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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을 던지지 않고서는...
방송4사 연대 총파업에 부쳐
  • 승인 1997.0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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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 "지난 43년동안 노동법은 한번도 개정된 적이 없다." "선진국에서는 노동쟁의가 없다." "노대통령이 탈당 이후 그를 한번도 만난 적이 없다." "이제 그만 합시다." ...
|contsmark1| 다시 기억못하는 것조차 답답하고 불쾌한 노릇이지만 화두를 위해 인용해 본 김대통령의 연두 기자회견. 역시 답답하고 불쾌하기는 마찬가지다. 문민시대의 독재대통령이라는 말이 이제는 서슴없이 나올 정도가 됐으니 국민은 안중에 없고 오로지 대선 게임에서 승리에 집착한 채 권력재창출과 그를 통한 퇴임후 안전보장에 연연하는 문민대통령의 몰골에 더 이상의 실망 또한 사치스러운 일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또다시 낯익은 풍경에 접해 있다. 방송4사의 연대총파업은 사상 초유의 것이지만 본질적으로 정권을 대상으로 한 방송사 파업은 우리가 수차 목도해 왓던 바다. 이제는 사뭇 익숙한 몸짓으로 노조원 pd들은 현업의 현장에서 떠나 결연한 표정으로 파업투쟁에 임하고 있고, 일부 비노조원 pd들과 간부들은 순식간에 열악해진 제작환경 속에서 파업의 영향력이 실제 방송상에 드러나지 않게 하기 위하여 몸고생, 마음고생을 하고 있다. 기약없는 파업, 전망없는 파업의 와중에 1997년 신년벽두의 방송은 그렇게 시작되고 있다. 지난해 우리를 참담한 지경으로 몰아넣었던 노동법, 안기부법 날치기 통과 이후 사태는 거의 예견대로 진행되고 있다. 양보를 모르는 정권, 모든것을 대권게임으로만 파악하는 대통령의 협량함 앞에서 일체의 대화와 타협의 가능성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가진 것이라고는 노동자와 수와 그들의 단결을 바탕으로 한 단체행동 밖에 없는 노동계의 대응 역시 대중적 이상을 넘지 못한다. 그야말로 서로 마주 달리는 두 개의 열차일 뿐이다. 충돌은 예고돼 있고 결과는 힘의 논리로 결정될 것이다. 이같은 서술에 "미와 진실의 영원한 구도자(求道者)"인 프로듀서들의 입지 또한 극히 제한돼 있다. 파업 참가냐 아니냐의 선택만이 있을 뿐 사태의 본질과 무관한 인간적 갈등만이 개별 pd들을 곤혹스러움에 빠뜨리곤 한다. 파업사태가 있을 때마다 느끼는 일이지만 정말 필요한것은 자신이 맡고 있는 프로그램을 통하여 그 장르에 맞는 방법으로 노동악법의 부당성과 안기부악법의 악용의 가능성을 진단하고 질책해야 할 것인데 파업 외에는 그러한 뜻을 밝힐 기회를 어찌 만들어내지 못하는지 안타깝다. 여론형성의 창구와 수단을 갖고 있는 언론종사자들은 언론사 내부의 내적 통제와 언론사를 장악하고 원격조종하는 외적 통제의 기제에 안팎으로 점령돼 있다. 그리고는 주체적인 기회를 창출하지 못하다가 파업이라는 수단으로 비로소 그 의사를 드러내는 일련의 과정에 비애를 느낀다. 조직논리를 정권논리에 조준선 정렬한 채 정당한 여론형성의 과정을 봉쇄하는 방송사 내부의 의사결정과정에는 더이상 할 말이 없다. 다시 파업투쟁의 현장으로나간 프로듀서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그러나 이 시대의 질곡은 온몸을 던지지 않고서는 분쇄될 수 없는 것이기에 숱한 파업에도 불구하고 별반 달라진 것 없는 우리의 현실에 착잡함을 금치 못한다. 우선은 파업투쟁이라도 늠연하게 최선을 다하라. 그러나 현업으로 돌아왔을 때, 프로그램을 통하여 현장에서 더 가열차게 실천할 일이다. |contsmark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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