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혁 CBS PD협회장의 방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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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혁 CBS PD협회장의 방북기
평양 2001년 겨울풍경(3)
  • 승인 2001.03.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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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방북 기간 내내 북측의 안내원들이 우리와 함께 다녔는데 대략 우리 쪽 서너 명에 안내원 한 명 꼴로 섞여 다녔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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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처음엔 서로 어색한 가운데 탐색전을 거쳤고, 하루 이틀 지나 흉허물이 없어지자 일과가 끝난 후에 만나서 술잔을 기울일 정도까지 되었다. 책임안내원 정도 되면 안경이나 코트를 비롯해 옷차림에서부터 세련된 모습을 보였는데 이들은 상당한 엘리트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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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6|한 여성 안내원은 김일성 종합대학에서 건축설계를 전공하고 지금도 건축 일을 하고 있는데, 우리 나이로 서른 여섯 살이고 자녀는 딸만 둘이라고 했다. 의외였던 것은 그곳에도 맞벌이 부부의 고충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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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9|물론 탁아소에 맡길 수 있게끔은 되어있지만 부모와 떨어져 지내야 하는 아이들이 안타까워서 시어머니에게 한 명, 친정어머니에게 한 명, 나누어 맡기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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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2|그리고 또 다른 미모의 처녀 안내원은 윤이상 음악단의 기타리스트라고 했는데 청초한 모습으로 안내원들 가운데 가장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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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5|물론 안내원들과 함께 다니는 데에는 제약이 많았다. 원천적으로 저들이 보여주는 모습만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인데, 하지만 생각보다는 우리에 대한 통제가 심하지 않다는 느낌도 동시에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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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8|사진도 일단 안내된 곳에 가면 비교적 자유롭게 촬영할 수 있었으며 사후 검열도 대충 넘어갈 수 있었고 돌아다니면서 메모도 자유롭게 할 수 있었다. 안내원들과 얘기할 때에도 서로의 속마음까지 털어놓을 수는 없어도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데에는 별 막힘 없이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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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1|평양의 거리에는 웬만한 건물들마다 구호들이 붙어 있다. 대부분의 건물들이 침침한 회색빛이고 사람들 옷차림도 화려하지 않고 네온싸인 같은 것도 없는 곳에서 붉은 색의 구호들은 쉽게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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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4|인상적인 구호 가운데 몇 가지는 ‘당이 결심하면 우리는 한다’같은 익히 알만한 구호에서부터 ‘우리는 행복해요’라는 광고 카피 같은 구호가 있는가 하면, 21세기에 들어와서 올해 새롭게 등장한 구호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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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7|‘고난의 행군에서 승리한 기세로 새 세기의 진격로를 열어나가자’ 고난의 행군이란 김일성 주석이 해방 직전에 항일무장유격대를 이끌고 한반도로 진격한 것이 그 첫째요, 동구 사회주의의 몰락으로 고립된 북한 사회주의가 어려움을 겪었던 90년대 후반이 그 두 번째라고 한다. 이 구호에서도 보이듯이 이곳에서도 뉴 밀레니엄에 대한 장미빛 기대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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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0|물론 이들이 말하는 새세기의 진격로가 어떤 방향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북한 사람들은 새로운 세기에 어떤 기대와 희망을 걸고 있을지 자못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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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3|그래서 그에 대해 안내원과 얘기를 나눠봤지만 대답을 피하고 대신 질문이 돌아왔다. “남쪽에서는 경애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님의 서울 방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들을 하고 있습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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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6|북측 안내원들과 헤어지면서 마지막 인사는 서울에서 다시 만나자는 기약이었다. 새로운 세기는 그들에게도 희망의 세기가 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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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9|그들의 희망과 우리의 희망은 어디쯤에서 일치점을 찾게 될 것인지, 우리 민족 전체가 공존 공영할 수 있는 길은 어떤 것일지, 과연 우리는 그에 대한 고민과 실천을 진지하게 하고 있는 것인지…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생각이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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