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법적 공방은 끝나지 않았다
상태바
‘PD수첩’ 법적 공방은 끝나지 않았다
[경계에서] 최영기 독립PD협회장
  • 최영기 독립PD협회장
  • 승인 2010.01.26 09: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법원의 판결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의 ‘국회폭력 논란’, 전교조의 시국선언, 〈PD수첩〉의 광우병 보도에 대한 무죄판결이 몰고 온 후폭풍이다.

최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PD수첩〉제작진에 대해 자신이 판사라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조사한 결과, 무죄라는 의견이 57.6%, 유죄라는 의견이 30.3%를 기록해 무죄 의견이 27.3%p 많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반면 강기갑 의원 국회폭력혐의에 대한 조사에서는 유죄 판결을 내리겠다는 의견이 48.2%로 무죄(36.7%)보다 높게 나타나 법원 판결과 상반되는 입장이 우세했다. 유권자들의 의식이 폭력에 있어서는 반감이, 국민의 알권리에 대해서는 공감이 더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 보건의료단체연합, 수의사연대 등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전문가자문위원회는 지난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PD수첩〉과 재판부 판결의 비난에 대해 입장을 나타냈다. ⓒPD저널
여론조사를 통해서도 읽을 수 있듯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 대표의 명예를 훼손하고 수입업체들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MBC 〈PD수첩〉 제작진 전원에 대해 무죄 판결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는 국민의 알권리와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라는 관점에서 보면 지극히 당연한 판결이고, 더욱이 국민들에게 심대한 영향을 끼치는 국가와 정부의 주요 정책에 대해서는 광범위한 비판과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는 것이 민주사회의 기본원리라고 했을 때 너무나 당연한 판결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판결 이후 판결 내용에 대한 잘못된 시비를 거는 일이 지금도 계속 되고 있고, 내용에 대한 시비를 넘어 사법부 흔들기, 나아가 민주주의 기본원칙을 파괴하는 행위들이 계속 되고 있어 많은 국민들이 이를 깊이 우려하고 있다.

민주주의가 정상일 경우, 집권 세력이나 특정 공인은 언론의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드린다. 그런 자세를 갖추지 않은 정부나 공직자는 민주국가의 기본적 요건을 훼손하는 것이다. 비정상적 민주주의가 발현되고 있는 현 사회에서 언론의 순기능인 저널리즘은 끝까지 보호되어야 한다. 그리고 저널리즘에 희망을 두어야 한다.

한나라당과 보수단체들은 거센 억양으로 관련 법관들을 맹비난하며 심지어 법원의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심지어 마녀사냥이라도 하려는 듯 법원 내 학술모임조차 해체를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보수언론들도 맞장구를 치고 있다. 마치 나라의 흥망성쇠가 걸린 것처럼 요란을 떨고 있다.

법 없이도 묵묵히 살아가는 시민들에게 정치권과 언론이 벌이는 공방은 치졸(稚拙)하다 못해 안타깝기 그지없다. 지나치게 아전인수적이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입맛에 맞으면 훌륭한 법관이고 겸허하게 판결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외치지만, 그렇지 않은 판결이 나오면 이념적 색깔론조차 서슴지 않으면서 매국노나 용공분자처럼 매도한다. 이런 풍토 속에서 과연 법관들이 소신 있는 판결을 할 수 있을 지 우려된다. 법을 만들고, 그 법을 지키는데 앞장 서야 할 국회가 먼저 법과 그 집행자를 흔들면서 어떻게 법치국가를 세우려는지 걱정이다.

▲ 최영기 한국독립PD협회장
‘정의의 여신상’ 유스티치아(Justitia)를 보면, 왼손에는 저울을, 오른손에는 칼을 쥐고 있는데 얼굴에는 눈을 가리고 있다. 저울은 법의 형평성을 표현하고 칼을 쥐고 있는 것은 엄격하게 법을 집행하겠다는 표현이라고 한다. 또 눈을 가리고 있는 것은 저울질(법 해석)에 주관성을 배제하겠다는 뜻이다. 눈을 뜨고 본다면 인정과 사적인 이해관계, 정치집단 등의 압력에 의해 휘둘릴 수 있음을 경계하는 의미일 것이다.

〈PD수첩〉의 광우병 보도 항소심에서도 사법부는 정의 여신상이 의미하는 것처럼 외압에 굴하지 않고 소신 있는 판결을 내려주길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