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 ‘사투리 항의’ 굳이 긁어 부스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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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뉴스메이커] 배우 박철민 씨, CBS ‘김현정의 뉴스쇼’

전라남도는 지난 4일 “일부 드라마나 영화에서 등장하는 사투리가 전라도 사람들을 비하하거나 희화하시키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며 한국방송작가협회에 협조 공문을 보냈다.

▲ 배우 박철민 씨

이에 영화 <화려한 휴가> 등에서 맛깔스런 전라도 사투리 연기를 보여줬던 배우 박철민 씨는 “악역이 사투리 쓴다고 해서 전라도나 지역민들이 폄하되거나 불명예를 받지는 않을 것”이라며 전남도의 공개 항의에 대해 “굳이 긁어 부스럼 된다는 말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남 광주 출신인 박철민 씨는 5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드라마, 영화에서 나오는 전라도 사투리가 (지역의) 이미지를 훼손시킬 것이라는 우려는 극히 일부분”이라며 “다른 지역 사투리도 마찬가지다. 경상도 사투리 하는 악인도 있고, 강원도 사투리 하는 사기꾼도 있지 않냐”고 되물었다.

그는 “지역 사투리가 드라마, 영화에서 사용되면서 캐릭터와 작품을 훨씬 더 풍성하고 넉넉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며 “감칠맛 나는 표현들이 훨씬 더 고향을 소개하기도 하고, 광고하기도 하고, 그런 역할들을 더 많이 한다”고 설명했다.

박철민 씨는 “가장 기억에 남고 애착이 가는 사투리 대사가 있냐”는 앵커의 질문에 “‘지리산 호랭이가 팍 씹었다가도 도로 뱉을 놈아’ 같은 풍자를 좋아한다”며 “그게 바로 전라도 (사투리)의 장점이다. 무섭게 내뱉은 게 아니라 해학적이고 풍자적인 게 전라도 사투리의 가장 아름다운 부분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배우 박철민 씨 인터뷰 전문
‘전라도 사투리의 왜곡을 멈춰라’ 전라남도가 강하게 항의를 하고 나섰습니다.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전라도 사투리가 폄하되고 있어서 지금 문제다, 전라도 사투리 바로쓰기 범국민운동에 나서겠다고 하는데요.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는 영화 ‘화려한 휴가’, 드라마 ‘뉴하트’, ‘불멸의 이순신’, ‘베토벤 바이러스’ 이런 작품에서 맛깔스러운 전라도 사투리 연기를 많이 보여주신 분이죠. 배우 박철민 씨 연결해서 사투리 사랑 이야기 좀 들어보겠습니다.

◇ 김현정 앵커> 요즈음은 TV에서는 잘 안 보이시던데, 연극하신다고요?

◆ 박철민> 연극은 ‘늘근 도둑이야기’입니다. 두 늙은이가 감옥에서 나와서 또 한탕 털러가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다룬 연극이고요. 2월 말까지 지금 막바지 공연중입니다.

◇ 김현정 앵커> 네, 그러시군요. 고향이 어디세요?

◆ 박철민> 저는 전라도 광주입니다.

◇ 김현정 앵커> 서울로 올라오신 지 얼마나 되셨어요?

◆ 박철민> 저는 꽤 됐죠. 고등학교 지나고 올라왔으니까.

◇ 김현정 앵커> 배워서 하시는 게 아니고 원래 거기서 나고 자라셨군요?

◆ 박철민> 그럼요. 생활터전이었죠.

◇ 김현정 앵커> 전라도 사투리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 박철민> 글쎄요, 좀 더 구성지게 그 말뜻들을 배가시켜서 전달을 한다고 할까요. 감정을 더 깊고 넓게 확장해서 전달할 수 있는 그런 큰 장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앵커> 굉장히 찰지죠, 전라도 사투리가?

◆ 박철민> 그렇죠. 우리 표준어로는 마땅히 대체할 수 없는 사투리들이 많습니다.

◇ 김현정 앵커> 저는 처음에 듣고 깜짝 놀랐던 것들이 ‘느저구가 읎다’, ‘겁나게 뭐뭐 한다’ (웃음) 무슨 뜻인지 처음엔 몰랐는데 듣다보니까 정말 감정이 적절하게 표현이 되더라고요?

◆ 박철민> 표준어로 대치할 말이 없는 것들도 많습니다. ‘포도시’라는 말이 있는데요. ‘겨우’라고 대체할 수 있으나 그 ‘포도시’가 갖는 ‘겨우, 겨우, 겨우’라는 말을 한마디로 대체할 수 있는 말은 없는 거죠. ‘포도시’, ‘매겁시’, ‘무담시’ 이런 말들은 너무나 맛있고, 찰지고, 사랑스러운 말이어서 실은 이게 표준어 돼야 됩니다. (웃음)

◇ 김현정 앵커> (웃음) 그러면 서울에 오자마자 사투리를 고치신 거예요?

◆ 박철민> 그렇진 않고요. 일부러 제가 서울 말씨를 하려고 했던 건 아니고 서울생활을 많이 하다보니까 저는 지금 서울 말씨와 전라도의 구성진 사투리가 섞여서 국적불명의 말투가 만들어지고 있는 아주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웃음)

◇ 김현정 앵커> 그러면 고향 분들 만나면 자동으로 지역사투리가 나오는 거죠?

◆ 박철민> 친구들 만나면서부터 ‘워매, 아마따’하면서 고향 말들이 당연히 입에 붙게 되죠.

◇ 김현정 앵커> 그때 되면 그동안 참았던 말들 다 튀어나오고요? (웃음)

◆ 박철민> 그래서 고향이 더 정겹고, 또 그립고 그런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앵커> 그런데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게, 드라마에서 약간 문제가 있는 악역이나 사기꾼, 못 배운 사람, 어수룩한 사람, 이런 사람들이 주로 전라도 사투리를 많이 쓰더라, 전라남도가 공개항의를 하고 나섰습니다. 이건 어떻게 보세요?

◆ 박철민> 그런 차원에서 볼 수도 있겠지만, 어떻게 보면 좀 단면일 수도 있고, 일부분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합니다.

◇ 김현정 앵커> 그건 무슨 말씀이십니까?

◆ 박철민> 어느 지역 사투리들이 많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자연스럽게 사용되고 있고, 그것 때문에 훨씬 더 캐릭터를, 작품을 표현하는데 풍성해지고 넉넉해진다고 저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요. 전라도 사투리도 마찬가지로 훨씬 더 유익하게 재미있게 고향의 정서를 듬뿍 표현이 되어서 나가는 경우들이 더 많다고 생각을 해요. 물론 악역이 등장해서 전라도 사투리를 쓰기도 해서 좀 이미지가 훼손되지 않나, 이런 우려들을 하시긴 하는데, 그건 아주 일부분이고, 그리고 또 다른 지역 사투리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경상도 사투리하는 악인이 없습니까? 또 강원도 사투리 하는 사기꾼이 없습니까? 사투리 썼다고 해서 전라도 전체의 지역이, 또 사람들이 그렇게 폄하되거나 불명예를 받거나 그러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앵커> 예술은 예술로써 봐 달라, 예술가 입장에서는 그렇게 보시는 거군요?

◆ 박철민> 감칠맛 나는 표현들이 훨씬 더 고향을 소개하기도 하고, 광고하기도 하고, 그런 역할들을 더 많이 하지 않나, 이런 생각을 합니다.

◇ 김현정 앵커> 말씀 듣고 보니까 조폭 나오면 대부분 전라도 사투리 쓰고요, 세상 물정 모르고 코믹한 역할 나왔다면 강원도 사투리 많이 쓰고, (웃음) 이게 그 지역 분들 입장에서 보면 좀 기분 나쁠 수도 있긴 있잖아요?

◆ 박철민> 그런데 부산지역의 영화들을 하면서 배경을 가지고 만든 영화를 보면 부산 사투리 쓰는 조폭들 많습니다. 아주 살벌한 표현들을 경상도 사투리로 많이 쓰기도 하고요. 그래서 그런 부분들을 너무 걱정하는 것들이 차라리 더 악영향 되지 않나 이런 생각도 들어요.

◇ 김현정 앵커> 오히려 이렇게 너무 공개적으로 항의하면 그게 더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말씀이세요?

◆ 박철민> 네, 굳이 긁어서 부스럼이 된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 김현정 앵커> 그런 생각도 드시는 군요?

◆ 박철민> 저는 그런 생각이 좀 드네요.

◇ 김현정 앵커> 순수하게 있는 그대로 예술작품으로 봐 달라는 말씀이세요. 그나저나 박철민 씨, 그 지역출신이라고 해서 그 지역 방언으로 하는 연기를 다 잘하는 건 아니더라고요. 어쩌면 그렇게 맛깔나게 잘하세요, 따로 공부라도 하시는 거예요?

◆ 박철민> 너무나 고향 말들이 맛있고, 구성지고, 또 안타깝기도 하고 사라지니까, 없어지기도 하고... 그래서 우리 고향 말 찾기에도 관심도 많고요. ‘태백산맥’이나 우리 전라도 사투리들이 그냥 넘쳐나는 곳이 있지 않습니까? 거의 보물단지인데요. 그런 책들 보면 거기에 나오는 사투리들 제 노트에다가 적어 놓고 전라도 사투리 해야 하는 배역이 생기면 그 노트 꺼내서 만들어진 말들 사용하기도 하고 그러죠.

◇ 김현정 앵커> 따로 공책을 아예 만드셔서 공부를 하시는 거군요?

◆ 박철민> 저도 아무래도 서울생활 많이 하다보니까 억양도 많이 바뀌기도 하고, 맛있었던 말들을, 아까 말했던 포도시, 무담시, 매겁시, 이런 말들을 많이 잊어버려요.

◇ 김현정 앵커> 가장 기억에 남고 애착이 가는 사투리 대사, 혹시 지금 떠오르는 거 있으세요?

◆ 박철민> (웃음) 이런 말... ‘지리산 호랭이가 팍 씹었다가도 도로 뱉을 놈아’ 의인화시켜서 풍자해서 한 말인데요. 사투리가 쓰였다긴 보다는... 그런 말들을 좋아합니다. 정말 더럽고 나쁜 사람한테 ‘지리산 호랭이가 팍 씹었다가도 더러워서 도로 뱉을 놈아’ 이런 말들 너무 맛있잖아요.

◇ 김현정 앵커> (웃음) 무서운 게 아니라 구수해요.

◆ 박철민> 그게 바로 전라도의 가장 장점, 무섭게만 내뱉은 게 아니라 해학적으로 풍자적으로 바꾸는 어떤 특징, 전라도 사투리의... 그게 가장 아름다운 부분이 아닌가 생각을 합니다.

◇ 김현정 앵커> 그러면 혹시 다른 배우들이 찾아와서 ‘사투리 연기지도 좀 부탁합니다’ 이런 분도 계세요?

◆ 박철민> ‘타짜’의 김윤석 씨가 한번 저하고 만나서 감칠맛 있게 하는 방법들, 그런 것들을 잠깐 조언해 준 적이 있었는데요. 워낙 김윤석 배우는 대단한 배우라서 영화 나오고 보니까 사투리를 정확하게 구수하지 않았으나 훨씬 전라도적인 그런 느낌, 그걸 표현하시더라고요.

◇ 김현정 앵커> 정말 예술계, 문화계의 사투리 지킴이입니다. (웃음)

◆ 박철민> 저뿐만 아니라 많은 배우들이 지켜내고 있고요, 그 사투리를 정말 한국화 시키는 데 노력 많이 하고 있습니다. 더 힘을 주고 용기를 드리는 게 좋지 않나 생각을 하네요.

◇ 김현정 앵커> 앞으로도 개성 있는 역할 많이 해 주시고요. 박철민 씨를 통해서 그 지역의 구수한 사투리들이 널리널리 알려지고 잊혀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 박철민> 앞장서겠습니다.

◇ 김현정 앵커> 연극 잘하시고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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