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세종시’ ‘원전수주’ 방송 위에서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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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2일·1월 5일 잇따라 기획특집 내보내…기자들 우려 목소리도

KBS가 최근 잇따라 내보낸 기획특집이 경영진의 일방적 지시에 따라 방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들 사이에서는 이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KBS는 지난달 22일과 지난 5일 <시사기획 쌈> 방영 시간대에 기획특집 <세종시, 성공의 조건은?>과 <한국형 원전 세계로>를 방송했다. 원전 수주는 정부가 치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사업이며, 세종시 문제 역시 정부의 수정안 추진 움직임이 한창 진행 중이다.

KBS 복수의 기자들에 따르면, 두 방송 모두 윗선에서 방송 날짜를 지정하고 취재를 지시했다. <한국형 원전 세계로>는 지난달 27일 아랍에미리트와의 원전 수주 계약이 성사된 이후 불과 10여 일 만에 방송이 제작됐다. 이미 1월 5일로 편성 날짜가 정해졌고, 기자들은 이에 맞춰 제작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기자들은 보도제작국장에게 경영진의 일방적 방송 지시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이것이 반복되지 않도록 소위원회를 꾸려 아이템 관련 회의를 하자는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시, 성공의 조건은?> 역시 기자들이 자발적으로 내놓은 아이템은 아니다. 취재도 통상 3개월이 주어지는 <쌈>의 제작 기간보다 짧은 한 달 보름 여 동안 이뤄졌다. 또 이미 <쌈>에서 세종시 관련 문제를 한 차례 다뤘기 때문에 기획특집에서 다룰 내용의 한계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시 정부의 수정안 발표 움직임 등으로 세종시 이슈가 달아올랐고, 2편에 대한 지시가 내려와 제작이 이뤄졌다.

▲ 지난 5일 방송된 KBS 기획특집 <한국형 원전 세계로> 중 이명박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 모하메드 왕세자에게 전화하는 모습. ⓒKBS

기자들은 아이템 선정 ‘과정’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물론, 취재 여건과 내용에 대해서도 걱정스러운 목소리를 내고 있다. 

KBS의 한 기자는 “‘세종시’나 ‘원전’이나 방송할 만한 아이템은 맞다”면서도 “문제는 충분히 취재할 시간을 주는지, 그 안에 어떤 내용을 담는지 등인데 취재할 시간이 충분치 못했고, 급하게 만들다 보니 내용에도 한계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10여 일만에 제작된 <한국형 원전 세계로>와 관련해 “워낙 시간이 촉박했기 때문에 그 시간에 담을 수 있는 내용에 한계가 있어 오해의 소지가 생길 수 있다고 본다”며 “그러나 이미 편성 날짜가 잡혀 내려왔다. 결국 시청자들이 (방송을 보고)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달려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KBS의 또 다른 기자 역시 “‘세종시’나 ‘원전’ 모두 큰 뉴스기 때문에 다룰 순 있지만, 사측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추진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급하게 만들 경우, 그동안 나온 내용을 정리·요약하거나 정부 발표문에 의존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면서 “내부 회의를 거쳐 아이템을 선정하고 방향과 내용 등에 대한 동의를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영진의 일방적인 방송 지시에 따른 인력 수급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있다. KBS의 한 기자는 “이런 현상이 계속되면 정해진 인원 속에서 <쌈>의 품질 유지도 어렵게 된다”며 “한주 기획특집을 하기 위해 3~4명이 투입되면 다음 방송 제작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경영진의 일방적 방송 지시와 관련해 나오는 우려에 대해 이화섭 보도제작국장은 “제작자들은 기본원칙에 따라 제작하고 프로그램 결과물로 평가받는다”며 “<PD저널>이 악의적인 의도를 갖고 취재하는 것은 상도의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시사기획 쌈>은 12일부터 <시사기획 KBS 10>으로 이름을 바꿔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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