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가능한 러브 스토리야? 하는 게 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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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가능한 러브 스토리야? 하는 게 내 이야기”
[인터뷰] MBC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 김민식 PD
  • 원성윤 기자
  • 승인 2010.02.22 18:1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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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놔. 로그인(접속)하게 만드네. 〈뉴 논스톱〉 조인성·박경림 커플 사랑 이야기로 연출 데뷔해서 〈논스톱3〉, 〈레인보우 로망스〉, 〈비포 앤 애프터 성형외과〉, 〈내조의 여왕〉까지. 10년 동안 로맨틱 코미디 연출 외길 인생. 그동안 배운 모든 노하우를 총동원했는데, 가장 스코어가 낮다니!”

MBC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극본 김인영, 이하 아결녀)를 연출하는 김민식 PD는 지난 10일 자신의 드라마 홈페이지에 하소연을 올렸다. 자신의 작품을 통틀어 한 자리수를 기록한 저조한 시청률 때문이었다. 김 PD는 “남들은 대진운이 나빴다고 얘길 하지만, 시트콤만 연출해오던 제가 입봉한 미니시리즈를 연출하는데 부족함이 없었는지 요즘 계속 생각하고 있다”며 머쓱하게 웃었다.

〈아결녀〉는 전작 〈결혼하고 싶은 여자〉 김인영 작가를 비롯해 로맨틱코미디 영화의 히로인 박진희와 엄지원, 왕빛나, 최철호 등을 투입해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이미 시청률 30%를 기록하며 앞서나간 KBS 〈추노〉를 ‘추격’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김 PD는 “시트콤처럼 에피소드 중심으로 초반 극 전개를 풀어갔는데 시청층을 흡입하지 못한 것 같다”며 부진의 이유를 꼽기도 했다.

▲ MBC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 촬영현장 ⓒMBC

〈아결녀〉가 추구하는 것은 뚜렷했다. 바로 ‘로맨틱 코미디’였다. 10살 연하남과 핑크빛 열애를 꿈꾸는 신영(박진희), 지성과 미모를 겉으로만 갖춘 귀여운 푼수 다정(엄지원), 자립을 통한 안정에서 행복을 느끼는 여기(왕빛나)로 대표되는 주인공들은 30대 여성들의 다양한 욕망들이 얽혀 있다. 특히 ‘누나의 마음’을 뒤흔드는 민재(김범)의 만화 같은 사랑은 김민식 PD가 전작에서부터 꾸준히 추구해온 로맨틱 코미디의 연장선이다.

“로맨틱 코미디에서 궁극적으로 얘기해야 할 것은 사랑, 그 자체라고 생각해요. 연출 데뷔작인 〈뉴 논스톱〉에서 박경림-조인성, 양동근-장나라 커플을 두고 사람들은 의아해했죠. 하지만 ‘이게 가능해?’하고 말할 수 있는, 그래서 사랑에 빠져드는 그런 사랑 이야기를 드라마로 표현하고 싶어요.”

민재의 엄마 상미(김지영)와 신영의 전 애인 상우(이필모)가 벌이는 ‘금지된 사랑’은 앞선 골드미스들의 사랑과는 확연히 비교된다. 스무 살에 결혼해 ‘내 인생에 사랑은 없다’는 상미는 상우에게 사랑을 느낀다. 김 PD는 “언론에서 ‘막장 코드’ 식의 독약 플레이를 한다고 비난할 것”이라면서도 “대본에도 나오지만 사랑을 하는데 나이가 무슨 상관일까. 상대가 애 엄마인 것이 무슨 상관일까. 그저 사랑을 찾아 헤매는 한 여인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 김민식 MBC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 PD ⓒPD저널
〈아결녀〉의 ‘사랑’을 밸런타인데이 초콜릿 상자에 비유하면 어떨까. “신경-민재의 사랑이 달콤한 밀크 초콜릿이라면, 다정-반석의 사랑은 아몬드 초콜릿처럼 씹히는 식감이 있는 초콜릿이에요. 상우-상미의 사랑은 달콤한 초콜릿인줄 알고 먹었는데 뒷맛이 쌉쌀한 다크 초콜릿이겠죠?”

하지만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김 PD는 “제일 많이 하는 얘기는 여자가 너무 잘나서 공감이 안 간다는 것”이라면서 “하지만 뛰어난 재벌2세와 만나 신분이 껑충 상승하는, 신데렐라 스토리는 정말 하기 싫었다”고 항변했다.

오히려 모든 것은 가졌지만, 그들에게 딱 하나 없는, ‘사랑’을 찾기 위해 애쓰는 그들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다만 김 PD는 “짐승남이 현재 대세인 코드에서 나온 〈추노〉와 이제 와서 노쳐녀의 로맨틱 사랑을 이야기 한 〈아결녀〉가 기획의 포인트에서 한 수 밀렸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김 PD는 자신이 준비한 ‘클로징 멘트’로 ‘결혼지상주의’ 연애관을 꺼냈다.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PD들이 있을 겁니다. PD들 중에서 일하느라 혼기 놓친 사람 많잖아요. 저는 ‘무조건 결혼해야 한다’ 주의입니다. 이유는 하나입니다. 연출 10년 동안 가장 공들이고, 장기를 살린 작품을 만났는데, 이렇게 시청률이 안 나와서 괴로워할 때 제 옆에 ‘최고작’이라며 추켜 세워주는 가족이 있어서 행복하거든요(웃음). 다들 결혼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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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정 2010-02-25 08:25:13
아결녀를 보며 답답한 현실에서 잠시나마 탈출을 매주 감행하는 초보 유부녀인데요~
현실에서 할수 없는걸 드라마에서 풀어주고 대리만족시키는 게 원래 목적아니던가요?
매번 남자가 잘나고 여자가 후질그레한 설정보다
감독님이 말씀하신 다 있는데 딱하나 없는 거, 사랑.
제 주위에도 일하다가 결혼못한 언니들이 참 많거든요~
다 하는 말이 이제 다 준비됐는데, 사랑이 없다 라고 하세요~
아결녀에서 힘을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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