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채널e’는 다양성이다. 주제도, 해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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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채널e’는 다양성이다. 주제도, 해석도”
[인터뷰] 600회 맞은 EBS ‘지식채널e’ 김한중 PD
  • 김도영 기자
  • 승인 2010.02.10 14: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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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는 ‘지식채널’을 모토로 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식채널e〉는 EBS의 정체성에 가장 근접한 프로그램이다. 〈지식채널e〉는 또 현재 EBS에서 거의 ‘유일하게’ 시사영역을 다루고 있는 방송이면서, 동시에 중학교 교과서에 인용되고, 교사들이 수업에 적극 활용하는 교육콘텐츠이기도 하다.

그만큼 〈지식채널e〉에 대한 안팎의 기대는 다양하다. 한 프로그램에 대해 지나친 요구일수도 있지만, 김한중 PD는 ‘다양성’에서 해답을 찾는다. “어떤 시청자들은 메시지가 모호하다며 확실하게 주장을 내세우라고 요구해요. 하지만 저희는 결론을 정해놓고 이끌어가지 않습니다. 〈지식채널e〉의 콘셉트는 보는 이가 스스로 결론을 내리고, 다른 사람과 서로 토론하는 것이죠. 여러 갈래로 해석되는 방식이 좋습니다.”

▲ 김한중 EBS PD ⓒPD저널
특히 정치적 편향은 제작진이 가장 경계하는 부분이다. 김 PD는 “어떤 사안에 대해 이렇다고 규정짓게 되면, 정치적 편향성에 대한 오해를 받기 쉽다. 학생, 학부모 등 시청자에게 제공하는 정보는 편향성을 띄면 안 된다”고 말했다.

대신 〈지식채널e〉는 다른 방식으로 현실을 반추한다. ‘협동’을 강조하며 교육경쟁력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핀란드의 사례를 제시하며 ‘경쟁’만을 앞세우는 한국의 교육 현실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식이다.

김한중 PD는 “시청자들은 정치적 현안이나 갈등 상황에 대한 피로도가 높다”며 “직설화법을 통해 또 다시 이슈화하는 방식은 우리가 추구하는 바가 아니다. 지금처럼 갈등이 표면화된 정국에서는 이상적 대안, 원론적 문제를 제시하는 게 생산적인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1일 600회로 방송된 ‘공영방송’ 편도 마찬가지. 정치적 독립성 침해 등 공영방송을 둘러싼 국내 여론은 첨예하지만, 제작진은 대표적 공영방송으로 꼽히는 영국 BBC의 사례로 불필요한 오해를 비켜갔다. 하지만 “오직 시청자만 안중에 있는 공영방송 BBC의 철학”을 되새기면서 현재 한국의 언론 상황을 곱씹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주제도 표현방식도 자유로운 〈지식채널e〉지만 김한중 PD는 “소외 계층을 주목하는 것에서 방향성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식채널e〉는 많이 알려진 것보다 덜 알려진 것을 주목하고, 잘 나가는 사람보다 소외된 계층을 조명해야 한다. 그게 EBS의 지향점이고, 방송의 사명”이라고 밝혔다.

▲ <지식채널e> 600회 '공영방송' 편 ⓒEBS
- 600회를 거치면서 <지식채널e>도 많은 변화를 겪었습니다.
“일단 외연이 확장됐죠. 현재 다루고 있는 카테고리는 41개나 됩니다. 또 최근 보도된 것처럼 방송을 교육 등에 활용하려는 사람들이 가시화됐다는 점도 변화로 꼽을 수 있습니다. 전에는 소수 그룹에서 산발적으로 호응했다면, 지금은 굉장히 조직화되어있어요. 심지어 선생님들로 구성된 ‘지식채널e 연구회’도 있습니다. 과목별로 어떻게 <지식채널e>를 활용할지 정보를 공유하는 모임인데, 거기서 만난 선생님의 말이 굉장히 감동적이었습니다. ‘지식채널e가 없으면 수업이 불가능하다. 애들에게 보여주면 5분 동안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한다’고 하시더군요.”

- <지식채널e>를 맡은지 4개월쯤 지났는데, 다른 프로그램과 차이점이라면 어떤 게 있을까요.
“제작방식 자체가 다릅니다. 전에 하던 <다큐프라임>의 경우 기획부터 제작까지 10개월 정도 걸리는데, <지식채널e>는 일주일에 2개씩 만들어내는 데일리 프로그램이니까요. 다큐프라임은 PD와 작가가 1대1로 만드는데, 지식채널은 (PD 1명과) 각기 개성이 뚜렷한 7명의 작가가 함께 한다는 점도 다릅니다. 또 직접 촬영하는 게 아니고 기존 자료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업무 프로세스가 완전히 다르죠.”

-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지식채널e>는 어떤 프로그램입니까.
“(500회 때 담당PD였던 김현우 PD는 ‘상상력’이라고 답했다고 하자) 거기에 첨언하자면 다양성이죠. 저희가 추구하는 방식은 결론을 내려서 이끌고자 하는 게 아닙니다. 해석자체도 다양하게 할 수 있죠. 어떤 편이 방송되고 그 내용이 다양하게 해석되면 제작진으로서 기쁩니다. <지식채널e>의 기획의도를 잘 받아들이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죠. 물론 어떤 시청자들은 ‘메시지가 모호하다’ ‘확실하게 주장을 내세우라’고 항의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가 표방하는 것과 다릅니다. 스스로 결론 내리고, 그게 부족하면 같이 보는 사람과 토론하고, 여러 갈래로 해석되는 방식이 좋습니다. 그래서 <지식채널e>는 다양성입니다.”

- <지식채널e>만의 독특한 구성이나 표현방식이 있는 것 같습니다.
“연세 든 시청자들은 내레이션이 없기 때문에 자막을 실시간으로 캐치하기 어려운 불편이 있습니다. 그래서 한 번은 성우 2명을 섭외해 자막 대신 내레이션을 넣어봤죠.(‘우리집’ 편) 그런데 반응이 너무 안 좋았어요. 시청자게시판에 올라온 글 대부분은 ‘지식채널e 답지 않다’였어요. 고정된 이미지가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함부로 바꿔서 안 되는 프로그램이구나 하는 생각도요.”

- 새롭게 시도해보고 싶은 건 없나요?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고민 중인 것은 ‘뷰 포인트’와 ‘리얼타임’입니다. 뷰 포인트는 피사체를 다른 시선으로 보자는 시도입니다. 이건 자료가 없으니 직접 촬영하거나 취재가 필요한 부분이죠. 구체화하고 있는 단계입니다. 리얼타임은 말 그대로 어떤 상황이 벌어지는 결정적 순간의 4~5분을 원신 원컷으로 담는 겁니다. 좋은 아이템이 생기면 조만간 방송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시청자들의 참여도 늘리고 싶습니다. 시청자가 제안한 소재뿐 아니라 영상이나 사진 등도 활용할 수 있죠.”

- PD가 한 명이기 때문에 개인적인 취향이 아무래도 많이 반영될 것 같아요.
“개인적인 취향이 프로그램을 통해 구현돼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지식채널e>는 EBS의 중요한 자산이죠. EBS가 문 닫을 때까지 존속해야하는 가치있는 프로그램입니다. 제 역할은 <지식채널e>를 존속시키는 것입니다. 제 맘대로 프로그램을 뒤집거나 바꾸기보다, 후임 PD가 올 때까지 튼튼한 징검다리 역할을 하겠다는 생각입니다. 최대한 충실하게 보존하고 발전시키는 게 제 유일한 임무입니다. 섣불리 제 뜻을 펼치겠다고 하다가 <지식채널e>가 흔들려서는 안 되죠.”

- 일각에서는 <지식채널e>의 비판성이 약화됐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제작진에게 가장 어려운 문제 가운데 하나입니다. (사회비판적 목소리를 내라는) 요구를 수용해 그 지지를 (지식채널e의) 존립근거로 삼게 되면 ‘개혁적인 프로그램’으로 포지셔닝할 수 있겠죠. 그런 목소리가 크고 명쾌하고 두드러지게 보이는 건 사실입니다. 그들이 보내는 칭찬성 글도 달콤하고요. 하지만 거기에 맞춰 제작하면 저희가 어떤 오류에 빠지기 쉽습니다. 그렇게 형성된 오류는 나중에 되돌리기도 어렵죠. 또 묵묵히 <지식채널e>의 지향성을 지켜보는 분들도 만만치 않게 많습니다. 비판이 약하다는 지적을 들여다보면 편가르기 의식이 있어요. 일종의 흑백논리죠. 그런 것에 일희일비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게 바로 <지식채널e>가 더 많은 사람에게 힘 있게 갈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 그런 지적은 아무래도 광우병을 다룬 ‘17년후’ 편이 청와대 외압논란을 겪으면서 비판적 프로그램의 대명사로 떠올랐기 때문인 것 같은데요.
“그게 여전히 힘든 문제죠. 그 논란으로 <지식채널e>를 3년간 연출한 PD가 의지와 다르게 안 좋게 마감을 했으니까요. 불행한 해프닝이었습니다. 해당 PD는 물론 프로그램과 EBS 조직에도 다 치명상을 입혔죠. 그 사건을 어설프게 처리해나가는 과정에서 서로 상처만 받고 끝나게 됐습니다.”

▲ <지식채널e> '평범한 사람'(2010년 1월 25일) ⓒEBS
- 그 일 이후로 ‘민감한’ 아이템은 좀 꺼려지는 경향이 있나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얼마전 용산참사 장례식은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6mm 카메라를 들고 촬영을 나갔습니다. 그걸 편집해서 ‘평범한 사람’이라는 아이템으로 방송했죠. 용산 참사에 대한 논란은 사람들이 워낙 잘 알죠. 재개발 세입자의 권리, 경찰의 과잉진압 등의 사실관계 말이죠. 대신 저희는 한 군데만 주목했습니다. 여기서 돌아가신 분들이 우리 이웃이었다는 것. 철거민도 경찰도 모두 평범한 사람들이 어이없이 죽었다,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얘길 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주변에선 ‘예민한’ 주제에 대해 우려 섞인 지적을 하는 분들도 있었죠. ‘아이들 보는 방송에 왜 이념편향적인 내용을 내보내냐’는 시청자 의견도 많았어요. 안타까웠죠. 아무리 이념적 색채를 배제하고 만들어도, 이념의 안경을 끼고 바라보면 우린 좌편향적 방송이 되버리니까요. 하지만 그것도 엄연한 하나의 의견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지금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갈등의 수치가 높다는 얘기겠죠.”

- 혹시 청와대 외압논란 이후 (경영진 등의) 직접적인 개입이 있었습니까?
“아이템이 접히면 일이 커지니 오히려 서로 조심하는 편입니다. <지식채널e>를 자칫 어떻게 하려고 하면 오해가 커지니 다들 조심하는 기류가 느껴져요. 대놓고 칭찬도, 질타도 못하는 게 안타까울 따름이죠. 공론의 장에서 토론이 벌어지고 하면 좋을텐데, 그런 게 미약한 것 같습니다.”

- EBS PD들에게 <지식채널e>는 어떤 프로그램인가요.
“프로그램을 맡기 전에는 저도 한 명의 팬이었습니다. 전반적으로 EBS의 자산이라고 생각하며 호감을 갖고 있죠. 겉으로는 많은 응원을 보내고 있지만, 아이템 채택의 방향성 등에 많은 관심은 있지만 표현은 하지 않습니다. 제작진이 부담을 느낄까봐 그러는 건지 그런 의사표현을 조심하는 분위기에요. 성공한 콘텐츠라는데 이견을 달 사람은 없지만, 어떤 식으로 포지셔닝해야할 지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죠. 더 개혁적이고 사회비판적이어야 한다부터 더 교육적이고 교과서 같은 내용을 담아야한다는 의견 등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누구나 <지식채널e>의 필요성을 뼈저리게 느낀다는 게 고마울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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