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뻔하게, 냉담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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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뻔하게, 냉담하게
[최민우의 음악한담]
  • 최민우 대중음악웹진 weiv 편집장
  • 승인 2010.01.25 14: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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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민우 대중문화웹진 'weiv' 편집장
# 1. 신인 록 밴드 씨엔블루(CNBLUE)의 데뷔곡 ‘외톨이야’가 표절 시비에 휘말렸다. 통상적으로 표절 논란에 휩싸일 경우 레퍼런스가 외국 곡이었던 반면 이번에는 국내 록 밴드의 곡이 대상이다. 1998년에 결성되어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는 베테랑 인디 록 밴드 와이낫의 ‘파랑새’라는 곡. ‘외톨이야’는 밴드가 작곡한 곡이 아니라 외부 작곡가 두 명에게서 받은 곡인데, 그 중 한 명은 표절 논란을 불러일으킨 전력이 제법 되는 작곡가다. 소속사 측은 ‘표절을 하려 했으면 외국의 더 좋은 곡을 했을 것’이라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고, 와이낫 측도 그렇게 나온다면 물러설 뜻이 없음을 밝히고 있다. 정작 작곡을 한 작곡가 측에서는 아무 말이 없다. 밴드는 묵묵히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씨엔블루는 드라마 <미남이시네요>에 출연한 경력이 있는 정용화를 비롯한 네 명으로 이루어진 ‘인디’ 밴드다. 정확히 말하면 ‘일본 인디’ 밴드인데, 멤버들의 말에 따르면 ‘밴드 공부’를 하기 위해 일본에 가서 인디 밴드 활동을 하다 왔다고 한다. 요약하면 ‘(아마도 소속사의 뜻에 따라) 일본에 유학을 다녀 온 신인 인디 밴드가 외부 작곡가들의 곡을 받아 데뷔했는데 그게 한국 베테랑 인디 밴드의 곡을 표절했다는 논란에 휘말렸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절묘한 대구를 이루는 사건이다.

# 2. 미국에서 활동 중인 인기 걸그룹 원더걸스의 멤버 선미가 탈퇴했다. 이유는 학업에 복귀해 대학생이 되고 싶다는 것. 소속사 JYP는 즉시 새로운 멤버의 영입을 발표했다. 이 사건에 대한 인터넷의 분위기는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비판의 초점은 멤버가 탈퇴하자마자 새로운 멤버를 신속하게 ‘투입’하여 기존 멤버의 자리를 빈틈없이 ‘대체’한 소속사의 ‘결단’에 맞춰져 있다. 소속 가수를 ‘부품’이나 ‘사원’으로 보지 않고서야 그런 식으로 일을 진행할 수가 있겠냐는 것이, 이 모든 것이 JYP의 수장 박진영의 ‘미국 진출에 대한 집념’ 때문이 아니냐는 것이 대략의 내용이다. 그 와중에 2PM의 리더 재범의 ‘신속했던’ 탈퇴 역시 새삼 사람들의 기억 속에 다시 일깨워지고 있고, 예전 JYP 소속가수들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루머까지 겸사하여 떠돌고 있는 상황이다. 연이어 이런 일이 벌어지면서 JYP는 소속 가수에 대해 ‘냉담한’ 곳이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 씨엔블루(CNBLUE, 상)와 원더걸스 선미 ⓒF&C뮤직, JYP엔터테인먼트
# 3. 이 둘이 지난 2주 동안 가요계에서 벌어졌던 가장 큰 이슈다. 이제 이에 대한 간략한 의견을 밝힌 뒤 글을 마무리 짓고 싶다. 두 사건의 내용은 다르지만 몇 가지 점에서 공통된 면을 보이고 있다. 그 중 하나는 이 두 사건에서 정작 가장 큰 타격 내지는 영향을 받은 쪽(전자는 씨엔블루, 후자는 선미)은 아무 말도 하지 않거나, 혹은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많건 적건 현재의 기획 시스템에서 ‘소속 가수’가 갖고 있는 위치가 어떤 것인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가장 절실한 순간에 가장 말을 하고 싶은 사람들은 입을 다물어야 한다. 그건 심지어 원더걸스의 새 멤버가 되는 ‘행운’을 잡은 이도 마찬가지다. 과연 그 멤버는 어떤 부담을 안게 될까?

저 두 풍경이 ‘취업’과 ‘생존’을 위해 힘쓰는, 혹은 그 둘을 등가로 놓을 수밖에 없는 씨엔블루와 선미 또래 20대들의 처지와 근본적으로는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면 너무 나간 건지도 모르겠다(20대에 대한 어른들의 태도에는 ‘니들은 우리만 믿으면 돼’와 ‘니들은 자립심 따위 없지’가 모순되게 겹쳐져 있다. 말을 들으라는 건지 듣지 말라는 건지). 하지만 기억하고 있는 이들은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작년에 방송된 MNET의 히트 프로그램 <2NE1 TV>의 코너 속 코너였던 <빅뱅 TV>에서 빅뱅의 멤버 승리가 <이기는 습관> 등의 처세술 책을 쌓아두고 읽는다고 밝히던 장면을 말이다. 그렇다. ‘선택받은’ 아이돌도 처세술 책을 읽을 수밖에 없다. 이 시대는 그런 시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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