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단독사면…“법치주의 무너뜨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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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클리핑]중앙의 낯뜨거운 찬양…MB 새해화두 ‘일로영일’

이건희 전 회장 ‘단독사면’…“법치주의 무너뜨려”

정부가 논란 속에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에 대한 특별 사면을 단행했다. 이로써 이 전 회장은 지난 8월 배임과 조세포탈죄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1100억원을 선고받은 지 4개월 만에 면죄부를 받게 됐다. 경제인 1명만을 대상으로 한 사면은 기록상 처음이다.

이귀남 법무부 장관은 29일 특별사면 결정을 발표하며 “이건희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이 현재 정지중인 위원 자격을 회복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범국민적 염원인 2018년 겨울올림픽의 평창 유치를 위한 보다 나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세 번째 도전에 나서는 평창이 겨울올림픽을 반드시 유치하기 위해서는 이 전 회장의 활동이 꼭 필요하다는 체육계 전반, 강원도민, 경제계의 강력한 청원이 있어 왔다”며 “국가적 관점에서 사면을 결심하게 됐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 한겨레 12월 30일 3면
특별사면 발표에 대해 삼성그룹은 “정부와 국민에 감사한다”는 짤막한 비공식 논평을 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 전 회장은 우리 경제 발전에 더욱 큰 기여를 해주기를 바라며, 겨울올림픽의 평창 유치를 위해서도 중요한 역할을 기대한다”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법조계와 시민사회는 ‘법치주의를 무너뜨린 사면’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성명을 내어 “국가의 품격과 ‘법 앞에서는 모두가 평등하다’는 민주주의의 근본가치가 무너져버렸다”고 성토했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경제질서를 교란한 중범죄자를 불과 4개월 만에 사면한다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도 ‘이 전 회장 사면, 법치주의가 부끄럽다’는 제하의 사설에서 “단 한 사람을 위해 마련한 특별사면의 시혜 앞에 나라의 품격도 땅에 떨어졌다. 삼권분립, 법집행의 형평성, 법 앞에 만인의 평등 등 우리 사회를 지탱해온 소중한 가치들도 빛을 잃었다”고 성토했다.

이어 “이 전 회장이 이미 두 차례나 맹활약을 했는데도 연거푸 실패한 게 평창올림픽 유치다. 그가 다시 뛰어든다고 해도 결코 성공할 보장이 없다는 사실을 이 대통령도 모를 리 없다”며 “오히려 관심을 끄는 것은 삼성이 ‘보은’을 위해 내놓을 반대급부의 내용”이라고 주목했다.

한겨레는 “오래전부터 시중에는 삼성이 정부 구미에 당길 만한 여러가지 제안을 내놓고 이 전 회장 사면을 위해 백방으로 뛴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삼성의 세종시 이전설 등도 그 가운데 하나다”라며 “만약 이 전 회장 사면이 거래의 결과물이라면 이는 쉽게 묵과하고 넘어가기 힘들 것이다. 사면권을 정권의 핵심 사업을 실현하기 위한 소도구로 이용한 것이기 때문이다. 과연 무엇을 위한 사면인지 국민 모두가 지켜볼 것이다”라고 밝혔다.

중앙 “당연한 선택…사면 아닌 그 무엇이라도 해야”

하지만 30일자 조·중·동에서 이런 비판의 목소리를 찾아보기란 쉽지 않았다. 이들 신문은 정치권과 시민사회 등의 비판을 ‘엇갈린 반응’ 정도로만 소개했고, 대부분은 정부의 특별사면 결정 배경을 앵무새처럼 전하는 수준이었다.

특히 〈중앙일보〉는 낯 뜨거울 정도로 이 전 회장의 사면을 환영하는 기사와 사설을 쏟아냈다. 중앙은 ‘“프랑스도 올림픽 위해 IOC위원 사면”’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2012년 하계올림픽 유치 경쟁에서 파리가 런던에 패한 뒤 프랑스 정부가 뇌물수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기 드뤼 IOC 위원에 대해 2006년 5월 사면 조치를 내렸다”는 최교일 법무부 검찰국장의 브리핑 내용을 부각시켰다.

▲ 중앙일보 12월 30일 30면
이어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위한 국가적 선택’이란 사설에선 “이 대통령이 고심 끝에 이 전 회장에 대한 사면·복권을 결심한 것은 국가의 이익이 우선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환영한다”고 밝힌 뒤, “이 전 회장은 기업가로서 세계적으로 검증된 경영능력을 갖췄고, 그간 IOC위원으로서 국제 체육계에서 드물게 큰 영향력을 발휘한 인물이다. 이 같은 재능과 역량은 아무나 손쉽게 갖출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러한 국가적 자산을 국익을 위해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국가지도자의 당연한 선택이라고 본다”며 이 전 회장과 이명박 대통령의 ‘결단’을 ‘찬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러면서 중앙은 “평창의 동계올림픽 유치는 88 서울올림픽 이후 대한민국의 위상을 국제적으로 드높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며 “이 같은 국가적 대사(大事)에 꼭 필요한 인재가 있다면 사면뿐만 아니라 그 무엇이라도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동아일보〉는 중앙처럼 ‘대놓고’ 환영하진 않았지만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동아는 ‘사면되는 이건희 회장, 국민 기대 부응하기를’이란 사설에서 “정부의 사면 결정에는 그만한 명분과 실리가 있다고 본다”며 “이 전 회장의 활동으로 올림픽을 따내게 되면 국가위상 제고는 물론이고 스포츠 및 관광산업의 발전과 경제적 파급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건희 전 회장 경영복귀 시간문제”…‘황제경영’ 예고

이번 특별사면을 계기로 “이 전 회장의 경영복귀는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재계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한겨레는 ‘황제경영 복귀 예고…그룹쇄신 무산 우려’란 제하의 기사에서 “적절한 시기에 명예회장에 오르거나 주요 계열사의 등기이사로 등재하면서 공식적인 활동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삼성그룹 고위 임원은 “사면이 되면 경영일선에 복귀하는 게 자연스럽다는 내부 분위기가 있는 건 사실”이라며 “불가피하게 이 전 회장이 불명예 퇴진했지만 삼성뿐 아니라 국익을 위해서도 명예회복의 기회를 주는 게 필요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한겨레는 “이 전 회장의 경영일선 복귀는, 사실상 지난해 4월 삼성의 쇄신안 발표 이전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뜻한다”고 지적했다. 삼성은 이 전 회장 퇴진 뒤에도 줄곧 “그룹의 주요 투자나 의사결정이 지연되고 있다”며 오너 경영 체제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의 연착륙을 위해서도 ‘이건희 체제’가 필요하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그룹은 이재용 부사장 등 3세들로의 경영권 승계가 이제 막 시작 단계이고, 계열분리를 포함해 이 전 회장의 재산 상속 문제도 남아 있다”며 “이런 문제를 잡음 없이 교통정리하려면 선대의 힘과 권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언론법 강행·공영방송 압박…‘MB 언론장악’은 진행형

2009년은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 논란으로 내내 잡음이 그치지 않았다. 한나라당의 언론법 강행처리, YTN 노조원 및 MBC 〈PD수첩〉 제작진 체포, 방송문화진흥회의 MBC 압박 및 대통령 선거참모의 KBS 사장 취임, 종합편성채널 특혜 지원 의혹 및 미디어렙 개편 논란 등은 대부분 내년에도 되풀이될 이슈들이다. 한겨레는 ‘현재 진행형인 사안들’을 중심으로 2009년을 정리하고 2010년을 내다봤다.

▲ 한겨레 12월 30일 21면
지난 7월 말 한나라당의 언론법 강행처리 이후 계속된 ‘법적 무효’ 논란이 10월 말 헌법재판소의 ‘국회 재논의’ 결정 이후에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한겨레는 “법제처가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검토를 늦추고 있고, 야당이 지난 18일 헌재에 부작위 소송을 내면서 언론법 공방은 새해에도 계속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22일 국회에서 “내년 상반기 종편 선정이 힘들다”고 말해, 지난 7월 이후 반복해온 ‘종편 허용 시점 말 바꾸기’(연내→내년 초→내년 하반기)를 또다시 되풀이했다. 정치권과 언론계에선 ‘종편을 미끼로 정권 비판보도를 억누르고 있는 현 구도를 정부가 내년 6월 지방선거 때까지 끌고 가려는 포석’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검찰의 〈PD수첩〉 수사와 제작진 체포로 대표되는 정권의 MBC ‘직접 압박’은 8월 이후 새로 출범한 8기 방송문화진흥회의 손을 빌려 진행됐다. 방문진은 지난 10일 엄기영 사장을 재신임하는 대신 본부장 4명을 해임하는 방식으로 문화방송의 보도와 프로그램을 통제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 한겨레는 “향후 문화방송 본부장 선임 추이는 방문진을 앞세운 정권의 ‘문화방송 장악 밑그림’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된다는 점에서 주목 대상”이라며 “내년 2월 전후로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엄 사장의 진퇴가 논의될 가능성”도 내다봤다.

이명박 대통령 선거참모 출신인 김인규씨가 지난달 24일 취임한 뒤 빠르게 KBS을 장악하고 있다. 김 사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새해 ‘한국방송 탈바꿈 드라이브’의 중심엔 NHK를 본뜬 뉴스 개편과 BBC를 벤치마킹한 ‘K-View Plan’ 시행이 자리하고 있다. 김 사장의 뉴스 개편은 1분20초 분량의 25~26개로 채워진 현장기자 리포팅을 앵커 혼자 8개 정도의 뉴스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데 초점을 두지만, ‘앵커를 통한 경영진의 보도 통제’를 쉽게 만든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고 한겨레는 전했다.

지난해 11월 헌법재판소는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의 방송광고시장 독점을 헌법과 불합치 한다며, 올 연말까지 새로운 미디어렙 법안을 마련하라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여야 의원들은 모두 5개의 법안을 내놓았지만, 의견 차이가 커 연내 제정은 사실상 물 건너간 상태다. 지상파들은 직접 영업을 통해 광고량을 늘릴 수 있는 1공영 다민영 체제를, 지역·종교방송들은 타격을 줄일 수 있는 1공영 1민영 체제를 선호하고 있다. 한겨레는 “새해 미디어렙 논의는 민영 미디어렙의 수는 물론이고, 종합편성채널을 미디어렙 영업 대상에 넣을지를 놓고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리스트’에 흔들린 2009 한국언론의 현주소

고 장자연, 박연차, 안원구, 곽영욱의 공통점은 뭘까. 올 한해 우리 사회를 뒤흔든 ‘리스트’의 장본인들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언제나 언론이 있었다. 인기 연기자의 죽음과 전직 대통령의 서거,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정조준 등 각종 의혹이 난무하는 정국에서 언론은 언제나 선두에서 이를 확대 재생산했다. 〈경향신문〉은 2009년 한해 우리 사회를 뒤흔든 ‘입’과 ‘리스트’를 중심으로 우리 언론의 현주소를 되짚어봤다.

지난 3월 탤런트 장자연씨의 죽음은 처음에는 단순 자살사건으로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장씨의 자필 문건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세상이 발칵 뒤집혔다. 언론사 사주를 비롯해 유명 인사들이 성접대에 연루됐다는 내용이 알려지자 여론은 들끓었다.

일련의 보도 과정에서 〈조선일보〉는 사주와 회사의 명예가 실추됐다는 이유로 KBS와 MBC 등에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조선은 당시 “보도에 앞서 혐의사실의 진실성을 뒷받침할 적절하고 충분한 취재를 해야 하며, 기사가 주는 전체적인 인상으로 인해 시청자들이 오해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언론보도를 압박하기도 했다.

전직 대통령 서거라는 비극을 촉발시킨 ‘박연차 리스트’는 박 전 회장의 입이 그 자체로 ‘출발점’이자 ‘종착점’이었다. 당시 언론은 검찰이 흘리는 박 전 회장의 일방적 주장을 경쟁적으로 받아쓰며 각종 피의사실을 공개했다. 하지만 결국 ‘확인되지 않은 의혹’은 ‘기정 사실’로 호도됐고, 이는 조롱과 비아냥, 저주와 독설로 급속도로 확산됐다.

노 전 대통령 수사에 대한 언론보도가 죽은 권력을 조준한 것이었다면 지난 11월 갑작스럽게 터져 나온 ‘안원구 리스트’는 살아있는 권력인 이명박 정권을 정조준한 사건이었다. 구속된 국세청 안 전 국장 측이 도곡동 땅에 대한 실소유주 의혹과 정권실세와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커넥션을 연일 폭로하면서 ‘안원구 리스트’도 불이 붙었다.

경향은 “안 전 국장 측의 폭로는 휘발성 높은 사안임에도 친여 보수언론의 이슈선택에서 ‘이중잣대’가 극명하게 드러난 사건이었다”고 지적했다. 경향과 한겨레를 비롯한 진보매체들은 안 전 국장의 폭로를 비중 있게 다뤘지만, ‘박연차’의 입을 연일 1면으로 보도했던 보수언론은 약속이나 한 듯 ‘안원구’의 입을 외면했다.

경향은 이어 “최근 불거진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언론보도 행태는 ‘검찰수사착수-보수언론의 피의사실 흘리기-언론들의 경쟁적인 확대·재생산-여론재판’이라는 노 전 대통령 수사 당시 궤적을 판에 박은 듯 따르고 있다”고 꼬집으며 “이번 사건 역시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이라는 한 사람의 ‘입’이 출발점이었고 한 전 총리의 실명을 최초 거론한 언론사는 장자연리스트 사건 당시 무책임한 실명보도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던 조선일보였다”고 밝혔다.

한 전 총리 겨냥 피의사실 유포, 조선 ‘딥 스로트’ 밝혀질까

경향은 계속 해서 ‘조선일보 딥 스로트 밝혀질까’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한 전 총리의 5만달러 수뢰설’을 둘러싼 진실공방이 법원으로 넘어갔지만 언론계의 관심은 다시 검찰의 칼끝을 향하고 있다. ‘한명숙 공동대책위원회’는 한 전 총리의 뇌물수수 의혹보도가 검찰의 피의사실 유포에서 비롯됐다며 수사진을 고발했고, 검찰이 이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기 때문”이라며 “이번 기회에 익명의 취재원에 의존한 ‘아니면 말고’식의 고질적인 사건보도관행이 근절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고 보도했다.

▲ 경향신문 12월 30일 28면
경향은 “검찰이 수사의지만 있다면 익명의 제보자를 찾아내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아 보인다”면서 “조선일보가 지난 4일 ‘대한통운 곽영욱 사장으로부터 한 전 총리에게 수만달러를 건네줬다는 진술을 확보해 수사 중’이라는 기사를 최초 보도할 당시 곽 사장의 신병은 검찰의 손에 있었다. 따라서 검찰 수사팀부터 시작해 서울중앙지검, 대검, 법무부, 청와대, 국정원 등 수사보고 라인을 거슬러 올라가기만 하면 된다”고 밝혔다.

경향은 이어 “조선일보가 의존한 익명의 취재원이 검찰 내부가 아니라 외부권력기관이라고 해도 문제는 있다”며 “통상적인 취재보다 누군가 정치적 목적으로 수사정보를 흘렸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명숙공대위의 양정철 대변인은 “한 전 총리에 대한 수사정보가 서울중앙지검, 대검, 법무부를 넘어 국정원, 청와대까지 공유됐다면 이는 수사 자체가 정치적 의도가 있었다는 얘기”라며 “언론들이 신빙성이 떨어지는 한쪽 주장에만 의존한 채 언론플레이에 놀아난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림대 최영재 교수는 “워터게이트 사건 당시 워싱턴포스트는 딥 스로트에만 의존하지 않고 수백명의 다중취재원을 통해 사실여부를 확인한 뒤 보도를 했다”며 “경쟁상황에서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검찰발표를 그냥 보도하기보다 피의사실 공표배경을 시민단체와 정치권은 어떻게 보는지 등 비판적인 ‘메가보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010년 전쟁 영화·드라마 봇물 ‘반공’ 논란

한국전쟁 60년을 맞는 2010년을 앞두고 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와 드라마 제작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KBS와 MBC는 각각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 〈전우〉와 〈로드 넘버원〉을 각각 내년 5, 6월 방영할 계획이다. 극장가에선 한국전 당시 71명의 학도병과 북한 정규군과의 전투를 담은 영화 〈포화 속으로〉가 개봉된다.

경향은 “그러나 일부 작품은 벌써부터 제작의도를 놓고 잡음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KBS가 약 60억원을 투입하는 20부작 드라마 〈전우〉는 1970년대 중반 방영됐던 동명의 대표적인 반공드라마를 리메이크한다. 김형일 책임PD는 “반전과 평화의 메시지가 담긴 휴머니즘 드라마”라고 밝혔지만, 하필 반공드라마를 표방했던 작품을 리메이크할 이유가 있느냐는 지적이다. 엄경철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준비위원장은 이 드라마와 관련, “전쟁의 교훈을 되살리는 것을 비판할 수는 없지만 행여 반공주의를 앞세울까 걱정된다”고 밝혔다.

짧은 준비기간도 내부적 문제로 지적된다. 김인규 KBS 신임 사장이 지난달 24일 취임식에서 “〈전우〉라는 타이틀의 특별기획 드라마를 제작한다”고 밝히면서 급물살을 탔으나 아직까지 주연 배우들도 결정되지 않았다. 첫 기획서가 만들어진 게 지난 11월. 최근에야 70년대 〈전우〉를 연출한 문영진 PD를 비롯해 4명의 PD가 영입됐다. 대본도 3부 초고만 나온 상태. 경향은 “일반적으로 규모가 큰 시대극은 준비기간만 1년~1년6개월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전우〉의 내년 5, 6월 방영은 현실적으로 무리”라고 지적했다.

이에 반해 MBC 16부작 드라마 〈로드 넘버원〉은 3년 전부터 이장수 감독이 준비한 작품으로 이미 16부 대본이 모두 완성돼 있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작가 한지훈씨가 극본을 썼다. 총제작비는 110억원. 소지섭, 윤계상, 김하늘이 주인공으로 출연한다.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두 남자(소지섭·윤계상)와 한 여자(김하늘)의 사랑과 우정에 대한 약속을 그리는 작품이다. 〈전우〉와는 극단적 대비를 보인다.

150억원의 제작비가 들어가는 대작영화 〈연평해전〉은 아예 뉴라이트단체로 분류되는 방송개혁시민연대(이하 방개혁)가 공식적으로 후원하는 작품. 김강원 방개혁 대표는 “연평해전으로 우리 해군 6명이 전사했는데도 MBC 등 일부 언론은 이를 우발적 사고라며 왜곡 보도했다”면서 “영화를 통해 이를 바로잡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향은 “내년 제작되는 전쟁물은 한결같이 국방부 등 정부의 지원 없이는 제작이 불가능한 작품들”이라며 “이 때문에 보수정권을 표방한 현 정부의 입맛에 맞출 수밖에 없는 한계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방송 3사 연기대상 30·31일…대상 트로피는 누구에게?

지상파 3사의 연말 연기대상 시상식이 30일과 31일 개최된다. 먼저 MBC는 30일 오후 9시 55분부터 3시간 동안 〈연기대상〉을 방영한다. 동아는 “MBC에서는 〈선덕여왕〉과 〈내조의 여왕〉이 인기 드라마로 압축된다”며 “이에 따라 대상은 〈선덕여왕〉의 고현정과 이요원, 〈내조의 여왕〉의 김남주가 각축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KBS와 SBS는 31일 오후 9시 50분 나란히 연기대상을 방영한다. KBS는 제작비 200억 원을 투입한 드라마 〈아이리스〉의 이병헌과 사극 〈천추태후〉의 채시라가 대상 후보로 유력하다고 동아는 전했다.

SBS 대상의 주인공은 안개 속이다. 〈스타일〉의 김혜수, 〈아내의 유혹〉의 장서희, 〈찬란한 유산〉의 이승기와 한효주가 후보로 손꼽힌다. 동아는 “〈찬란한 유산〉이 올해 드라마 최고 시청률 47.1%를 기록했지만 두 주인공이 모두 톱스타급은 아니라는 게 걸림돌”이라며 “‘엣지있게’라는 유행어를 만든 김혜수의 〈스타일〉은 시청률 20%를 넘지 못했고, 장서희는 열연에도 불구하고 ‘다른 여자로 변신해 남편을 유혹한다’는 극중 설정이 저질 드라마 논란을 일으켰다”고 전했다.

SBS, 다음 ‘텔존’에 제동…“방송 콘텐츠 가져가지 마라”

최근 포털사이트 다음(daum)의 연예정보 서비스 ‘텔존’에 SBS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고 중앙일보가 보도했다. SBS의 방송저작물 유통을 담당하는 SBS 콘텐츠허브가 이달 초 텔존의 일부 게시물에 삭제 요청을 한 것이다. 중앙은 “삭제 대상에는 저작권 침해 정도가 낮은 화면 캡처, 움짤(움직이는 이미지) 등이 포함돼 네티즌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고 전했다.

▲ 중앙일보 12월 30일 23면
텔존은 TV 프로를 중심으로 한, 유저(user) 주도의 정보 공유 플랫폼이다. 방송 프로그램이나 연예인 별로 게시판을 제공하면 팬들이 UCC를 만들거나 명장면을 캡처하며 시청소감을 공유한다. 하루 방문자만 100만 명에 이를 정도로 인기다.

때문에 SBS의 이번 조치는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중앙은 “그간 방송사들이 포털에 통상적으로 해온 ‘저작권 권리 침해 신고’를 넘어섰다. 자사 사이트를 제외하고는 단순 면 캡처도 일체 불허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라며 “현재는 텔존에 한정돼 있지만 앞으로 여타 포털, 게시판으로 대상을 넓힐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이렇게 강화된 저작권법 적용이, 별다른 상업적 목적이 없는 네티즌들의 유희문화, 대중문화 텍스트를 비틀어 새로운 의미를 발생시키는 창의적인 2차 가공까지를 잠정적 도둑질로 규정한다는 점”이라며 “이 기준대로라면 다음에서 ‘무한도전’을 검색해 나오는 11만개의 블로그 역시, 이미지를 올린 한 불법 논란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중앙은 “콘텐트 산업 활성화를 위한 불법다운로드 근절, 저작권 보호는 더이상 강조할 필요가 없는 사항”이라며 “그러나 텔존을 주로 찾는 10대~20대 초반 디지털 키드들이 드라마를 가지고 노는 것조차 불법이라면, 말로만 ‘디지털 강국’, 유희를 통해 창의력을 키우는 ‘디지털 상상력’의 싹을 잘라내는 것은 아닐까 싶다”고 지적했다.

공정위, 중앙일보 횡포에 ‘경고장’

중앙일보사가 판매지국에 목표부수를 강제할당하는 행위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3년8개월 만에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한겨레가 보도했다.

공정위는 2006년 4월 신고된 ‘중앙일보사의 신문업에 있어서의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건’을 지난 18일 심의한 뒤 “자신의 거래상 지위를 이용하여 판매부수 기준을 정하고 이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경고장 등을 발송하는 방법으로 판매목표를 강제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며 시정명령을 내리고, 이를 지난 28일 중앙일보사에 통보했다.

이 사건은 중앙일보 지국장 출신인 김동조 전국신문판매연대 위원장이 2006년 4월 공정위에 조사를 의뢰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당시 중앙일보는 지국부수 대비 10%를 확장하지 못하면 경고장과 최고장을 보내고, 이를 근거로 계약해지를 했다”며 “뒤늦은 결정이지만 본사 횡포가 사라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 새해 화두 ‘일로영일’

이명박 대통령이 신년화두로 일로영일(一勞永逸)을 선정했다고 동아가 보도했다. 일로영일은 ‘지금의 노고를 통해 이후 오랫동안 안락을 누린다’는 뜻으로 청와대는 “이 대통령이 재임 중 각고의 헌신을 다해 나라를 반석 위에 올려놓고, 다음 정부와 세대에 선진 일류국가를 물려주자는 각오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선정 배경을 설명했다.

청와대는 또 올해 성과를 ‘위기를 넘어 미래로’로 정의하고 자체 선정한 15대 정책뉴스와 국정운영 성과를 발표했다. 보도에 따르면 15대 정책뉴스로는 △경제위기 적극 대응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유치 △원전 첫 수출 △친서민정책 강화 △개발원조위원회(DAC) 가입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 △4대강 살리기 착공 △미디어산업 선진화 등이다.

동아는 또 “국정운영 성과와 관련해선 100대 국정과제 산하 1049개 세부실천과제 중 1008개(96.1%)를 완료했거나 정상 추진 중인 것으로 평가했다”며 “완료 및 정상 추진 과제에는 4대강 살리기와 세종시 자족기능 확충 등도 포함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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