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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명박 정부하면 언론장악이 떠오를 만큼 지난 2년은 끔찍했다. 이젠 경멸과 증오를 넘어 냉소까지 판칠 지경이다. 줄기차게 불법적으로 방송사 경영진을 교체했고, 비판적 프로그램들을 폐지했다. 지난 2년동안 철저하게 방송의 독립성은 훼손되었다. 이젠 MBC ‘낙하산 사장’ 선임으로 그 장악의 종착역으로 치닫고 있다. 제일 먼저 장악된 KBS는 단순히 균형과 객관을 맞추는 것을 넘어서 안방에 여당 정치인들을 수시로 불러들여 낯 뜨거운 홍보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것도 지방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에 노골적인 여권인사 홍보를 하고 있다. 정부에 장악된 방송의 암울한 미래다.

불법적인 방송 장악에 대해 거대 신문은 참여정부와는 정반대로 철저하게 외면하거나 침묵하고 있다. 참여정부 초반, 서동구 KBS사장 임명 때 집중 포화를 날리던 이들 신문들이 정연주 사장 불법 해임에는 일언반구도 없다. 오히려 불법 해임 여론 조성을 위한 기사만 양산했다. 그리고 미디어법 통과 전후로 종편채널 선정과 관련된 기사만 집중 배치하고 있다.

방송은 장악되고 거대신문들이 자신들의 정파성과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이 정부의 언론통제는 더욱 강력해졌다. 현대사회에서 제4부로 불리는 언론이 정부의 입김에 자유롭지 못한 지경이다. 권력의 균형과 견제라는 권력분립 원칙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 입법부는 통법부가 되어서 청와대의 지시를 일방적으로 수행하기 바쁘고, 사법부는 정쟁과 이념대립의 장이 되어 독립적 판단이 위협받고 있다. 여기에 민간 영역인 언론조차도 정부의 탄압과 유인책에 따라 끌려가는 상황이다.

일방적인 정부의 정책 집행에 대한민국 전체가 끌려가고 있다. 4대강 사업을 하기 위해 민생복지예산을 삭감해도 문제점이 제대로 공론화되지 못하고,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일방적인 홍보가 아무 검증 없이 언론을 통해 전달되면서 국민들을 현혹시키고 있다. 비판이 거세된 언론 때문에 국민의 눈과 귀가 가려져 냉소주의가 만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가장 큰 문제는 우리 사회에 토론과 검증, 합의라는 사회적 의사결정 시스템이 붕괴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가 생산적인 토론과 사회적 합의를 무시하고 정책 홍보와 선전에만 주력한 결과다. KBS에 특보 출신 사장을 임명하고 MBC도 친정부적인 사장을 선임하려는 과정에서 정부의 부당하고 저급한 언론관이 명백히 확인되고 있다. 그리고 방송의 공정성과 균형을 주장하면서 규제기관을 앞세워 철저하게 정부의 입맛대로 제작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 현 정권이 방송사에 균형과 공정을 주장한 것이 자신들의 정파성을 관철하는 수사에 불과했다는 것을 지난 2년간의 ‘역사’는 보여준다. 방송 종사자들이 공정과 균형이라는 가치를 냉소적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언론이 이런 지경인데 이를 시청하는 국민들은 얼마나 냉소에 빠지기 쉽겠는가.

민주적 질서를 다시 복원하기 위해서라도 언론인의 뼈를 깎는 반성과 혁신이 절실하다. 자신들이 맡은 프로그램에서 은연중에 타협했거나,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 제작한 방송이 국민들을 냉소에 빠지게 할 수 있다는 자각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부당한 간섭과 지시에 저항하는 방송인의 연대가 절실하다. 튼튼한 연대를 통해 제작현장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제대로 세워내기 시작하면 국민들의 냉소는 극복될 수 있다. 자율과 창의를 지켜내기 위해 노력하는 방송인들은 국민들이 함께 할 것이고 역사가 평가할 것이다. 바로 이런 노력이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복원시키는 첩경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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