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추천방송] EBS '세계의 명화-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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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BS <세계의 명화>/ 6일 오후 11시

줄거리

증조할머니로부터 그루지야에 있는 어느 고성을 유산으로 물려받게 된 프랑스 젊은이 파트리시아는 친구인 장, 셀린느와 함께 그루지야로 떠난다. 수도 트빌리시에서 통역사 니콜라이와 합류해 고성으로 향하는 버스를 타게 된 일행은 비어있는 시신용 관을 들고 탄 노인과 손자를 알게 된다. 노인은 자신의 집안과 원수 집안 사이의 오래된 복수극을 매듭짓기 위한 제물로 선정된 상태로, 다음날 원수들의 손에 죽기 위해 손자를 대동하고 그들의 마을로 가던 터였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프랑스 젊은이들은 이 모든 장면을 카메라에 담기로 하고 통역사와 어느 마을 주민에게 촬영을 의뢰한다.

그런데 마을에 이르러, 반대편 집안 대표들이 약속된 장소에서 총을 발사하려는 순간 공교롭게도 노인은 심장마비로 숨을 거둔다. 그러자 그들은 마침 자리에 함께 한 손자를 대신 죽인다. 그러나 이러한 엄연한 범죄에도 불구하고 지역경찰은 마을의 관습을 눈감아주며 저격수를 건성으로 조사한 뒤 풀어준다. 프랑스인들은 통역사에게 돈을 주고 촬영 테이프를 건네받고, 통역사는 또 다시 프랑스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돈벌이를 재개한다.

주제

프랑스 젊은이들이 우연한 기회에 그루지야로 여행을 떠나면서 경험하는 문화적 차이와 오늘날 그루지야의 사회상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소위 문명사회 법의 개념으로는 납득할 수 없는 관습법에 따라 한 생명을 희생시키는 일이 공공당국의 묵인 하에 자행되는 기이한 상황은 문화적 충격을 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동시에 살인이라는 금기적 주제는 주인공들이 관음증을 느끼는 대상이기도 하며 그들을 바라보는 관객들도 여기에 동참하지 않을 수 없다. 황량한 풍경과 무표정한 인물들의 모습, 많지 않은 대사가 조성하는 암울한 분위기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별다른 클라이맥스도 없는 단선적 구성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일정하게 덤덤한 톤을 유지하며 진행된다. 절제되어 사용되는 음악은 경쾌한 느낌을 주면서 작품의 전반적인 어두움과 묘한 대조를 이룬다.

감상 포인트

1990년대 초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후 내전으로 폐허가 되었던 그루지야를 배경으로 한 작품으로 수도 트빌리시의 어수선한 모습, 산간 마을의 암울한 모습, 높은 실업율과 성행하는 암시장, 먹고살기 위해 동원되는 각종 방편 등을 통해 아직 안정을 찾지도, 본격적으로 유럽통합에 동참하지도 못한 상태인 나라의 모습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보여준다.

마을의 평화 회복을 위한 희생 제물이 되기로 한 노인의 손자 역으로 나오는 청년은 다름 아닌 감독인 테무르 바블루아니 감독의 아들이자, 공동 감독인 겔라 바블루아니의 동생으로, 형의 장편 데뷔작품인 <13자메티>에서도 주연을 맡았다. 여행 온 젊은이 역의 실비 테스튀(Sylvie Testud)와 스타니슬라스 메라르(Stanislas Merhar)는 샹탈 애커만(Chantal Akerman) 감독의 <갇힌 여인(2000)>에서도 함께 출연한 바 있다.

감독
1948년 생인 테무르 바블루아니(Temur Babluani) 감독은 <깨어있는 자들의 태양>으로 베를린 영화제 은곰상을 수상하기도 한 그루지야의 중견 영화인이다. 그의 아들인 겔라 바블루아니(Gela Babluani)는 1979년생으로 10대 때 가족들과 함께 프랑스로 이민을 가면서 영화를 공부했다. 2005년 스릴러물인 <13자메티>로 장편영화 감독으로 데뷔하면서 호평을 받았으며 이 작품으로 2005년 베니스영화제 신인감독상, 2006년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대상 등을 받았다. 아직 필모그래피는 화려하지 않으나 주목할 만한 신예감독으로 이미 자리매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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