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 가진 ‘그들이 사는 세상’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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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22살 ‘PD 지망생’ 이수현 씨

이수현 씨는 당찼다. PD가 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고, 어떤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은 지에 대해 얘기할 때 그의 한 마디 한 마디는 신중하고 진지했다. 그는 한국PD연합회의 ‘예비PD 특강’ 1기 수강생 중 유일한 22살(1989년생)이다.

스물두살 PD 지망생이 생각하는 PD는 “힘들지만 재미있는 직업”이다. 특히 그가 PD라는 직업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그들의 ‘열정’ 때문이다. 일찌감치 이수현 씨는 PD들의 열정을 동경했다. 그는 대학 입학 전 친구에게 “난 PD가 되면 돈 못 벌어도 상관없고, 내 시간이 없어도 좋아. 일 자체가 너무 재미있어서 괜찮을 거 같아”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 씨는 또 “PD가 제작하는 프로그램은 뉴스나 신문보다 사회현상을 시청자에게 친근하게 전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만큼 사회적 책임이 크다는 뜻. 그는 “재미로 예능 프로그램을 볼 때도 알게 모르게 전해지는 메시지가 있다”며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PD는 항상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기준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 이수현 씨(한양대 신문방송학과 2학년) ⓒPD저널
또래 친구들은 어떨까? 이수현 씨는 “주변의 친구들과 얘기해보면 PD는 자기들이 즐겨보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이고, 제작현장을 지휘하는 직업인만큼 대부분 ‘멋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다른 직업에 비해 숫자가 얼마 되지 않는 희소성도 매력적이다. 일반적으로 PD는 되면 좋지만, 과정이 힘들어 포기하는 직업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이수현 씨가 처음 PD를 꿈꾸게 된 이유는 꽤나 평범하다. “어릴 때부터 TV 보는 걸 좋아했고, 직접 만들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장래희망을 PD로 굳히기 까지는 약간의 ‘궤도수정’이 필요했다. 의사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이 씨는 고등학교 때 ‘당연히’ 이과를 선택했고, 첫 입시에서도 자연계 학과에 진학했다. 하지만 곧 인문계로 진로를 바꾸기로 결심했고, 재수를 하면서 PD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 신문방송학과가 있는 한양대 사회과학부에 입학했다.

새 학기에 2학년이 되는 이수현 씨는 드라마 PD로 진로를 정했다. 드라마는 TV 장르 가운데 그가 가장 애착을 갖고 있는 분야다. “어렸을 때부터 엄마랑 밤에 드라마 보는 시간을 좋아했다”는 이 씨지만 PD를 장래희망으로 결정하고부터는 드라마를 보는 눈이 달라졌다. 그동안 스토리 중심의 재미위주로 드라마를 봤다면, 이제 화면이나 그 밖의 다른 요건들을 꼼꼼히 살피게 된 것.

이수현 씨는 기억에 남는 드라마로 <연애시대>와 <베토벤 바이러스>, <그들이 사는 세상(그사세)>, <아이리스> 등을 꼽았다. 특히 드라마 PD들의 모습을 생생히 담아낸 <그사세>는 “재미도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많은 영향을 미친 작품이었다”고 이 씨는 말했다.

하지만 2010년 대한민국에서 PD가 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경제 위기로 방송사들은 채용을 더욱 줄였고, PD 지망생들은 더 좁아진 ‘언론고시’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 ‘5명을 뽑는데 수천명이 지원했다’는 등의 얘기는 이수현 씨에게도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주변에서는 “너무 방송사 시험에 목매지 마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아직까지 영향력이 큰 지상파 방송사는 PD 지망생들의 1차 목표일 수밖에 없다.

이처럼 PD를 꿈꾸는 사람들은 많지만, 그에 대한 ‘정보’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 이수현 씨는 이번 예비 PD특강에서 ‘갈증’을 채웠다. 그는 “유명 PD들을 직접 만나 기획안 작성 등을 직접 배울 수 있어 실질적인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예비PD 특강에서 만난 PD들은 하나 같이 ‘새로움’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장르를 떠나 방송의 원래 목적인 ‘국민의 알 권리’ 충족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하게 했다. 이수현 씨는 “‘예능프로는 재미가 목적이지만, 사회적 공익을 기준으로 잡아야지 너무 재미에만 매몰되면 안 된다’는 KBS <1박 2일> 나영석 PD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 때문일까. 드라마 PD를 지망하는 이수현 씨가 만들고 싶은 작품은 ‘픽션’이지만 동시대의 사회현실을 외면하지 않는 작품이다. 이 씨는 “동화 같은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정말 현실적인 드라마를 만들고 싶다”며 “왜곡 없이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담아내는 작품을 만들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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