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와 클로징 그리고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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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와 클로징 그리고 뉴스
[주목! 이 주의 책] ‘나 같은 배우 되지 마’ 외
  • 민임동기 기자
  • 승인 2009.12.12 23: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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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민, 클로징을 말하다’ (신경민 / 참나무)

▲ ‘신경민, 클로징을 말하다’ (신경민 / 참나무)
<신경민, 클로징을 말하다>는 저자가 MBC 뉴스데스크 메인 앵커로 일했던 2008년 3월 24일부터 2009년 4월 13일까지의 기록을 담고 있습니다. 단순히 자신의 앵커시절 ‘경험담’을 기록했다면 이 책은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을 겁니다. <신경민, 클로징을 말하다>는 찬반으로 극명히 나뉘었던 자신의 클로징 멘트를 ‘천천히, 성찰적으로, 자신의 눈을 통해’ 되짚어보고 있는 그런 책입니다. 방송에서 다 하지 못한 이야기를 이 책을 통해 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 책은 점점 정파적으로 가고 있는 한국 언론의 현주소는 물론 앵커가 처한 현실과 방송 저널리즘의 상황을 ‘날 것 그대로’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는 데요, 저는 이런 저자의 시선이 <신경민, 클로징을 말하다>가 가진 가장 큰 미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찬반 논란을 빚었던 그의 클로징 멘트와 상당히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 사회에 대한 비판과 솔직한 견해를 거침없이 표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조선일보에 대한 비판은 물론이고 재벌과 군의 문제점까지 거침없이 쏟아내는 그를 보면서 <뉴스데스크>에서 클로징 멘트를 하던 신경민 앵커의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그는 어떤 면에서 보면 실제보다 이미지가 과장되게 부풀려진 면도 있고, 본의 아니게(?) ‘진보주의자’로 평가받은 면도 있습니다. <신경민, 클로징을 말하다>는 신경민 전 앵커의 참모습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나 같은 배우 되지마’ (류승수 / 라이프맵)

▲ ‘나 같은 배우 되지마’ (류승수 / 라이프맵)
류승수라는 배우를 아십니까. 연기자의 꿈을 가진 채 무작정 서울로 올라와서 일당 5만 원짜리 엑스트라로 영화판에 뛰어들었습니다. 단역을 마다하지 않았고 조연을 거쳐 이제 주연까지 맡았습니다. 자신이 그토록 꿈꾸던 ‘배우’를 드디어 류승수라는 이름 앞에 붙여도 어색하지 않은 상황이 됐습니다. <나 같은 배우 되지 마>의 저자 배우 류승수는 이 책에서 그동안 자신이 직접 부딪히며 터득한 ‘배우’라는 직업의 모습을 가감없이 솔직하게 담아 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우리는 배우라는 직업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종횡무진 누비며 전 국민의 주목을 받고, 일반 직장인 연봉의 몇 배나 되는 돈을 CF 한 편으로 벌어들이는 사람들 정도로만 알고 있는 게 아닐까. 그런데 그런 모습들이 정말 실제 배우들의 삶과 얼마나 일치할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웬만한 고소득 전문직을 제치고 청소년들이 선망하는 최고의 직업으로 떠오른 지 오래인 배우라는 직업 - <나 같은 배우 되지 마>에서 저자 류승수는 그런 현실은 대다수 배우들의 삶과는 거리가 있다고 말합니다.

배우 류승수가 이 책에서 가장 강조하는 건 ‘판타지’가 아니라 ‘현실’을 직시하라는 겁니다. 현실 - 어쩌면 추상적일 수도 있는 이 단어를 류승수는 정말 ‘리얼하게’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습니다. 현실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배우의 꿈을 꾸는 사람들 그리고 연기 지망생들에게 희망마저 꺾게 하는 건 아닐까 이런 생각도 들긴 합니다. 하지만 이들에게 제작 현장 그대로의 모습을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차분하게 들려주는 책이 드물다는 걸 고려하면 이 책은 매우 의미 있는 책입니다. 배우가 직접 썼다는 점에서도 그렇습니다.

‘밥상혁명’ (강양구·강이현 / 살림터)

▲ ‘밥상혁명’ (강양구·강이현 / 살림터)
이 책은 세상을 바꾸는 21세기 생존 프로젝트라는 거대한 ‘담론’을 겉표지에 담고 있지만 내용은 소박합니다.  세상을 바꾸는 거대한 실험 - 저자들은 그것이 ‘밥상혁명’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말합니다. 문제의식은 소박하지만 이들이 이 책에서 담고 있는 내용은 결코 소박하지 않습니다. 특히 저자 강양구·강이현 씨가 <밥상혁명>에서 주장하는 내용은 한국 사회 특히 그 중에서 한국 언론의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혹시 기억하시는지. 지난 2003년 9월 10일, 멕시코 칸쿤에서 세계화에 항거하며 목숨을 끊은 농민 이경해라는 이름을. 이 씨의 죽음은 다른 나라에서는 ‘농민운동의 순교자’로 주목하고 있지만 한국의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와 영국의 <더 가디언> 등 해외 언론은 그의 삶을 통해 한국 농촌의 절망적인 현실과 비참한 상황을 조명했지만 국내 대다수 언론은 단순 사건기사로만 취급했습니다.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이들이 외면 받고 가격이 폭등함에도 정부는 사실상 농업을 포기하는 정책을 밀어붙이는 상황 - 저자들이 이 책을 위해 세계 곳곳을 누비게 된 이유입니다. <밥상혁명>이 주목하는 건 ‘로컬푸드’와 ‘식량주권’입니다. 때문에 이 책 곳곳에는 미국, 영국, 일본, 캐나다, 프랑스 등 세계 각국에서 농민장터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현실이 자세히 담겨 있습니다. 또한 저자들은 한국 정부를 비롯해 세계 각국 정부가 강조한 ‘식량안보’ 개념으로는 현재 먹거리와 관련해 벌어지고 있는 세계적인 문제점을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합니다.

‘모던 스케이프’ (박성진 글, 강상훈 김상길 김영경 이주형 사진 / 이레)

▲ ‘모던 스케이프’ (박성진 글, 강상훈 김상길 김영경 이주형 사진 / 이레)
<모던 스케이프>는 ‘일상 속 근대 풍경을 걷다’는 부제가 설명해 주듯, 우리가 주목하지 않았던 ‘예전 모습’들을 정밀하게 포착한 책입니다. 근대라는 단어는 현대나 포스트모던과는 전혀 다른 의미죠. 흔히 전통과 현대를 연결하는 가교라는 의미로 많이 사용됩니다. 어쩌면 근대라는 시간은 우리가 남들에게 내세우기도 좀 그렇고, 오히려 감추고 싶은 그런 시간인지도 모릅니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모던 스케이프>에 담긴 ‘우리의 근대적 모습’은 그렇게 밝지만은 않습니다. 우리에게 근대는 식민지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가지고 있고, 군사독재 정권의 잔재와 아픔이 남아 있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물론 ‘현대’인 지금에도 근대의 잔재가 여전히 남아있죠.

사실 <모던 스케이프>가 주목을 끄는 건 우리네 일상에 아직 남아 있는 근대의 모습을 그냥 담기에만 그친 게 아니라 새로운 시각으로 근대의 모습을 담아냈다는 겁니다. 근대를 무조건 철폐해야만 하는 대상으로 여기면 그것은 은폐와 외면대상으로 전락합니다. 저자는 기형적일지라도 우리네 일상에 녹아 있는 근대의 모습 또한 우리가 안고 가야 할 현재적 모습이라고 강조합니다. 근대를 기념물이 아닌 일상으로서 바라볼 필요가 있고, 그 일상적인 모습을 차분한 시선을 통해 성찰해야 한다는 것이죠.

‘한국 진보 정당 운동사’ (조현연 / 후마니타스)

▲ ‘한국 진보 정당 운동사’ (조현연 / 후마니타스)
오늘날 한국의 진보정당들은 대중에게 희망과 대안이 될 수 있을까요. 냉정히 말해 그렇지 못합니다. 진보정당도 그렇고 ‘그들’이 표방한 가치와 언어 역시 대중들에게 희망의 언어가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진보가 위기라는 말도 나오고 민주주의가 위기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한국 진보 정당 운동사>의 저자 조현연 씨는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진보운동의 이론과 실천적 고민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한국전쟁 이후 진보 정당 운동 역사를 총괄적으로 살펴보고 있습니다. 특히 1987년 이후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그렇다고 이 책이 진보정당의 역사를 살펴보는 책은 아닙니다. 현재 진보정당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과거를 살펴보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죠.

저자는 진보정당의 역사를 ‘역사적 단절기-정치적 모색기-정치적 실험기-독자적 정립기-새로운 모색기’ 등 다섯 시기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사실 한국 정치사에서 진보정당 운동의 역사는 제대로 주목받지도 못했고 대접을 받지도 못했습니다. 한국에서 진보정당의 역사가 짧아서 그런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반공 체제와 결합된 오랜 권위주의 독재 권력 하에서 지속적인 탄압을 받은 건 맞지만 진보정당의 역사까지 짧은 것은 아닙니다. 이 책은 그런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도 담고 있습니다.

물론 <한국 진보 정당 운동사>에 진보정당의 활성화를 위한 구체적 대안이 담겨 있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위기의 민주주의 시대’에 왜 정당정치와 진보정당에 주목해야 하는지 그 필요성만큼은 이 책을 통해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희망의 역사’ (장수한 / 동녘)

▲ ‘그래도, 희망의 역사’ (장수한 / 동녘)
<그래도, 희망의 역사>는 역사를 다루고 있지만 일반적인 역사책은 아닙니다. 시대순으로 나열돼 있지도 않다는 점도 그렇고, 저자가 ‘의도적으로’ 균형성을 강조하려 한 것도 이런 느낌을 갖게 합니다.

저자는 지금껏 승자의 시각, 강대국의 시각, 보수주의자들의 시각에만 갇혀 있었던 역사 읽기의 편협함을 버리고, 좀 더 시야를 넓혀보자고 강조합니다. 이를 테면 이런 겁니다. 사회주의 체제가 무너지고 세계가 자본주의 제도를 채택하면서 미국을 자신들의 모델로 삼는 것은 의미 있는 시도이지만, 미국식 자본주의의 희생양이 되어버린 수많은 평범한 시민들의 삶의 실상은 외면한 채 미국이 발표하는 수치만 주목하는 것은 한쪽 시각만 중시하는 역사 읽기일 뿐이라고 거지요. 오늘날 심각한 빈부 격차와 사회적 불평등을 야기하는 불씨로 작용하고 있음에도 역사책은 이런 현실을 외면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입니다.

사실 저자가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내용들은 좀 독특합니다. 바흐의 ‘커피 칸타타’라는 음악에서 출발해, 맥주가 보편적인 음료로 자리 잡고 있던 도시에 커피가 수입, 유통되고 시민들이 기호식품으로 즐기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당시의 문화와 시를 곁들여 흥미진진하게 소개하는 그런 식입니다. 지금까지 단일된 시각으로 풀어냈던 역사 서술방식을 다양한 시선을 통해 소개하는 것도 특징입니다.

잠깐 독서

‘강은 흘러야 한다’ (김상화 / 미들하우스)

정부가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즉 4대 강을 정비하겠다고 나섰다. 여야 간 치열한 공방이 진행 중이고, 많은 환경단체와 시민단체들이 강에 손을 대지 말라며 반발하고 있다. 여기에 보태 누구보다 크게 ‘강은 흘러야 한다.’라고 외치는 이가 있다. 바로 이 책 ‘강은 흘러야 한다’의 저자 김상화다.

김상화는 ‘낙동강 공동체 대표’, ‘한국 강 살리기 네트워크 공동대표’, ‘운하백지화국민운동 공동대표’ 등의 직함에서 알 수 있듯 강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스스로 낙동강을 35년간 짝사랑해왔다고 밝힌다. 35년간 낙동강의 발원지 태백에서 부산의 낙동강 하구까지 1,300리 길을 도보로 1,370차례 답사한 이다. 이보다 강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그런 그가 전면적으로 정부의 4대 강 사업을 비판하고 나섰다.

‘생각하는 글쓰기’ (최종규 / 호미)

일년 동안 천여 권에 이르는 책을 읽어내는 독서가이자 헌책방 순례자인 최종규 씨가 펴낸 책이다. 모두 108개의 꼭지를 엮은 이 책은, 꼭지마다 여느 책에서 뽑은 짤막한 보기글을 가지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보기글은 글쓴이가 책을 읽다가 뽑아 둔 ‘살려 쓰면 좋을 우리 말’이 들어 있는 글이다. 그러면서 보기글에서도 아쉬운 대목이 있으면 반드시 더 나은 낱말이나 표현으로 손보고 바로잡았다.

별 생각 없이 쓴 일본식 한자말이나 외래어를 꼬집는 보기글도 더러 소개하고 있다. 지나친 한자말이나 일본 말투, 번역 말투에 물든 사람한테는 다소 불편하고 입에 쓴 지적일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 말과 글을 살리는 일이 바로 우리 생각과 마음, 우리 넋과 삶을 살리는 일이라는 글쓴이 생각이 책 곳곳에 배어 있는 보약 같은 글이다.

‘지상 최대의 쇼’ (리처드 도킨스 / 김영사)

이 책은 그 자체로 아주 잘 쓰인 진화론 입문서이다. 저자 리처드 도킨스는 아직도 ‘신의 망상’(?)에 빠져 있는 사람들을 반박하기 위해 진화의 증거를 확고하게 밝히는 <지상최대의 쇼>를 출간했다. 이 책은 도킨스의 열 번째 책이다. 이 책은 진화가 사실인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갔다. 전작들은 모두 진화를 명백한 사실로 가정하고 그 작동법에 관한 이론을 논했다면, 이 책에서는 ‘진화를 뒷받침하는 증거, 진화가 과학적인 사실이도록 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다루고 있다.

도킨스의 책을 읽은 재미는 내용뿐만이 아니다. 그의 글은 무신론자부터 수도사에 이르기까지 21세기를 사는 모든 사람이 읽어야 할 중요한 과학서이자 위대한 문학 작품 이상이다. 세계적인 석학답게 과학과 종교, 철학과 역사를 종횡무진 넘나드는 방대한 지식과 교양, 현란하고 도발적이면서 어려운 것을 끝까지 풀어내는 집요한 문체가 여전하다.

‘사부님 싸부님 1 2’ (이외수 / 해냄)

불안한 시대를 건너기 위한 몸부림으로 마음을 다스리는 심리학 서적들에 열광하는 이때, 미물의 생애를 통해 본 에세이가 출간해 독자들의 마음에 쉼터를 제공한다. 대한민국 강원도 어느 두메산골의 작은 웅덩이에서 돌연변이로 태어난 올챙이 한 마리가 ‘싸부님’으로 변신해 도(道)를 들려주는 책 <사부님 싸부님>은, 소설가 이외수가 등단 이후 장편소설 3편과 소설집 1편을 세상에 내놓은 다음 야심차게 벌인 새 프로젝트다.  “소설가가 왜 만화를 그리냐?”는 선배 작가들의 질타에 시달리게 한 문제작임에도 불구하고, 1983년(영학출판사) 첫 출간 이후 독자들의 성원에 힘입어 1991년(예문각), 1996년(금문서관), 2002년(자인)에 개정 출간되었고, 드디어 출간 27년 만에 판형을 축소하고 컬러링을 첨가해 새로이 세상에 나왔다.

‘외뿔’ (이외수 / 해냄)

열등감에 휩싸여 고독해 하는 하찮은 물벌레의 이야기 <외뿔>은 천하만물의 진리와 사랑도 진정한 깨달음이 없다면 욕망과 허영에 불과함을 일깨우는 책이다. 소설가 이외수가 <사부님 싸부님>(1983년) 출간 이후 18년 만에 내놓은 우화 에세이다. 뾰족하게 깎은 연필로 그리고 볼펜으로 덧그린 까닭에 1천 장의 파지를 만들어내며 문자 읽기를 넘어 시각적인 즐거움까지 안겨주는 이 책은 2001년 첫 출간 당시 10만 부 이상 판매되면서 독자들의 열광적인 사랑을 받은 바 있다. 새 출간을 위해 스토리 전개에 어우러지게 판형을 조절하고 컬러링 작업으로 단장했다.

작가는 도의 본질을 묻는 화두인 “어디로 가십니까”를 모든 국민이 일상적인 인사법으로 사용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미풍양속(美風良俗)이 미국풍양속(美國風良俗)으로 되어버린 이 시대를 비판하고, 주인공인 도깨비 몽도리가 내려앉은 춘천시 의암호 물속 세상을 통해 욕망과 허영에 빠진 인간 세상의 축약판을 드러낸다. 또한 재산, 권력, 학벌, 신분, 외모 등을 좇아 발버둥치는 이들에게 물살에 자신의 전부를 내맡기는 물풀의 흔들림을 빌려 진정한 사랑과 깨달음이 합일에서 탄생됨을 깨우쳐준다.

‘초국적 기업에 의한 법의 지배’ (수전 K. 셀, 남희섭 옮김 / 후마니타스)

이 책의 원서는 지재권에 관한 국제규범이 세계무역기구 체제로 편입된 이후(즉, 트립스 협정이 체결된 이후) 이에 대한 저항운동이 부분적 성과를 내던 시점(2003년)에 출간되었다. 트립스 협정의 체결 과정뿐만 아니라 트립스 협정으로 대표되는 ‘지재권 최대주의’의 저항운동이 태동하고 전개되는 과정을 체계적이고 이론적으로 분석한 최초의 책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전통적으로 지재권은 법학의 영역이었고 일부 경제학자들의 연구 대상이었는데, 이 책은 지재권을 정치학·사회학의 틀로 해부함으로써 새로운 학문적 지평을 열었다는 의의도 가진다. 이 책은 트립스 협정의 성립 과정은 물론 한국 사회의 지재권 제도가 그동안 겪은 변화 과정을 분석하는 데에 훌륭한 방법론을 제시해 주며, 지재권 제도의 향후 변화를 단순히 ‘예측’하는 것을 넘어서 지재권 제도의 개혁을 어떻게 ‘기획’할 것인지를 안내하는 실천적 함의도 있다.

1990년대부터 권리 보호를 일방적으로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개된 한국의 지재권 제도,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저작권 침해 단속, 공공연구 성과와 대학교수의 연구물을 특허로 사유화하는 사회, 저작권 침해로 3회 이상 적발되면 인터넷 계정이 삭제되고 해당 게시판까지 폐쇄되는 이른바 ‘저작권 삼진아웃제’의 도입, 피투피(p2p)와 같은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가 부담해야 하는 세계에서 유래가 없을 정도로 엄격한 저작권 보호 의무,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가 전략의 하나로 추진되는 지재권 보호의 강화 등등.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러한 현상들을 어떻게 분석할 것인가, 우리가 경험적이고 현상적 수준에서 파악하는 것 이면에 어떤 기제가 작동하고 있으며, 이를 넘어설 수 있는 가능성을 어떻게 모색할 것인가? 이 책은 이를 위한 이론적, 실천적 지식을 제공한다.

‘기후변화의 정치학’ (앤서니 기든스 / 에코리브르)

<제3의 길>로 널리 알려진 앤서니 기든스(Anthony Giddens)는 이 책에서 하나의 역설로 시작한다. 그것은 지구온난화로 야기되는 위험은 결코 손에 잡히지 않으며 일상생활에서 거의 감지될 수 없기에 그 잠재력이 제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우리는 그저 가만히 앉아서 기다릴 뿐이라는 것이다. 즉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기후변화 문제는 가장 중요한 관심사가 되지 못하며 늘 뒷전으로 밀린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역설은 사람들의 행동을 마비시키거나 억제하는 데도 영향을 미치는 중심적인 개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 말은 사람들이 수없이 그 심각성을 듣더라도 행동으로 옮기기까지는 가야 할 길이 멀다는 의미다. 그러므로 여기에서 ‘기후변화의 정치학’이 출발한다.

기든스는 “현재 우리는 기후변화에 대한 그 어떤 정책도 갖지 못했다”고 선언하면서 현실론에 근거하여 논의를 진행한다. 물론 기후변화의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개혁이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이미 존재하는 조직과 기구들을 무시할 수 없으며 또한 민주주의 전통을 중시해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면서 국가(state)의 역할을 강조한다. 여기에서 국가의 의미는 다양한 수준의 공권력을 의미하는데, 중앙정부와 지역정부, 지방정부 등을 모두 아우른다. 그리고 지구화 시대에는 그런 공권력이 정치학자들이 이른바 ‘다층적 거버넌스’라 일컫는 다양한 수준에서 발휘되는데 위로는 국제무대에서, 아래로는 지역과 도시와 지방에 이를 수 있음을 역설한다.

‘자유의 의지 자기계발의 의지’ (서동진 / 돌베개)

이 책은 최근 20여 년간 한국사회의 변화를 인식하기 위해 무엇보다 이런 ‘주체성의 체제’를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1980년대의 ‘산업구조조정’에서부터 1990년대의 ‘유연화’에 이르는 경제적 변화. ‘민주화’ 이후 문민정부에서 참여정부까지 추진됐던 정치적 개혁과 혁신. 그리고 1990년대 ‘신세대 혁명’에서 정점을 이뤘던 ‘자기표현’의 문화. 이러한 일련의 변화들을 관통하는 하나의 거대한 흐름을 어떻게 포착할 수 있을까. 이 책은 그러한 흐름이 바로 ‘자기계발하는 주체’라는 새로운 주체화 방식에 있음을 섬세하게 보여준다.

저자는 일상에서 강박적으로 자기계발 서적을 소비하는 개인의 모습을 지난 20년 사이 일터에서 등장한 유연하고 경영자적인 노동주체와 연결시키고, 이를 다시 새로운 권력의 형태가 주조해내는 자율적인 시민의 모습과 연결시킨다. 지난 20년간 한국사회에서 어떤 주체화의 권력(통치성)이 등장했는가를 분석하는 이 ‘주체성의 계보학’은 그런 점에서 신자유주의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탐색, 구체적이면서도 이론적인 탐색이라 할 수 있다.

‘인도에 갈 때는 숟가락을 가져가세요’ (대연 / EASTWARD)

인도는 천차만별의 이야기가 있는 나라다. 인도의 전통과 문화, 종교를 얼마나 이해하느냐에 따라 각기 다른 인도를 경험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 또한 인도의 한 부분만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고백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보편적으로 경험되거나 꼭 알아 두어야할 내용들을 글로 쓰려고 많은 애를 썼다. 인도에 관한 많은 책들이 지나치게 주관적인 관점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인도를 처음가는 분이거나 이미 인도를 다녀본 분이거나, 이 책이 인도에 관한 이해의 폭을 넓게 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소망한다.

이 책에는 짧지만 네팔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인도와 네팔이 같은 나라와 다름없는 종교와 문화, 사회구조를 가지고 있고 언어의 뿌리도 다르지 않다. 그리고 인도를 여행하는 사람은 거의 대부분 네팔도 여행하기에 네팔의 이야기도 함께 실었다.

‘이종기 교수의 술이야기’ (이종기 / 다할미디어)

문명의 탄생과 함께 한 몇 가지가 있다. 대표적인 예가 불이다. ‘술’ 또한 인류 문명의 발생과 함께 사람과 동고동락했다. 종교 의례에서 술은 중요한 도구로 쓰였고 현대 사회에서 술은 친교의 목적은 물론 대표적인 기호품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종기 교수의 술 이야기>는 양조학을 전공한 저자가 술의 역사와 세계적인 술을 소개한 책이다.

책은 크게 두 가지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술의 문화사에 대한 기술이 등장한다. 나머지 한 부분은 세상에서 유명한 술에 대한 소개다. 와인, 맥주, 위스키, 브랜디, 한국의 술, 중국의 술, 일본의 술이 소개된다. 이 외에도 보드카, 럼, 데킬라, 리큐르 등의 술이 다뤄지는데 다양한 삽화가 동원되어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다.

‘진보의 미래’ (노무현 지음 / 동녘)

노무현 대통령은 책에서 진보와 보수의 차이를 ‘만원 버스’를 예로 들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진보주의자는 차가 아무리 비좁더라도 “같이 타고 가자”라고 말하는 사람이고, 보수주의자는 “비좁다, 늦는다, 태우지 마라”라고 말하는 사람이다. 곧 진보의 가치는 자유, 평등, 평화, 박애, 행복을 강조하고, 보수의 가치는 시장과 경쟁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진보의 핵심은 ‘복지’와 ‘분배’다. 그러나 이 핵심 가치를 말하려고 하면, 늘 보수주의의 ‘경제 성장’이라는 단어 앞에서 무너지고 만다. 곧 보수의 가치로 인해 진보의 가치가 등한시된다는 것이다. 특히 ‘선진국 진입, 세계 몇 위 국가’ 등과 같은 장밋빛 청사진만 제시하는 성장 일변도의 정책이 진보의 핵심 가치를 가린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진보는 어떻게 자신의 정책을 펼쳐 가야 하는가? ‘어떤 성장인가?’라는 말은 하지 않고 ‘성장’만을 외치는 보수주의를 어떻게 비판할 것인가? 노무현 대통령은 책에서 보수와 진보의 이런 논쟁을 정면에서 다루고자 한다. 문제는 결국 ‘돈이냐, 사람이냐’라는 단어로 요약되는데, 우리가 지금 너무 ‘돈’에만 매몰되어 있어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진보의 가치를 더욱 강하게 밀어붙이기 위해서는 정치를 다시 되살려야 하고, 민주주의의 가치가 더 중요하다는 걸 더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말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책에서 보수주의의 공격에 휘말려서 진보적인 정책을 제대로 펼치지 못했다고 아쉬워한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진보의 가치를 제대로 말하자고 제안한다. 곧 진보가 민주주의의 희망이며 대안이라고 시민들에게 정확히 말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감독을 위한 영화 연기 연출법’ (주디스 웨스턴, 권경원 옮김 / 비즈앤비즈)

감독이 알아야 할 연기 지식을 상세히 설명한 책이다. 배우의 연기를 중심으로 배우 캐스팅에서 리허설, 촬영에 이르기까지 영화제작의 전 과정을 기술했다. 또 시나리오를 다루는 방법과 배우에게 효과적인 지시를 내리는 방법 등 연출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내용을 담았다.

배우 캐스팅에서부터 리허설, 촬영에 이르기까지 영화제작의 과정을 연기를 중심으로 구체적으로 설명하며, 시나리오를 다루는 법, 배우에게 지시를 내리는 효과적인 방법 등 감독에게 꼭 필요한 부분이 실려 있어 실제적이고 구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배우들의 배역에 대한 연기훈련과 극중 인물로의 몰입 등 연기 과정 전반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한다. 감독으로서 연기를 보지만, 감독과 배우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은 연기기법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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