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미디어교육 ‘요람’ 잃을까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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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미디어교육 ‘요람’ 잃을까 우려”
[인터뷰] 미디액트 노인수강생 조경자 감독
  • 김도영 기자
  • 승인 2010.02.02 14: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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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노인종합복지관에서 만난 조경자(82) 할머니는 여느 할머니들과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그는 4편의 독립 다큐멘터리를 연출한 감독이다. “남의 얘기로만 생각했던” 다큐를 직접 찍게 된 것은 지난 2005년 미디액트와의 인연에서 출발했다.

당시 서울노인복지센터에서 연극 동아리 활동을 하던 조경자 할머니는 미디액트 활동가들로부터 영상아카데미 수업을 받아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그곳에서 조 할머니는 “내 이야기를 영상으로 만드는 법”을 배웠고, 작품 <꼬마 사장과 키다리 조수>가 2008년 제1회 노인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하고, 같은해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 출품되면서 이름을 알렸다.

▲ 조경자(82) 할머니 ⓒPD저널
다큐멘터리 감독이 되면서 “평생에 가장 멋진 전성기”를 맞이했다는 조경자 할머니는 요즘 걱정이 하나 생겼다. 그동안 네 작품을 만들면서 촬영과 편집을 도왔던 미디액트 ‘선생들’과 영상미디어센터에서 더 이상 함께할 수 없다는 소식 때문이다.

영진위는 기존 교육을 그대로 받을 수 있다고 하지만, 수년간 같은 강사진에게 교육을 받아온 노인 수강생들은 새로운 변화는 막연한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그동안 미디액트를 제외하면 노인 대상 미디어교육을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는 점도, 수강생들이 새로운 운영진에 우려를 나타내는 이유다.

조경자 할머니는 “그동안 배워온 과정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한강을 주제로 새로운 작품을 준비 중인데 선생들 없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막막하다”고 말했다. “독립영화에 대한 열망을 키워준 ‘요람’을 잃은” 그는 ‘영상미디어센터 정상화 촉구’ 기자회견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고 있다.

“다큐멘터리 제작으로 여생을 마감하고 싶다”는 조 할머니는 “지금까지 만든 작품을 모아 CD로 굽고 싶은데, 혼자 하려니 엄두가 안 난다”고 했다. 그는 “이전 같으면 미디액트에서 했을 일인데 안타깝다”며 “영상미디어센터가 제자리를 찾고 우리도 다시 그곳에서 공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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