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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따져보기] 지용진〈무비위크〉기자

▲ 왼쪽부터 월화드라마 KBS2〈공부의 신〉SBS〈제중원〉MBC〈파스타〉.

전초전은 끝났다. 이제부터는 전면전이다. 지난 주 1, 2회를 마친 방송 3사의 월화드라마 경쟁이 본격 시작된다. 몸은 풀었으니 지금부터는 굳히기에 들어가는 셈이다. 월화드라마 〈공부의 신〉(KBS2) 〈제중원〉(SBS) 〈파스타〉(MBC)가 펼치는 드라마 삼국지에서 누가 승리의 깃발을 꽂을 수 있을까? 각 작품의 관전 포인트를 짚어본다.

초반 기선제압에 나선 드라마는 〈공부의 신〉. 지난 1월 4일 동시 출격한 세 드라마 중에서 〈제중원〉이 첫 회 시청률은 제일 높았지만, 2회에서는 〈공부의 신〉에 역전 당했다. 5일 방송된 〈공부의 신〉의 시청률은 18.5%(TNS미디어코리아 기준), 〈제중원〉과 〈파스타〉가 각각 15.8%, 11.9%를 기록했다.

먼저 〈공부의 신〉은 그 동안 볼 수 없었던 학원 드라마를 표방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일본 드라마 〈드래곤 사쿠라〉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만화 같은 캐릭터와 소재로 신선한 반향을 일으켰다. ‘(꼴통)학생들의 일류대 보내기’라는 이야기는 현재 대한민국의 코드와 밀접하게 닿아있다는 점에서 공감대를 얻을 소지가 다분하다.

무엇보다 무겁고 진지할 수도 있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재해석한 화법이 돋보인다. 그 중심에 김수로가 있다. 전직 폭주족 출신 변호사답게 화끈하고 거침없다. 그가 이끄는 ‘천하대 특별반’은 이 사회가 안고 있는 중요한 화두인 ‘사교육’에 맞서 그들만의 리그를 준비하고 있다. 말하자면, 박성광 식 표현으로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에 외치는 꼴찌들의 반란을 기대할 수 있다. 오랜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한 배두나와 ‘반항아’ 유승호의 까칠한 면모가 드라마의 결을 풍부하게 해주는 것도 묘미다.

조선 최초의 외과 의사가 된 백정 출신 황정(박용우)의 석세스 스토리를 담은 〈제중원〉은 밑바닥부터 꼭대기로 올라가는 그의 험난한 여정이 관건이다. 그래서 같은 맥락의 드라마 〈허준〉이 그랬던 것처럼, 역경을 딛고 꿈을 이루는 황정의 희망적인 이야기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1회부터 짓밟히고, 무시당하면서 혹독한 나날을 보내는 그의 삶은 드라마틱한 기복을 형성하는 의미를 지녔다.

신분 차별의 어려움 속에서도 세상의 편견을 극복하는 그의 열정적인 모습은 요즘처럼 살기 팍팍한 시대에, 시청자들에게는 달콤한 자극제나 다름없다. 그런 점에서 박용우의 어깨가 무겁다. 충무로에서 인정받는 그가 브라운관에서도 통할지는 미지수다. 그가 백정과 외과의사라는 극단의 캐릭터를 얼마나 입체적으로 연기하느냐에 따라 이 드라마의 성공 여부가 달린 셈이다.

요리를 소재로 한 트렌디 드라마 〈파스타〉는 화려한 색감의 오감을 자극하는 역동적인 화면으로 시선을 끌었다. 초반에는 품격 있는 요리를 탄생시키는 주방의 치열한 공기를 다루면서 사극이나 학원물이 보여줄 수 없는 이미지로 승부했다. 하지만 〈파스타〉는 주방의 온도가 느껴지는 〈헬스 키친〉이나 〈예스 쉐프〉 같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아니다. 〈파스타〉의 주방에는 로맨스가 있다. 주방을 둘러싸고 얽히고설킨 주인공 네 명이 펼치는 달콤, 쌉싸름한 로맨스가 이 드라마를 요리하는 재료나 마찬가지다.

▲ 지용진〈무비위크〉기자

아쉬운 점은, 강마에가 빙의된 듯한 ‘독재자’ 이선균의 카리스마가 아직은 힘이 부족해 보인다는 점이다.

1, 2회로 배경설명은 끝났다. 〈공부의 신〉의 특별반은 이미 꾸려졌고, 〈제중원〉의 소근개는 자신의 솜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파스타〉의 주방에도 로맨스의 싹이 틔기 시작했다. 서로 다른 매력을 갖고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한 지금부터가 시청자들로선 행복한 고민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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