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건축 칼럼니스트’로 불러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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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6년 8개월 만에 SBS ‘뉴스비평’ 끝낸 언론인 성한표씨

성한표 전 한겨레 논설주간이 6년 8개월 만에 SBS 〈열린TV 시청자 세상〉 ‘뉴스비평’ 진행에서 물러났다.

성한표 전 주간은 지난 2003년 5월 10일부터 총 348회에 걸쳐 SBS 뉴스에 대해 쓴 소리를 해왔다. 그런 그가 지난해 12월 31일 마지막 인사를 고하자 일부에선 의혹의 눈초리를 보였다. 비판의 목소리를 제거하려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오히려 “주위 시선들 때문에 SBS에서 신경이 많이 쓰였을 것”이라며 “그런 건 전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언젠가는 끝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난해 여름부터 연말까지만 하기로 분명히 해뒀다. 신문 칼럼은 크게 부담이 없는데, 뉴스비평은 부담이 크다. 매주 수요일은 준비하느라, 목요일은 녹화다 뭐다 해서 하루 종일 매달렸다. 매주 상당한 부담이었다.”

그는 SBS 뉴스를 다른 언론보도와 직접 비교하지 않는다는 원칙과 실제 현장에서의 어려움이나 불가피성까지 고려하며 뉴스비평에 임했다. 그렇게 이뤄진 그의 비평은 꽤 혹독하기로 유명하다. 때로는 ‘저렇게까지 해도 되나’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의 기준은 명확했다.

“먼저 논쟁을 보도할 때 보도하는 기자가 논쟁에 대해 나름대로 의견을 갖고 있어야 한다. 분명한 사실은 짚고 그 위에서 논쟁을 전개해야 하는데, 현실은 양쪽의 얘기를 전달하는데 급급하다. 그리고 국회 보도 시 중요한 건 ‘어떻게’ 논의되고 있는지 ‘내용’을 전달하는 것인데, 싸웠느니 안 싸웠느니 하는 문제만 부각시킨다. SBS뿐 아니라 항상 되풀이되는 문제다. 또 하나는 관점이 없다는 거다. 관점을 갖고 문제를 보되 관점이 보편성을 가지는지 늘 검증해야 한다. 관점을 갖되 올바른 관점을 가질 필요가 있다.”

 

▲ 언론인 성한표씨. 오는 봄부터는 그를 '건축 칼럼니스트'로 함께 소개해야 할 것 같다. ⓒPD저널

워낙 ‘센’ 비판이 주를 이루다 보니, 처음엔 SBS 보도국 내부의 반감도 있었다. 주위에선 “가끔은 잘 한다고 칭찬도 해줘야 한다”며 조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불과 5분 정도의 시간인데, 할 얘기가 너무 많아서 그럴 여유가 없었다”고 말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반감은 서서히 줄어들었고, SBS 뉴스의 긍정적인 변화들이 나타났다. 그는 “6년 전만 해도 전체적으로 엉성했는데, 뉴스의 짜임새와 전달 능력이 놀랍게 발전했다”고 평가했다. 그가 6년 8개월 만에 처음으로 한 ‘칭찬’인 셈이다.

그는 ‘뉴스비평’ 마지막 방송에서 “SBS 뉴스를 SBS 방송에서 비판한다는 것이 아무리 옴부즈맨 프로그램이라 해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면서 “SBS, 특히 보도국의 관용의 정신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왜 내 비평에 대해 SBS 보도국이 ‘관용’의 태도를 취했는지는 모르지만, 전반적인 내용에 공감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그런 관용의 태도가 자기 변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6년 8개월간 비평자로 마이크를 잡아온 그는 최근 새로운 곳에 관심을 두고 있다. 다름아닌 건축이다. 그는 “뉴스란 게 매일 새로운 사건을 전하지만, 흐름을 보면 같은 얘기를 계속 한다. 뉴스 비평도 몇 주 모아 보면 마찬가지”라며 “창조적인 일을 고심하던 중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는 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했다. “건축이란 게 어떻게 보면 정치보다 우리 삶에 밀착한 주제 아닌가. 정치에 관해선 누구나 한 마디씩 하지만, 건축은 그렇지 않다. 건축 일반 쟁점에 대해 누구나 한 마디씩 할 수 있도록 대중 속으로 끌어내리려고 한다.”

“일단은 내가 말할 수준이 돼야 한다”는 그는 최근 건축에 관한 책을 탐독하며 공부에 힘을 쏟고 있다. 조만간 새 명함도 만들고, 매체 기고도 시작할 작정이다. 이르면 봄부터는 성한표라는 이름 옆에 ‘언론인’ 외에 ‘건축 칼럼니스트’라는 생소한 소개를 볼 수 있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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