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인사 잇딴 출연, KBS 프로그램에 먹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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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인사 잇딴 출연, KBS 프로그램에 먹칠”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 책임자 문책 촉구
  • 백혜영 기자
  • 승인 2010.02.18 16: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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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프로그램에 여권 인사들이 잇따라 출연해 논란이 되고 있는 것과 관련 KBS 내부에서도 거센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본부장 엄경철)는 18일 성명을 내어 “여권 인사들을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시켜 노골적으로 홍보해주고 담당 책임자들은 뻔뻔한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는 한심한 상황이 공영방송 KBS 안에서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며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참을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KBS는 지난 15일 예능제작국이 제작해 방송한 <설 특집 2010 명사스페셜>에 다수의 여권 인사들을 출연시켜 논란을 빚고 있다. 이날 <명사스페셜>에는 김문수 경기지사, 주호영 특임장관, 정진석 한나라당 의원,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 박지원 민주당 의원 등이 출연했다. 11명의 명사 가운데 정치권 인사가 5명이었고, 이 가운데 박지원 의원을 제외한 4명이 ‘범여권’ 인사로 채워진 것이다.

앞서 KBS는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을 잇따라 프로그램에 출연시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정 의원은 <연예가 중계>(2009.10), <사랑의 리퀘스트>(2009.11), <열린 음악회>(2009.12), <여유만만>(2010.1), <콘서트 7080>(2010.1) 등 4개월 여 동안 무려 5개의 KBS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 지난달 31일 KBS <콘서트 7080>에 출연한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 ⓒKBS
KBS 본부에 따르면, 정 의원은 <명사스페셜>에도 출연이 예정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KBS 사내 게시판인 코비스 편성제작정보에 나와 있는 애초 기획안에는 정두언 의원이 출연하는 것으로 돼있었다는 것이다. KBS 본부는 “정두언 의원의 연속 출연이 구설수에 오르자 녹화를 앞두고 다른 인사로 갑자기 대체됐다”고 밝혔다.

일련의 상황에 대해 KBS 본부는 “5공 시절보다 더 노골적이고 낯 뜨거운 방송이 공영방송 KBS 전파를 탔다”며 “<열린음악회>, <사랑의 리퀘스트> 등 시청자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아왔던 예능 프로그램들, KBS 구성원들의 노력으로 쌓아 올린 프로그램의 이미지와 명성에 먹칠을 하는 일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고 탄식했다.

KBS 본부는 특히 정 의원 출연과 관련해 “예능 제작국 담당 CP와 국장은 소위 게이트키핑을 통해 크로스 체크를 하게 돼 정 의원의 연속 출연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며 “그렇다면 고의적이다. 예능제작국 CP와 국장이 외부의 정치권으로부터 직접 또는 회사 고위층 누군가를 통해 간접적으로 요청받은 것이라 볼 수밖에 없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특보를 지낸 김인규 KBS 사장에 대해 “친정부적인 홍보 방송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당장 문책하라. 그리고 KBS의 주인인 국민에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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