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초콜릿의 IHQ인수, 종편과 미디어렙의 함수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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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초콜릿의 IHQ인수, 종편과 미디어렙의 함수관계
[원성윤의 연예계 엎어컷]
  • 원성윤 기자
  • 승인 2010.01.15 19:0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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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초콜릿 카페에서 아이비(왼쪽)와 박경림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Mnet
가수 아이비가 출연한 엠넷 리얼리티 프로그램 <IVY BACK>을 보면, 박경림과 함께 찾는 카페가 있다. 두 사람이 속한 소속사 디초콜릿이앤티에프(De Chocolate E&TF, 이하 디초콜릿)가 운영하는 카페 ‘디초콜릿 커피’다. 압구정, 청담, 학동, 서래마을 등 강남에서 인기가 많다. 매장 외관 전면의 통유리와 안도 다다오 식의 노출 콘크리트, 목재를 혼용해 벽과 천장을 마감 처리한 인테리어 감각이 돋보이는 카페다.

연예제작사가 웬 커피숍이냐고 반문할 지도 모르겠다. 2000년대 후반 들어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이들이 눈을 돌린 곳이 바로 커피숍이다. 스타벅스 이후 한국에서는 카페장사가 적자 없는 수익사업으로 각광 받으면서, 이들의 눈에도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커피숍이 들어온 것이다. 일명 ‘한예슬 커피’로 불리는 ‘카페베네’ 역시 연예기획사 IHQ가 만든 카페다. 본업은 연예기획사로, 부업은 카페산업으로 최근 연예기획사들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은 그만큼 이 시장이 가지고 있는 자본의 불안정성 때문이다.
 
이번 주 가장 떠들썩한 연예산업의 뉴스는 바로 디초콜릿의 IHQ 인수추진 소식이다. 유재석과 전지현이 한솥밥을 먹게 된다는 소식은 연예부 기자들과 증권·산업부 기자들이 동시에 관심을 가질만한 이슈였다. 현재 디초콜릿은 강호동, 유재석, 고현정을 비롯해 신동엽, 김용만, 윤종신 등 방송가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예능계 블루칩들이 다수 소속돼 있다. 여기에 전지현, 장혁, 조인성, 차태현 등이 톱스타만 수십 명에 달하고 드라마, 예능, 영화를 제작하는 IHQ를 디초콜릿이 흡수한다? ‘미디어 빅뱅’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지난해 연말 대상식의 수상자를 떠올려 본다. 강호동이 KBS <연예대상>을 받은 것을 비롯해 유재석이 MBC·SBS <연예대상>을 받았다. 고현정은 MBC <연기대상>까지 받았다. 디초콜릿 소속 연예인이 대상만 4개를 휩쓴 것이다.

이런 자신감 때문에 디초콜릿은 최근 자사 연예인들의 얼굴이 담긴 현수막을 서울 논현동 사옥에 걸고, 각 언론사에게 보도자료를 통해 ‘2010년, 디초콜릿은 종합 미디어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디초콜릿이 방송사 주력 예능 프로그램 MBC <황금어장>, SBS <스타킹>, <일요일이 좋다> 등을 외주 제작하는 점을 고려하면 수긍이 갈만하다.

또한 디초콜릿이 유재석이 출연하는 SBS ‘패밀리가 떴다’와 MBC <무한도전>에 대해 흘렸던 말을 짚어보자. SBS 하차 소식이 전해졌을 때 SBS에서는 “유재석이 SBS의 신규 예능 프로그램과 출연계약을 맺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와 기사화 됐다. 방송3사의 프로그램 안배론을 거론하며 기사가 쏟아질 무렵, 디초콜릿은 “사실 무근”이라며 이를 단칼에 잘랐다.

<무한도전>에 대해서는 유재석이 2010년 계약만료 시점이라는 점과 3년 전 디초콜릿 측에 외주제작을 주기로 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유재석의 하차를 언론을 통해 슬쩍 흘렸다. 하나의 연예제작사를 뛰어넘는 수준의 권력으로 자리매김 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결국 디초콜릿의 IHQ 인수는 연예인 기획사의 인수·합병을 통한 시너지 효과와 더불어, 방송 프로그램 외주제작을 통한 종합미디어그룹으로 가겠다는 포석이 깔려있다. 특히 재논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미디어법이 처리돼 종합편성채널이 연내 도입이 점쳐지고 있는데다 민영 방송광고 판매대행사인 미디어렙이 도입은 자본 쏠림현상을 극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디초콜릿 사옥 ⓒ디초콜릿
디초콜릿의 위력은 종합편성채널에서 더욱 크게 발휘될 것이다. 지상파 3사를 포함해 적게는 4~6개의 채널사이에서 프로그램을 저울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정상급 톱스타를 모셔가기 위한 방송사의 ‘러브콜’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여기에 지상파 방송 광고시장이 경쟁체제로 가는 미디어렙이 도입 또한 이들에게는 호기다. 미디어렙에서는 시청률에 따라 광고단가가 정해지기 때문에, 광고단가 상한제가 없어진다. 현재 유재석과 강호동이 한 회당 800만 원 대를 받고 있는 프로그램 출연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금액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연예인들 사이에서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극화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디초콜릿의 IHQ 경영권 인수가 마무리 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뒤집힐 확률이 높다. IHQ 전신인, 싸이더스 HQ를 설립한 IHQ의 2대 주주 정훈탁 사장이 IHQ의 1대 주주인 SK텔레콤의 경영권 지분매각을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의 자본투자 당시 법무법인 김앤장(Kim & Chang)을 통해 우선매수권(First right of refusal) 조항을 넣어놨고, 본인이 SK텔레콤 지분을 거둬들이겠다는 입장이다. 디초콜릿에는 못 판다는 것이다.

IHQ 측에서는 “더구나 경영권을 인수할 대상이 적자가 계속되고 있는 부실기업 디초콜릿이라 정 사장이 부득이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현재 디초콜릿 경영권에서 멀어져 있는 신동엽, 은경표를 서포터하고 있는 우호자본이 정훈탁 사장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현 디초콜릿 경영진에 대해 적대적인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다. (신동엽과 은경표는 DY엔터테인먼트 공동대표였다. DY는 팬텀에 인수된 뒤 디초콜릿에 흡수됐다. 이들은 지난 5년간 적자를 기록하는 디초콜릿의 재무악화를 이유로 경영권에 참여할 기회를 계속 엿보고 있는 상황. 여기에 정훈탁 사장이 경영권 인수를 위한 우호자본으로 참여하고 있다.)

상황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디초콜릿의 경영권을 둘러싼 다툼이 계속될 것이고, 자중지란으로 소속사가 쪼개지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종편과 미디어렙이 출범하게 되면, 이익 극대화를 위해서라도 M&A는 어떤 형태로든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거대 기획사의 독과점적 시장지배를 묵인 할 것인가. 향후 공정위, 국회 등에서 관련 법률의 검토가 필요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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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zzz 2010-01-17 02:23:28
디초콜렛이 새로운 몬스터로 등장하는것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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