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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리얼 버라이어티 맹위 ‘적수가 없다’
지난 2006년 말부터 붐을 타기 시작한 리얼 버라이어티는 올해도 여전히 맹위를 떨쳤다. MBC 〈무한도전〉과 KBS 〈해피선데이〉 ‘1박2일’이 주말 최강자 지위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SBS 〈일요일이 좋다〉 ‘패밀리가 떴다’가 다소 부침을 겪고도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리얼 버라이어티의 강세가 계속될수록 ‘두 개의 태양’인 유재석과 강호동의 영향력 또한 커지고 있다. 최근 유재석의 〈무한도전〉과 ‘패밀리가 떴다’ 하차설이 보도되면서 프로그램의 존폐 문제까지 거론된 것은 이를 증명하는 웃지 못 할 해프닝이었다. 결국 유재석과 강호동은 프로그램의 흥망 자체가 아닌, 리얼 버라이어티 존폐의 키까지 쥐고 있는 셈이라고 봐도 틀리지 않다.
이런 가운데 ‘유재석, 강호동 없이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리얼 버라이어티가 있어 눈길을 끈다. 이경규, 김국진 등 현재 주류에서 살짝 밀려난 이들의 도전을 그린 〈해피선데이〉 ‘남자의 자격’은 웃음과 감동을 주며 시청률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 KBS 〈천하무적 토요일〉 ‘천하무적 야구단’ 또한 예능이라기보다 스포츠가 주는 리얼한 감동으로 남성들이 주도하는 리얼 버라이어티 붐을 키우고 있다.반면 KBS가 지난 가을 개편에서 신설한 〈청춘불패〉는 ‘소녀시대’, ‘브라운아이드걸스’ 등 ‘걸그룹’ 멤버들을 대거 출연시킨 ‘농촌형 버라이어티’로 주목을 받고 있는 경우. ‘특A급’ 진행자 없이도, 이렇다 할 도전 과제 없이도 소녀들이 만들어내는 화합을 보기 좋게 그러내며 서서히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둘. 케이블TV의 약진 ‘지상파여 긴장하라’
케이블TV가 한때 ‘변두리 방송’쯤으로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다.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19금’ 방송. 이것이 우리가 케이블TV에 대해 갖고 있던 생각이었다. 그런 케이블TV가 스스로 변화를 모색해 시선을 끌었다.
대표적인 사례로 Mnet(엠넷)의 스타 서바이벌 프로그램 〈슈퍼스타K〉는 첫 방송부터 기록적인 시청률을 내더니, 마지막회에서 8%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케이블TV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 이는 〈악동클럽〉 등 과거 지상파TV에서 방송된 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이 실패한 사례와 대비되며 지상파 방송 관계자들을 자극했다.
최종 우승자인 서인국은 최근 앨범을 내며 가수 데뷔했고, 조문근과 길학미도 각자 매니지먼트사와 계약을 맺는 등 스타 못지않은 유명세를 얻었다. 〈슈퍼스타K〉는 내년에 지원자 규모와 방송 횟수를 확대해 또 한 번의 신화를 만들 계획이다.
케이블TV의 선정성 경쟁을 주도한다는 비판을 받던 tvN은 지난 7월 ‘가족 오락채널’로의 변신을 선언했다. 확 달라진 tvN은 장수 프로그램인 〈막돼먹은 영애씨〉와 〈택시〉가 건재한 가운데 다큐드라마 〈세남자〉, 신상 코미디쇼 〈재밌는TV 롤러코스터〉 등을 선보였고 이 가운데 〈롤러코스터〉가 ‘대박’을 터뜨렸다. 남자와 여자의 차이를 공감 가도록 그려낸 ‘남녀탐구생활’은 시청률 4%를 넘으며 케이블TV 최고 인기프로그램임을 입증했다. 특히 솔직담백한 연기로 주목받은 정가은은 물론, 성우 서혜정씨까지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이처럼 케이블TV의 달라진 위상은 최근 지상파 방송인 SBS ‘패밀리가 떴다’에서 〈슈퍼스타K〉와 ‘남녀탐구생활’을 패러디한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셋. 논란, 논란, 논란… 김제동부터 ‘루저의 난’까지
올해만큼 예능이란 장르가 사회적인 관심을 받은 해도 드물 것이다. ‘루저’ 논란처럼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경우뿐만 아니라, 방송인 김제동씨의 KBS 프로그램 하차 과정이 정치권에서 엄청난 주목을 받은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KBS 〈미녀들의 수다〉의 일명 ‘루저 논란’은 사회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키 작은 남자는 루저’라는 한 여대생의 발언은 즉각 인터넷 상에서 ‘열폭’을 불러일으켰고 외모지상주의, 성차별과 역차별, 인터넷 윤리 등 다양한 논란을 파생시켰다.
문제의 소지가 다분한 발언을 자체적으로 걸러내지 못한 제작진의 무감각함이 사태를 키웠고, 한 여대생을 향한 인터넷 여론의 마녀사냥은 우리 사회의 병폐들을 한꺼번에 드러냈다. 결국 〈미수다〉 제작진은 모두 교체됐고, 최근 심의위로부터 중징계를 받기도 했다.
SBS 〈스타킹〉은 제작진의 도덕성이 도마에 오른 경우. 〈스타킹〉은 지난 7월 일본 tbs에서 방송된 ‘5분 출근법’을 표절한 ‘3분 출근법’을 방송했다. 방송 직후 표절 의혹이 일었으나 제작진은 거짓 해명으로 대응했다. 하지만 결국 사실이 드러났고, SBS는 제작진을 징계하고 교체해야만 했다.
예능이 정치권의 때 아닌 집중 조명을 받기도 했다. KBS는 지난 가을 개편에 앞서 〈스타골든벨〉의 터줏대감이던 MC 김제동을 전격 교체했다. 납득할만한 이유도 없었고, 시점도 애매했다. 김제동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노제 사회를 보는 등 사회 참여적인 행보를 보여 왔던 점에 근거, ‘정치적 외압’에 의한 ‘퇴출’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는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뜨거운 감자였다. 이병순 전 KBS 사장과 한나라당 의원들은 외압에 의한 교체가 아니라고 강조했으나, 의혹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또 일부 국회의원들은 ‘막말’과 ‘막장방송’에 대해 경고를 던지며, 특정 연예인의 퇴출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런 논란 속에 KBS는 ‘삼진아웃제’를 도입, 상습적으로 막말 및 비속어를 사용하는 출연자를 프로그램에서 ‘퇴출’시키는 제도를 만들기도 했다.
넷. 시트콤의 진화, 거장의 존재감
유행은 돌고 돈다. 이는 방송 또한 마찬가지다. 〈거침없이 하이킥〉 이후 침체일로를 걷던 시트콤이 올해 다시 부활했다. 혹자는 시트콤의 부활이 아닌, ‘김병욱 시트콤’의 성공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현재 30%를 바라보는 시청률로 인기몰이 중인 MBC 〈지붕 뚫고 하이킥〉 이전에 〈태희혜교지현이〉 또한 제법 인기를 끌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태희혜교지현이〉는 10% 초반대의 시청률로 꾸준한 인기를 누리며 전작들이 헤어 나오지 못한 부진의 늪에서 시트콤을 구출해내는 역할을 했다.
그리고 여기에 화룡점정을 찍은 것이 〈지붕 뚫고 하이킥〉이다. 〈지붕 뚫고 하이킥〉은 방송 이전 흡사한 제목과 이순재의 출연, 거의 그대로인 제작진 때문에 〈거침없이 하이킥〉 ‘시즌2’로 불렸으나, 막상 방송이 나간 이후 〈거침없이 하이킥〉을 뛰어넘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청률 또한 최근 계속 해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보이는 중이다.
〈지붕 뚫고 하이킥〉은 말하자면,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나는’ 시트콤이다. 사건을 과장되게보여주기보다 소심하고 평범한 이들의 일상 속에서 웃음을 길어 올리되, 그 바탕에 사회 이슈는 물론 계급의 문제까지 끌어들이며 어떤 리얼리티 드라마보다도 잔혹한 현실을 마주하게 하는, 그러면서도 웃음의 기본을 잃지 않는 작품. 김병욱 PD를 왜 ‘시트콤의 거장’이라고 부르는지 증명해주는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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