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잃은 ‘식물 집행부’ 사퇴만이 해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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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잃은 ‘식물 집행부’ 사퇴만이 해결책”
KBS노조 기자·PD 중앙위원 성명 … "현 상태 사측에 유리한 상황"
  • 김도영 기자
  • 승인 2009.12.04 13: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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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노동조합 기자·PD 중앙위원 4명은 4일 성명을 내 “총파업 부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집행부와 비상대책위원회 전원이 총사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KBS노조가 이달 말 대의원대회를 통해 재신임을 받겠다고 천명한 가운데, 기자·PD 중앙위원들은 “파업 부결에 대한 책임을 져야할 비대위가 무슨 낯으로 재신임을 결의하냐”며 “그럴 권한도 근거도 규정도 없다”고 지적했다.

민일홍(5구역)·윤성도(6구역)·이진서(7구역)·성재호(12구역) 중앙위원은 “조합원들은 집행부가 정말 노조와 KBS를 위해 그러는지, 아니면 자신들의 연명을 위해 얕은 수를 쓰고 있는 지 알고 있다”며 “파업이라는 무기를 잃어버린 이른바 ‘식물 집행부’를 계속 끌고 나가는 것은 사측이 원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들은 “더 이상의 미련을 보이지 말고 비대위 총사퇴로 새롭게 거듭날 KBS 노조의 밑거름이 되어주는 것만이 현 집행부의 명예를 지키는 것”이라며 강동구 위원장의 결단을 촉구했다.

다음은 성명 전문이다.

노조 비대위 총사퇴를 요구합니다!
이틀 전 우리 모두는 정말 참담한 결과를 맞았습니다. 조합원들로부터 조합 집행부와 비대위의 투쟁이 외면을 받았습니다. 여기서 투표 결과를 놓고 이런저런 식으로 해석하는 것은 모두 아전인수일 뿐입니다. 오직 조합원들의 생각을 읽지 못하고 조합원들을 조직화내지 못한 채 투쟁을 벌여온 조합 집행부와 비대위의 책임만이 있을 뿐입니다.

노동조합이 자신의 가장 큰 무기인 파업을 잃어버리고 할 수 있는 일은 사실상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조합원을 끌고나갈 힘도, 사측을 압박해 과실을 얻어낼 힘도 없는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저희 기자, 피디 중앙위원들은 노조 집행부를 포함한 비대위 총사퇴로 분위기를 일신하고 이후 전 조합원들을 아우르는 투쟁의 새 중심체를 구성해 사측과 새롭게 맞서 싸워나가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사실 이러한 수순은 우리를 포함한 모든 노동조합의 불문율과도 같은 것입니다.

하지만 비대위원장은 이를 거부했습니다. 대신 “한 달 동안 사측과 열심히 협상해 볼테니 그 결과를 기다려달라. 그 이후 대의원대회를 통해 재신임을 받으면 되지 않느냐.”고 했습니다. 또 이러한 방식이 과거 KBS 노조의 선례였다고 말합니다. 더구나 이것이 마치 비대위의 결의를 통해 이뤄진 것으로 호도하고 있습니다. 파업 부결에 대한 책임을 져야할 비대위가 무슨 낯으로 재신임을 결의합니까? 그럴 권한도 근거도 규정도 없습니다.

집행부가 밝힌 과거 불신임된 KBS 3대 노조 당시에도 대의원대회라는 간접적인 방식의 재신임을 선택했다가 편법이라는 비난이 거세게 일었습니다. 게다가 지금처럼 다른 협상 결과물을 따 올 테니 재신임 여부에 반영해달라고 구차하게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우리 조합원들은 압니다. 집행부가, 비대위가 정말 KBS노동조합과 KBS를 위해 그러는지 아니면 자신들의 연명을 위해 얕은 수를 쓰고 있는 지. 또한 사측이 원하는 상황도 바로 이런 것입니다. 파업이라는 무기를 잃어버린 이른바 식물 집행부를 계속 끌고 나가는 것이 사측에게 가장 유리하다는 것을. 이 때문에 재신임 여부 전까지 사측은 약간의 ‘떡고물’을 던져줄지도 모르죠. 정녕 우리 조합원들이 원하는 것이 이런 떡고물이나 받아먹고 사는 것입니까? 12대 집행부가 사즉생해야 합니다. 그래야 노조가 살고, 사측과 맞설 새로운 투쟁을 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 김인규 퇴진에 대해 모든 것을 걸겠다고 다짐했던 집행부 아닙니까?

더 이상의 미련을 보이지 말고, 비대위 총사퇴로 새롭게 거듭날 KBS 노조의 밑거름이 되어주는 것만이 현 집행부의 명예를 지키는 것입니다. 노조위원장의 결단을 부탁드립니다. 비대위 총사퇴! 그것만이 20년 KBS 노조의 사즉생이 될 것입니다.

2009년 12월 4일
KBS 노동조합 5,6,7,12구역 중앙위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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