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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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민주주의
[시론] 박대용 춘천MBC 기자
  • 박대용 춘천MBC 보도팀 기자
  • 승인 2010.02.09 15: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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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믹서를 사러 아내와 전자제품 판매점에 갔다. 비슷해 보이는 물건들 가운데 무얼 선택해야할지 점원의 설명을 들어도 가격밖에 눈에 보이지 않았다. 아내의 고민을 덜어주기 위해 아이폰을 꺼내 트위터에 질문을 올렸다. 5분도 안 돼 10여개의 답변이 쏟아졌다. 덕분에 제품 브랜드는 압축할 수 있었다. 이제는 디자인이 고민이었다. 아내가 가장 마음에 들어 하는 두 가지를 골라 사진을 찍어서 다시 트위터에 올렸다. 역시 마찬가지로 트위터 이용자들의 답변은 둘 중 하나에 집중됐다.

믹서기를 사서 집으로 오던 길에 과일을 사러 할인점에 들렀는데, 시험 삼아 또 트위터에 올려봤다. “새로 산 믹서기로 뭘 갈아서 먹으면 좋을까요?” 쇼핑하는 동안 20여개의 답변이 올라왔다. 바나나, 사과, 딸기, 마 등을 재료로 어떻게 섞어서 어떤 비율로, 어떤 온도에서 먹으면 맛있다는 등 생활 속 경험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답변들이 그대로 내 눈앞에 펼쳐졌다. 나의 구매물품과 활용까지 트위터가 결정해준 것이다. 

엄기영 MBC 사장의 사임발표는 MBC 직원들뿐만 아니라, 국민적인 관심 사안이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서울의 모 호텔에서 열리고 있는 방문진 이사회 상황을 생방송을 전달해주는 매체는 기대하기 어려웠다. 이따금 집회 장면을 생중계해주던 인터넷 매체들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런데, 트위터에서 엄기영 사장이 방문진 이사회에 출석했다는 글이 보였다.

이어 방문진이 이사진들을 선임하고, 엄사장이 사임 발표를 하는 생생한 모습이 140자 짧은 글로 연이어 생중계가 되었다. 첨부된 사진을 통해 엄사장의 비장한 모습도 역시 볼 수 있었다. 현장 취재 기자들이 기사를 쓰면서 짬을 내서 올리는 짧은 트위터 글이 엄기영 사장 사임 소식에 목마른 나 같은 사람에게는 소중한 정보 채널이 돼 주었다.  

▲ 트위터에서 MBC 상황에 대해 논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트위터에서 유명인은 특별한 대접을 받는다. 유시민 전 장관은 가입과 동시에 수천명이 팔로우(Follow, 따라가기)를 했고, 국민요정 김연아 선수와 소설가 이외수씨 역시 팔로어(Followers, 독자)가 수만명에 달한다. 하지만, 유명인이 아닌 대부분의 트위터 이용자들은 평등한 소통의 고리를 만들어가고 있다.  

트위터에는 규칙이 있다. 팔로우를 하면 상대방의 이야기를 볼 수 있지만, 팔로우를 하지 않으면 볼 수가 없다. 내가 누군가 팔로우를 하더라도 그 누군가가 나를 팔로우하지 않으면 그 사람은 내 글을 보지 못한다. 이 모든 과정이 각 이용자의 선택에 의해 이뤄지며, 자연스럽게 정보력(Following)과 영향력(Followers)이 구분되어진다. 정보력은 내가 결정할 수 있지만, 영향력은 다른 사람이 만들어주는 것이다. 충분한 팔로잉(정보)과 팔로어(독자)를 확보하고 있다면, 트위터만으로도 뉴스를 생산하는 1인 미디어가 될 수 있는 세상이 됐다.

▲ 박대용 춘천MBC 보도팀 기자
국내 트위터 인구는 현재 10만 명이 안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지난해 아이폰 출시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지방선거가 있을 6월을 기점으로 트위터 인구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유명인들의 비공식적인 얘기를 엿볼 수 있고, 뉴스에 나오지 않는 생생한 정보를 쉽고 빠르게 얻을 수 있다. 최근에는 뉴스의 시작이 트위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기자나 블로거들이 귀를 쫑긋 세우고 있는 폭풍의 진원지이기도 하다.

10년 전에는 술 잘마시는 기자를 유능하다고 했지만, 이제는 트위터 잘하는 기자가 속보에서 앞서가고 있다. 스마트폰과 트위터는 정보의 흐름을 이동시키고, 특정 계층에 독점 되던 정보를 일반 대중들도 공유할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 특히, 단순하고 사교적인 트위터의 속성 때문에 대의정치를 통한 현재의 간접 민주주의를 좀 더 직접 민주주의로 이동시키는 촉매제가 될 지도 필자의 관심이자 희망사항이다. 

박대용 기자 트위터 (http://twitter.com/big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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