변태라 해도, 뭐 불법도 아니고, 한번 해보는 건 어때? |contsmark13| |contsmark14| |contsmark15|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기대만큼(?) 야하지 않았다. 영화가 좀 야해질만 하면 아주 지독한 권태기에 빠진, 그래서 야할래야 야할 수 없는 한 쌍의 부부가 계속 분위기를 망가뜨리기 때문이다. |contsmark16| |contsmark17| |contsmark18|이런 이유로 행여 그 동안 세간에서 화려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유명 연예인 주연의 ‘동영상형’ 영상물이나 빼어난 패러디 감각이 돋보이는 제목들이 붙은 ‘홈비디오형’ 영상물을 충분히 접해본 사람에게는 이 영화는 시시하기 짝이 없게 느껴질 것이 분명하다. |contsmark19| |contsmark20| |contsmark21|그렇다고 개봉관용 영화가 가진 소위 ‘아름다운 에로티시즘’을 기대하는 사람들을 만족시킬 만큼 맵시 있는 베드씬도 없다. |contsmark22| |contsmark23| |contsmark24|우여곡절 끝에 그 지독한 권태기의 부부가 결국에 스와핑을 시도한다. |contsmark25|‘해보니까 어때?’ 이 중요한 질문에 대한 대답을 영화는 아무 말없이 안개 자욱한 길 저편으로 주인공들의 자동차가 달려가는 애매한 라스트 씬으로 대신한다. 미궁이다. 그 미궁과도 같은 영화의 결말 뒤에 이런저런 사족을 덧붙이는 취미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볼만한 영화가 될 수도 있다. |contsmark26| |contsmark27| |contsmark28|그리고 그런 사람들을 위한 보너스로 이미 스와핑에 취미를 가지고 있는 한 부부가 영화 속 ‘에로티시즘의 정수’를 던지기 위해 고군분투를 한다. |contsmark29||contsmark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