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세란 오랫동안 준비해서 만인에게 봉사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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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세란 오랫동안 준비해서 만인에게 봉사하는 것”
[인터뷰] SBS 스페셜 4부작 ‘출세만세’ 남규홍 PD
  • 원성윤 기자
  • 승인 2010.01.19 14: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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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프로그램을 1시간 보고도 (의미를) 못 찾아내는 것은 그 사람의 한계다. 극단적으로 말해 이걸 폄하하는 사람들은 보지 않아도 좋다. 프로그램을 통해 하나라도 건져갈 수 있는 사람에게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출세’라는 한국인의 뇌관을 건드린 남규홍 PD. 그는 선명한 주제의식만큼이나 인터뷰를 하는 동안 강한 어조로 말했다. 지난 3일 첫 방송된 SBS 스페셜 4부작 ‘출세만세’는 3편을 방송하는 동안 꾸준히 10%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KBS 드라마 〈공부의 신〉과 함께 2010년 화두인 ‘공부’와 ‘출세’에 화두를 던진 셈이다.

▲ 남규홍 < SBS 스페셜 4부작 - 출세만세 > PD ⓒSBS
남 PD는 “출세라는 화두를 통해 한국인의 삶을 들여다보며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뿐만 아니라 한국인의 정서와 가치를 조망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가 1년간 공을 들여 취재한 1부 ‘야소골 출세기 100년’ 편은 가족의 희생과 헌신, 희망이 격동의 한국사와 씨줄날줄로 얽힌 출세과정에서 우리 모습을 발견하고자 하는 의도였다.

경남 통영시 산양읍에 위치한 야소골은 90호 밖에 되지 않는 작은 마을이지만 국회의원, 검사, 변호사, 한의사, 치과의사, 교수, 방송사 PD, 시인, 변리사 등 출세한 사람들을 많이 배출한 것으로 유명하다. 남 PD가 주목한 것은 ‘출세의 비법’ 보다 위기의 시대를 헤쳐 간 저력, 그리고 피와 땀과 눈물로 점철된 우골탑과 가시고기 이야기였다.

대부분의 농촌 새벽일이 4~5시에 시작하는데 반해 야소골 사람들의 일과는 새벽 2시에 시작한다. 호롱불을 켠 채 논에서 일을 했고, 등산하기도 힘든 산꼭대기를 오르내리며 하루에도 몇 번씩 소꼴을 베어 나르며 소를 키워 자식들을 대학을 보냈다.

야소골에 빛나는 출세의 기록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송무개 할머니의 둘째 아들은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무원으로 일했으나 격무에 시달리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갑자기 숨졌다. ‘출세’에 맞춰있던 할머니의 인생관도 ‘좋아하는 일 건강하게 사는 것’으로 바뀌었다. 남 PD는 “야소골 출세기 100년을 들여다보면서 한국 현대사 100년과도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논란과 화제를 동시에 낳은 2부 ‘나도 완장을 차고 싶다’ 편은 권력지향적인 한국인의 속성을 바닥까지 드러낸 작품이었다. 해발 600m에 외딴 집 ‘완장촌’에 오른 7명의 낯선 남자들이 절대 권력의 상징 ‘완장’을 차지하기 위해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들여다봤다. 참가자들은 시추에이션 다큐라는 점을 인식하면서도 점점 권력의 게임에 빠져들었다.

참가자들은 지렁이를 먹고, 닭의 목을 쳤다.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한 1대 완장은 2대 완장에게 뺨을 맞았다. 시청자들은 이런 적나라함에 불편함을 표시했다. 이에 대해 남 PD는 “사회는 결코 아름답지 않다. 권력의 속성을 들여다보면 낭만적으로 흘러가지는 않는다. 잔인하고 냉혹하다”고 잘라 말했다.

“진실 속에 감춰진 냉정함과 더러움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방송이 아름답거나 환상적으로 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아이템은 절대 고상한 아이템이 아닙니다.”

3부 ‘개천의 용을 꿈꾸는 당신에게’ 편에서는 보다 구체적으로 출세의 방법에 대해 찾았다. 현대인은 출세에 대해 환상과 반감을 동시에 가졌고, 일부는 운을 탓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름의 법칙은 존재했다.

“오랫동안 준비해서 만인에게 봉사하는 것이 출세”라는 남 PD는 “시대적인 가치에 맞춰 본인을 업그레이드 한 자에게 출세의 기회가 찾아왔다”고 강조했다. 스폰서 혐의로 낙마한 천성관 검찰총장이나 ‘나도 완장을 차고 싶다’편의 1대 완장은 ‘준비 되지 않은 자의 불행’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런 법칙은 23일에 방송될 4부 ‘한국의 리더에게 길을 묻다’에서 더 확실해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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