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우즈의 불륜이 대체 왜 중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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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골프 황제 타이거우즈가 연일 TV 화면과 신문, 인터넷을 장식하고 있다. 그와 그의 ‘내연녀’라는 여인들의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르고, 우즈 부부가 이혼을 한다느니 별거를 했다는 등의 소식이 매일 같이 인터넷을 달구고 있다.

TV 뉴스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달 28일 우즈의 교통사고 소식과 그에 관한 갖가지 의혹에 대한 보도를 시작으로 열흘 여 동안 지상파 방송 3사는 자그마치 수십 건의 뉴스를 쏟아냈다. 아침뉴스는 물론이요, 저녁 메인뉴스까지 타이거 우즈로 난리다. 벌써 스포츠 뉴스를 할 시간인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는데, 아니다.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달 28일 첫 보도를 시작으로 지난 3일까지 12월 1일 단 하루를 제외하고 매일같이 우즈에 관한 보도를 쏟아냈다. 이호인 워싱턴 특파원, 윤도한 LA 특파원이 돌아가며 마이크를 잡은 채, 우즈가 ‘내연녀’에게 보냈다는 음성메시지와 ‘선정적인 문자메시지’까지 공개했다.

▲ 지난 3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 ⓒMBC
KBS도 크게 다를 바 없다. 지난달 28일 교통사고 소식부터 지난 3일 우즈의 외도 시인에 이르기까지, 거의 매일 메인뉴스인 〈뉴스9〉를 장식했고, 지난 4일에는 우즈의 아내가 이혼과 용서 가운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를 주목하기도 했다.

 

SBS 〈8뉴스〉 또한 지난 4일 타이거 우즈의 교통사고 상황을 패러디한 동영상이 줄을 잇고 있다는 보도까지 관련 소식을 숨 가쁘게 전했다.

물론 타이거 우즈는 금세기 최고의 스포츠 스타 중 한 명이자, 기업들로부터 거액의 후원을 받는, 엄청난 영향력을 지닌 인사다. 때문에 그의 사생활이 완벽하게 보호받기란 거의 불가능하며, 이는 우즈 자신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또한 그동안 사생활과 이미지 관리에 철저했던 그이기에 이번 불륜설과 잇따른 폭로가 우즈는 물론, 그를 후원하는 기업과 미국 스포츠계에 결코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점은 짐작하고도 남음이다.

그러나 우리가 왜 연일 TV를 통해, 그것도 저녁 메인뉴스에서 우즈의 애인이 몇 명이고 누구인지를 확인해야 하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초특급 스포츠 스타라고 할지언정, 어찌 됐건 가십거리에 불과하지 않은가. 더군다나 직접 발굴한 내용도 없이 기껏해야 US위클리나 TMZ 같은 타블로이드의 폭로전을 중계하듯 전하면서 굳이 워싱턴 특파원과 LA특파원 등이 돌아가면서 마이크를 잡아야 하는지, 실소를 금할 수 없다.

뉴스 가치만 놓고 보자면, 이번 타이거 우즈의 불륜설을 과소평가할 수만은 없다. 그러나 마치 미국의 타블로이드지가 경쟁을 벌이듯 우리 지상파 TV 뉴스가 보이는 행태는 그 정도나 열기로 볼 때 과하다는 점은 분명하다. 한정된 뉴스, 제한된 시간에 폭로와 의혹으로만 얼룩진 우즈의 불륜설 보도로 인해 잘려나간 뉴스가 가히 적지만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 지난 4일 KBS '뉴스9' 보도 ⓒKBS
지난 4일 발행된 MBC노조 민실위 보고서에서 MBC의 한 기자는 우즈의 불륜설에 관한 자사 보도의 과잉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 워싱턴, LA 특파원들께서 거의 일주일째 수고하고 계신데, 그 뉴스가 그렇게 공을 들일만큼 정말 가치가 있는 건가요. 타이거 우즈가 그렇게 온 국민이 관심을 가져야 할 중요 인물인지,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의 사생활을 왜 이렇게 속속들이 알아야 하는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요즘 정부가 계속 ‘국격’을 중시하고 있는데, 정말 뉴스의 ‘격’이 떨어지는 느낌입니다.”

정말 방송 3사 스스로가 뉴스의 격을 떨어뜨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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