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의 눈물’을 울린 독립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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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의 눈물’을 울린 독립PD
[경계에서] 복진오 독립PD
  • 복진오 독립PD
  • 승인 2010.02.22 23:59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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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회 한국PD대상에서 이변이 생겼다. 쟁쟁한 방송사 PD들 작품을 누르고 독립PD의 작품이 올해의 시사다큐부분에서 작품상을 받았고, 여세를 몰아 ‘올해의 PD상’도 수상해 2관왕에 올랐다. 매년 방송사 PD들이 받아왔던 상을 독립PD가 받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변의 주인공은 KBS 1TV를 통해 방송된 5부작 <인간의 땅>을 제작한 강경란, 박봉남 독립PD다.

우열을 가리기 힘든 수십편의 시사다큐멘터리 중 예심을 거쳐 본선 오른 경쟁작은 모두 세 작품으로 KBS <누들로드>, MBC <아마존의 눈물> 그리고 독립PD의 작품 <인간의 땅>이었다. 이중 <인간의 땅>을 제외하고는 2009년 각 방송사마다 총력을 기울여 만든 대표작품으로 모두 다 시청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 다큐멘터리 <인간의 땅> ⓒKBS
특히 <아마존의 눈물>은 다큐멘터리 사상 2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 방송사에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다. 때문에 이번 한국PD대상을 앞두고 수상후보 1순위로 거론되기도 했다. 반면 <인간의 땅> 5부작은 KBS를 통해 방송되기는 했지만 그 과정이 순탄하지 못했다. 고정 편성을 받지 못해 방송도 몇 개월에 거쳐 방송됐으며, 방송시간 또한 일부 작품은 심야시간으로 밀려나는 등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어느 독립PD는 이를 두고 ‘저주받은 걸작’이라 했는데 이 저주받은 걸작이 다큐멘터리 사상 20% 시청률이란 경이적인 기록을 남긴 <아마존의 눈물>을 누르고 PD대상에서 승리했다. 이 또한 방송사에 새로운 역사로 남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가 끝이 아니다. 아마존의 눈물이 곧이어 극장용 3D로 만들어져 개봉 한다고 하니 이미 <인간의 땅> 5부작 중 영화용으로 재제작된 <철까마귀의 날들>과 2차전을 치르게 될 것이다.

2009년 암스테르담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에서 국내영화로는 처음 본선에 올라 중편부분 대상을 수상한 <철까마귀의 날들>은 현재 10여개가 넘는 국제영화제서 초청받거나 경쟁부분에 올라 있다. 미국에서는 극장배급이 확정 되었고 이스라엘, 오스트리아, 노르웨이, 스웨덴, 이탈리아, 스코틀랜드 같은 국가에 방송 판매 실적을 올렸다. 이외 몇몇 국가에서는 DVD로 제작되어 보급될 예정이다. 최근 몇 년 동안 한류 열풍 속에 외국에 판매되는 드라마를 제외하고 이 같은 실적을 올린 방송프로그램은 아마 없는 듯하다. 이것만 보더라도 <인간의 땅>에게 고배를 마신 <아마존의 눈물>은 아쉽긴 하지만 이번 PD대상에서 독립PD가 승리 한 것에 대해 큰 이의가 없을 것이다.

MBC <아마존의 눈물>, KBS<누들로드>와 싸워 이긴 <인간의 땅> 제작자 강경란, 박봉남 독립PD. 그들이 지상파 PD들의 대작을 물리치고 승리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필자는 이 두 독립PD가 승리한 원동력은 ‘저작권 확보’라 단언한다. 아무리 좋은 작품을 많이 만들었다 한들, 그동안 관례대로 저작권이 방송사에 전적으로 귀속 됐다면 그 프로그램은 독립PD의 이름으로 출품조차 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두 독립PD는 거대한 ‘갑’을 상대로 저작권의 일부를 확보했다. 때문에 영화로 재제작을 할 수 있었고 해외시장에 진출할 수 있었다. 만일 <인간의 땅>에 대한 모든 저작권이 방송국에 있었다면 이 작품은 운 좋아 재방되거나 2차로 케이블 TV에 팔리는 것으로 그 수명이 끝났을 것이다. 또한 자사 PD들이 제작한 프로그램도 많은데 굳이 독립PD가 만든 작품을 PD대상에 추천하지도 않아 예심에도 못 갔을 것이다. 이 한계를 극복한 것은 저작권확보였다. 저작권이 있었기에 독립PD의 이름으로 한국PD대상에 출품했고 세계시장에 진출해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

▲ 복진오 독립PD
결국 약자의 지위에서 무모한 용기(?)를 내어 ‘갑’을 상대로 저작권을 확보한 결과 독립PD의 방송 콘텐츠가 세계적인 콘텐츠가 되어 한국의 문화 수출품이 된 것이다. 지금도 많은 독립PD들이 현장에서 제2, 3의 <인간의 땅>, <워낭소리>를 만들고 있다, 이 독립PD들도 앞으로 저작권을 반드시 확보하길 바란다. 만일 혼자하기 힘들다면 함께하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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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진오 2010-02-26 01:07:56
이번글을 쓴 복진오입니다
의도와 달리 오해할 수 있는 표현이 있었다면 죄송합니다
지적하신 말씀중에 한가지만 해명 하자면
최근 아마존의 눈물에 대한 논쟁과 연관지어
쓴 글은 절대 아닙니다

미르 2010-02-25 15:00:08
어쩌다 보니 게슈타포님과 제가 도배를 하게 되는군요. ^^
저도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건강과 행운이 함께하시길 바랍니다.

게슈타포 2010-02-25 14:27:35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그리고 수상하신 분들께 축하의 마음을 전합니다.

미르 2010-02-25 13:47:15
제가 직접 쓴 글이 아니라 뭐라 드릴 말씀은 없습니다만,의도하지 않은 상처를 만들 수 있는 작은 뉘앙스도 잘 다듬어야 한다는데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충분히 동의하구요. 축하 받아야 할 상황과 본질이 행여나 그릇된 방향으로 번질까 하는 노파심때문입니다.
글 속에 그간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내용은 있으나 선과 악의 대결로 몰아가고자 하는 의도는 없는 듯 보이니, 불필요한 확장은 없었으면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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