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전 감사실장, 감사실 인사 정면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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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사내 게시판에 글 올려 “감사실 인사 초유의 일”

▲ 서울 여의도 KBS 본관 ⓒKBS
KBS 전 감사실장이 사내 게시판에 최근 감사실 인사를 비판하는 글을 올려 파장이 예상된다. KBS 역사상 처음으로 감사실 평직원 전원이 실명으로 성명을 발표한 데 이어 이길영 감사 임명과 관련된 파문이 이어지고 있다.

‘전 감사실장의 소회’란 제목으로 28일 오전 글을 올린 김영헌 전 감사실장은 “감사역과 감사인들이 무슨 큰 죄를 졌다고 숙청하듯이, 무슨 이런 인사가 있을 수 있느냐. 감사실 인사에 초유의 일”이라며 최근 감사실 인사에 대해 정면 비판했다.

‘채용 비리’ 등에 연루돼 취임 전부터 내부의 거센 반발을 산 이길영 신임 KBS 감사는 지난 17일 취임한 이후 감사실장을 교체했고, 기획·방송·기술·경영감사역 4명 역시 모두 바꿨다. 또 지난 24일에는 감사실 평직원 8명에 대한 인사도 단행했다. 감사실 평직원들이 이길영 감사 임명에 반발하며 전보 신청을 내자 곧바로 교체를 단행한 것이다. 

김영헌 전 감사실장은 “이번 감사실 인사가 신임감사 취임에 감사실 평직원들이 감평회 이름으로 성명서를 낸 응징인가? 최근 안전관리팀 모직원 비리에 대한 특감을 너무나 철저히 한 대가인가? 2007년 공금횡령으로 해임된 모기자 비리에 대한 특감 때문인가? 아니면 Clean KBS를 위해 성역없이 흔들림없이 했던 감사결과를 되돌리려는 시도인가?” 되물은 뒤 “이게 사실이라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KBS가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또 “감사실은 감사 결과에 대해 정치적 판단을 하는 곳이 아니”라며 ‘감사직무규정’을 함께 제시했다. 감사직무규정 제9조(감사부서 직원의 보직 및 전보) 2항에 따르면, 감사부서의 직원은 법령위반 또는 그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지 아니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신분상 불리한 처분을 받지 않는다. 또 감사직무규정 제32조(감사인의 대우) 3항에는 감사부서의 직원으로 2년 이상 근무한 자가 전보될 경우 사장은 본인의 희망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돼있다.

현재 김영헌 전 감사실장의 글은 사내 게시판에서 사라진 상태다. 김영헌 전 감사실장은 “조회수가 1000건을 넘어섰고, 이미 경영진에게 하고 싶은 얘기는 충분히 전달했다고 판단해 글을 내렸다”며 “글 안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담았다”고 밝혔다.

전직 감사실장까지 나서 감사실 관련 비판 글을 올린 것에 대해 KBS의 한 관계자는 “불이익을 감수하고 평직원들이 일종의 양심선언을 했지만 회사에선 전향적 방향으로 시정하지 않고 비상식적으로 일을 진행해 전직 감사실장까지 참지 못하고 글을 올린 것”이라며 “전직 총리가 정부 정책을 비판하고 나선 것이나 마찬가지로 엄청난 일”이라고 말했다.

엄경철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준) 위원장은 “전직 감사실장이 그 정도까지 글을 썼다는 것은 KBS 감사 임명부터 시작해 KBS를 투명하고 도덕적으로 문제 없는 조직으로 만들 수 있을지 의심이 많이 들었기 때문 아니겠느냐”며 “대단히 우려스러운 상황이 벌어진 것에 대한 의견표명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준)는 이길영 감사 임명과 관련해 ‘감사직무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는 등 법적 대응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길영 감사는 2007년 5월 친구 아들을 자신이 원장으로 재직중인 ‘대구경북한방산업진흥원’에 부당한 방법으로 채용했고, 이 사실이 2008년 7월 감사원 감사 시 적발돼 감봉 3개월의 중징계를 받은 바 있다. 이에 감사실 평직원들이 감사 취임 직전 임명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했고, 노동조합 역시 이길영 감사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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