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MBC사태, 언론통폐합 정국 연속”…“방문진 근본적 개혁해야”

“다시 언론잔혹사가 시작되고 있다. 80년대 언론통폐합이 ‘시즌1’이라면 지금은 ‘시즌2’다.”

엄기영 MBC 사장이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김우룡, 이하 방문진)의 일방적인 임원 선임에 반발해 전격 사퇴하면서 MBC는 물론 언론계 전체가 크게 요동치고 있다. 벌써부터 후임 사장까지 거론되면서 MBC가 정권의 직할통치 아래 놓이게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처럼 YTN에서 시작되어 KBS를 거쳐 MBC까지 이어진 ‘방송 잔혹사’를 두고 이창현 국민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80년 언론통폐합 정국의 연속”이라고 진단했다.

이창현 교수는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관광방송통신위원회와 미디어행동 공동 주최로 개최된 ‘MBC 사태 규탄 긴급토론회’에서 “80년 언론통폐합이 30년이 지나 백주대낮에 제도적인 틀 안에서 훨씬 세련된 상태로 진행되고 있다”며 “과거 보도지침이 있었다면 지금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검열에 가까운 심의와 방송사 내부의 인적·구조적 통제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지난 11일 민주당 문방위와 미디어행동 공동 주체로 MBC 사태를 규탄하는 긴급 토론회가 열렸다. ⓒPD저널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도 이날 발제를 통해 “YTN과 KBS를 장악한 이명박 정권이 마지막 걸림돌로 인식되어 오던 MBC를 형식적으로는 완전히 장악한 것”이라며 “만일 여기서 MBC 구성원들과 시민사회가 이대로 주저앉아 또 하나의 패배를 기록하게 된다면 이후 한국 언론 지형은 재앙을 맞이할 것”이라고 우려 섞인 목소리를 냈다.

엄경철 KBS본부장 “MBC, KBS와 같은 과정 겪을까 우려”

▲ 엄경철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장 ⓒPD저널
최근 압도적인 지지율로 당선된 엄경철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장은 작금의 ‘MBC 사태’를 2년 전 ‘KBS 사태’와 비교하며 “공영방송 제도의 운명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정연주 사장을 쫓아내고 KBS에서 나타난 것 중 하나는 ‘힘의 통치’였다. 지방에 보내고 징계와 파면, 해임으로 공포심을 불러일으켰다. 한편으론 공영방송의 비판기능을 조금씩 잘라냈다. 〈미디어포커스〉는 〈미디어비평〉으로 바뀌어 존재감을 찾을 수 없게 됐고, 탐사보도팀은 천천히 해체됐으며, 〈시사투나잇〉은 폐지됐다. 이렇게 순차적으로 저항의 씨를 줄여 나갔다”면서 “MBC 또한 같은 과정을 겪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 과정에서 KBS 구성원들은 제대로 저항하지 못했지만, MBC는 훨씬 더 잘 싸울 수 있을 거라 믿는다”며 “공영방송의 존재가 필요하다면, KBS본부가 어떤 식으로든 화답하며 함께 싸워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최문순 의원 “MBC 사장 시절, 인사권 완전 보장받았다”

방문진의 전례가 없는 MBC 경영 및 인사권 개입에 대한 성토의 목소리도 높았다.

방문진 이사를 지낸 이수호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은 “지금까지 관례상 방문진은 MBC 사장만 선출하고, 경영은 사장에게 맡겨왔다. 그러나 지금의 방문진은 프로그램 내용에까지 개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MBC 노조 위원장과 사장을 지냈던 최문순 민주당 의원도 “오히려 과거 방문진은 정권과의 유착 유혹을 차단하고 MBC의 독립성을 유지시키는 역할을 해왔다”며 거들었다.

‘MBC 사태’를 두고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말을 인용, “내 몸의 반쪽이 무너져 내린 것 같다”고 운을 뗀 최 의원은 “MBC 사장 재임 시절, 내게는 완전한 인사권이 주어졌다. 청와대로부터 전화 한 번 없었고, 이 자리에 있는 이수호 방문진 이사에게 어떤 요구를 받은 적도 없다”고 말했다.

“‘황우석 사태’가 터졌을 때 퇴진 압력을 받았다. 사태가 발생하고 며칠 후 방문진 이사회가 열렸는데, 그때 많은 이들의 관심사는 나의 사퇴 여부였다. 나 또한 MBC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사표를 낼 생각이 있었다. 그런데 그때 방문진 이사회에서 소신 있게 자리를 지키며 방송하라고 결정해줬다.”

이근행 본부장 “‘정권의 전리품’ 방문진 근본적 개혁해야”

▲ 이근행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장 ⓒPD저널
최 의원은 “그 이후 황우석 사태가 반전이 되면서 정권과 불편한 관계가 됐지만 서로 간에 원칙은 지켰다”면서 “원칙을 지키고 결탁하지 않는 사례는 지난 정부에서 얼마든지 있었다. 지난 10년간은 불편하지만 서로 독립성을 지키는 길이 확립돼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 의원은 전병헌 민주당 의원 등과 협의 하에 MBC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방문진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이근행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장은 “현재 방문진은 구성 방식부터 정권의 전리품일 수밖에 없다”며 “근본적으로 방문진 구성과 임명방식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본부장은 이어 “정권의 직할통치 시도가 이뤄지는 가운데 불가피하게 정치투쟁을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낙하산 사장 저지 투쟁 이상으로 공정방송활동, 일상적인 투쟁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시민사회 또한 그런 부분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