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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일 칼럼

자식들의 교육을 걱정한다면 … l승인1997.06.2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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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나라가 망하려는지 앞에 ‘망국적’이란 수식어가 따라 붙는 일들이 늘어만 간다. ‘망국적’ 부동산투기, ‘망국적’ 교통지옥, ‘망국적’ 사치풍토, ‘망국적’ 외래문화 등등 실로 많은 망국적 현상 가운데 요즈음에 지속적으로 사람들의 혀를 차게 하는 것이 ‘망국적 사교육’이다.차라리 공교육을 폐지하자는 과격한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심각한 ‘사교육’의 폐해는 더 이상 거론할 필요도 없다. 다만, ‘사교육’이란 아무리 광범위한 현상일지언정 ‘교육’이라 부를 수 없다는 점만은 확인하자. ‘가정교육’이나 ‘사회교육’ 등과는 달리, ‘사교육’은 학생과 부모의 등을 휘게 하는 입시위주의 경쟁적 교육제도로부터 파생되어 이를 고착화하는 ‘망국적 과외공부’일 뿐이다.하지만 정말로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망국적’ 과외공부를 강요하는 ‘망국적’ 교육제도를 국가차원에서 개선하려는 의지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치가 제일이요 경제가 다음이고 사회, 교육, 문화, 환경은 당연히 뒷전으로 밀어버리는 이 시대의 권력자들은 아마도, 고액과외든 해외유학이든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기 자식들을 키웠을 터이니, 지금의 교육이 뭐 어떻다고 난리냐고 되물을 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언제 자기 자신이나 가족의 범주를 벗어나 ‘국가와 민족의 백년대계’를 위해서 고민하는 정치지도자를 만난 적이 있었던가?안타깝게도 이렇게 잘못된 교육구조와 우리의 방송이 연결되는 지점에 교육방송이 있다. 학교교육이 방기하고 있는 광범위한 사회교육을 담당하는 것이 애초의 교육방송의 이념이었음에도, 교육정책의 실패를 무마하려는 교육부의 뜻대로 교육방송의 대부분은 학교교육의 연장이 될 수밖에 없었고, 이는 최근 교육방송원으로 바뀐 뒤에도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았다. 열악한 재정구조는 여전했고, 교육부는 현업자들이 반대하는 자격미달의 인사들을 교육방송원의 고위직에 들어앉혔다. 그리고 얼마 뒤 교육방송 ‘비리사건’이 불거졌다.이 즈음에 ‘비리’라는 말처럼 흔한 단어도 없다. 수조원대의 권력형 비리에서부터 십만원대라는 교사 촌지비리에 이르기까지, 돈이 오가는 데는 물론이고 돈이 오가서는 안되는 곳까지 구석구석 들어찬 비리를 예서 다 열거해 무엇하랴! 하지만, 흔하디 흔한 이 ‘비리’라는 단어도 ‘교육부’ 또는 ‘교육방송원’과는 어울릴지언정 ‘교육방송’과 그 방송을 만드는 방송현업자들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교육방송이 어떤 방송인가! 자존심이 상할 정도로 타 방송사와 차이나는 임금을 받으면서, 그리고 손이 부끄러울 정도의 제작비를 가지고서도 타 방송사를 능가하는 작품들을 속속 만들어내고 있는 교육방송을 상식적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도저히 제작할 환경이 못되어 다른 곳으로 가버린 사람이 부지기수인 가운데서도, 건강한 일선 교사들처럼 자기 직업을 천직으로 여기고 자존심 하나로 프로그램에 매진해온 사람들이 교육방송 현업자들이다. 남의 몇분의 일도 안되는 제작비로 만든 프로그램으로도 때때로 각종 작품상을 따내는 놀라운 정신력의 소유자들이 교육방송의 현업방송인들인 것이다. 이들이 어처구니없게도 교육방송 비리의 공범인 것처럼 싸잡아 매도되었다. 하지만 무슨 특종인양 대서특필된 교육방송의 비리란, 교육부가 임명한 교육방송원의 부원장과 일부 간부들의 짓이었을 뿐, 신문이나 검찰이 바라던 바 일선 PD들의 비리는 미안하게도 존재하지 않았다. 특정한 의도에 따라 ‘내사 단계의 혐의’ 따위를 공표하는 검찰의 비열한 관행도 문제이지만, 그것을 기다렸다는 듯이 받아다 대서특필하거나, 한술 더 떠 저급한 표현의 사설 따위로 방송을 싸잡아 비난하는 매체들의 행태는 그야말로 ‘망국적’이다. 기회 있을 때마다 방송을 공격함으로써 위성방송이라도 따내야 퇴락하는 사세를 회복시킬 수 있겠다는 종사자들의 무의식적 충정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나, 그것도 ‘언론’이라면 공정한 기사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하지 않을 정도의 사실확인은 하고서 기사든 사설이든 써야 할 것 아닌가! 우리 모두, 그리고 아직도 교육방송이 비리의 온상인 것처럼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더욱더, 자기 자식들이 처해 있거나 처하게 될 교육환경을 한번 돌아볼 일이다. 그래서 지금의 교육이 ‘망국적’ 교육이라는 생각에 동의한다면,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 모색에 청춘을 바쳐온 ‘무공해방송인’들이 바로 교육방송의 현업자들이었다는 사실과, 따라서 지금은 그들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을 멈추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그들을 격려할 때라는 점을 아울러 깨달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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