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을 하고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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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을 하고 보니
[경계에서] 박봉남 독립PD
  • 박봉남 독립PD
  • 승인 2009.12.07 14:1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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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쁘고 감격스러웠다. 다큐멘터리의 칸영화제로 불리는 ‘암스테르담 영화제’에서 중편부문 최종 수상작으로 <아이언 크로우즈(Iron Crows)>가 발표되는 순간 그랬다. 그리고 이렇게 다짐했던 거 같다. ‘이제 한 발 내디뎠으니 앞으로 더욱 나가리라.’

이참에 고마운 사람들 이름을 열거해야겠다. 왜냐하면 이 상은 나 혼자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강경란, 강옥귀, 안중섭, 문예원, 김옥영, 송수정, 서연택, 정용진, 조동성, 김민철, 박지원, 이용규, Saiful Hug Omi, Syed Munna. 그리고 또 함께 격려하고 기뻐해준 수많은 나의 동료들, 독립PD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그리고 이제 말해야겠다. KBS와의 관계에 대해서 말이다.

▲ 암스테르담 다큐멘터리 영화제 카탈로그에 실린 <아이언 크로우즈> 소개글
<아이언 크로우즈>는 KBS 인사이트 아시아 <인간의 땅> 5부작 가운데 제2편 ‘철까마귀의 날들’을 영화제용으로 재편집한 것이다. <인간의 땅> 1편과 2편이 6월과 7월에 방송되었을 때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그렇지만 그 뜨거움은 곧 질책과 무관심 속에 잊혀져가야 했다. 다음 편이 언제 방송되느냐는 시청자들의 질문에 KBS는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고 우리 제작진도 아무런 답을 할 수 없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동료인 이성규PD의 표현을 빌자면 그렇게 ‘저주받은 걸작’은 시청자들의 시선에서 멀어져가야 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당시 분노는 거의 하지 않았다. 다만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오래 일하고 때론 자부심을 느끼며 함께 일했던 한국의 공영방송 KBS가 단지 수장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그렇게 휘둘리는 것을 보며 깊은 실망을 했을 뿐이다. 그리고 마음먹었다. ‘앞으론 이런 환경에서 절대 KBS와 일하지 않으리라.’

그런데 그렇게 마음먹었던 내가 수상 후에 제일 먼저 감사의 전화를 드렸던 분들이 계시니 KBS의 이규환 전 국장, 김무관 전 CP였다. 단지 두 분이 당시에 ‘인간의 땅’ 프로젝트를 총괄하고 지원해서가 아니다. 기존 방송국의 관행을 깨고 ‘촬영 원본에 대한 권리는 제작사에 있다’라는 구절을 계약서에 과감히 넣어준 그 혜안과 배려에 대한 감사의 인사였다. 이 구절이 없었다면 우리가 어떻게 영화판을 만들고 해외 마케팅을 진행할 수 있었으며 무슨 영화제 대상 수상이 가능했겠는가. 꿈도 꾸지 못했을 일이다. 또한 당시 조대현 본부장, 이영돈 국장, 조인석 팀장, 임세형 CP에게도 감사드리는 바다. 상황이야 어찌됐든 진심으로 애써주신 분들이니 사람간의 정리에 인색해서는 안될 일이다.

▲ 박봉남 독립PD
작년 이맘때쯤 이 지면을 빌어서 이충렬PD의 <워낭소리> 수상을 축하하는 글에서 우리 독립PD들이 절망하지 않고 나아가기 위해서 저작권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 적 있다. 이번 수상이 단지 개인의 영광으로 평가되지 않고 공중파와 제작사가 콘텐츠의 생산자로 함께 ‘윈윈’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는 좋은 사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절실하다. <아이언 크로우즈>가 해외에서 얼마나 팔리고 그 이익이 어떻게 나눠지는지 관심 있게 지켜보셨으면 한다. 두 번 관객 상영을 하고 관객상 후보 3위에 올랐으니 작지만 기대를 해봐도 좋을 듯하다.

우리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우물 안에서 다투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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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명희 2009-12-07 16:49:49
수상 짐심으로 축하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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