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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김연아의 금메달과 김재철 MBC 사장 선임

이변은 없었다. ‘피겨 퀸’ 김연아가 세계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따내며 최고의 실력을 입증했다. 김연아는 26일 오후(한국시간)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 콜로세움에서 펼쳐진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역대 최고점수(228.56점)로 우승했다.

또 이변은 없었다. 방송문화진흥회는 같은날 김재철 청주MBC 사장을 차기 사장으로 내정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 사장은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돼왔다. MBC노조는 그를 ‘낙하산 사장’이라며 반대하고 있어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 김연아는 완벽한 연기로 역대 최고점수를 받으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열린 그랑프리 1차 대회에서 우승한 모습. ⓒSBS
시간마저 절묘했다. MBC 차기 사장은 김연아가 연기를 펼치기 직전 내정됐다. 두 뉴스 가운데 국민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것은 단연 김연아의 금메달이었다. KBS에 이어 MBC까지 ‘MB맨’이 사장으로 내정돼 논란이 일고 있지만, 이 소식은 밴쿠버의 낭보에 묻혔다.

예상대로 포털사이트와 각 언론사 홈페이지에서 김재철 MBC 사장 선임은 그리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KBS 이사회가 김인규 사장을 내정했을 때, 그의 이름이 인기검색어 순위에까지 올랐던 것을 생각해보면 꽤나 대조적이다.

26일 방송 3사의 메인뉴스와 27일 일간지 보도도 크게 다를 것 같지 않다. 주요 뉴스와 신문 1면은 김연아의 금메달 소식으로 도배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영방송 MBC의 ‘낙하산 사장’ 논란이 얼마나 국민적 관심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 김재철 신임 사장 ⓒMBC
온 나라의 시선이 스포츠행사에 쏠려있을 때 ‘일’을 처리하는 것은 분명 매력적인 선택이다. 그만큼 조용히 처리할 수 있으니 말이다. 정연주 전 KBS 사장도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 해임됐다. 오죽하면 “올림픽 때마다 방송사 사장이 바뀐다”(<오마이뉴스> 문성 기자)는 씁쓸한 농담까지 나왔을까.

우리가 관심을 놓고 있는 사이, 대한민국 언론은 시나브로 정권에 의해 잠식된다. 이명박 대통령은 결국 ‘프레스 프렌들리’라는 약속을 지켰다. 개인적 친분이 있는 인물들이 양대 공영방송사 수장을 맡게 됐으니, 얼마나 언론과 친근한 대통령이란 말인가. 누구 말대로 그들이 어떻게 정부의 ‘국정철학’을 구현해낼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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