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질문과 복잡한 해명, 그리고 당연한 반응
최근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의 영상미디어센터 및 독립영화전용관 사업운영자 선정 결과 발표 후 불거진 논란을 불식시키려 조희문 영진위원장이 직접 나섰다. 관련 활동에 대해 검증할 수 있는 어떤 기록과 흔적도 확인할 수 없는 응모단체가 선정된 것에 대한 의혹과 논란이 급속도로 확대되자 다급하게 진화하겠다는 위원장의 열의는 인상적이라 치고,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하지만 ‘우리는 공정했다’는 영진위의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내내 참석한 기자 및 관계자들의 궁금증과 의혹은 해결되지 않았고, 계속되는 질문에 대한 위원장의 복잡한 해명은 갈수록 자가당착을 향했다.
위원장은 이번 영상미디어센터 사업운영자 공모에는 응하지도 않은 한국독립영화협회(한독협)의 감사 건이 (사)한국영상미디어교육협회(미디어교육협회)의 탈락과 무관하지 않았음을 사실상 인정하면서도, 미디어교육협회와 한독협은 별개라서 기존 운영과정의 성과는 성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이해불가 논리의 해명을 하는가 하면, 기자들에게 배포한 공식적인 보도자료에 아직 최종결과가 발표되지도 않은 한독협의 감사 건을 적시했으면서 기자들에겐 엠바고라며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앞뒤가 맞지 않는 답변에 같은 질문을 하는 기자들도 여러명, 질문을 받는 측은 질문의 내용과 의도를 여러번 되물었던 이번 기자회견을 지켜보면서 필자는 무척 답답했다. 복잡한 해명은 복잡한 질문을 불렀고, 복잡한 해명과 복잡한 질문은 영진위가 정작 꼭 답변해야할 아주 단순한 질문에 대한 답을 들어야 할 시간을 축내고 있었다.
영진위는 그 어르신의 단순한 질문에 복잡하게 대답하지 않아도 된다. 단순하게 하지만 정확하게 답하고 그 근거를 명백히 보여주면 된다. (사)시민영상문화기구가 지금까지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가 그랬던 것처럼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면 된다. 사업을 더 잘하기 위해서 사업운영자를 재공모했으니 더 잘 할 수 있다는 것까지 증명하면 된다.
‘사업계획을 잘 써내서 선정했다‘는 궁색한 답변 말고, 애매모호한 심사총평 그런 거 말고, (사)시민영상문화기구의 선정과 관련한 자료와 결정의 구체적 근거들을 모두 공개해서 증명해야 할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처럼 “잘 할 겁니다. 못하면 바꾸겠습니다.” 이런 식으로 답하면, 단순하게 질문한 이용자들의 반응은 뻔하다. 앞뒤 안 맞는 복잡한 해명, 근거 없는 부실한 답변에 대해 이용자들이 보일 수밖에 없는 당연한 반응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돌아가는 위원장 일행 앞에 선 한 수강생이 들고 있는 피켓에 잘 적혀 있다.
“됐고! 줘터지기 전에 미디액트 돌려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