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드라마도 PPL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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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드라마도 PPL 논란
[글로벌] 북경=이재민 통신원
  • 북경=이재민 통신원
  • 승인 2010.03.03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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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드라마가 아니라 광고야! 드라마 내용 중에 광고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광고 중간에 약간의 드라마 내용이 삽입된 거라고!” 시청자들의 볼멘소리이다. 경인년 설날 특집쇼 <기부>가 PPL(간접광고)로 따가운 질타를 받은 데 이어, CCTV-1에서 방송되는 자오번산의 신작 <농촌마을의 사랑>이 방송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다시 한 번 과도한 PPL로 비난을 받고 있다.

시청자들은 <농촌마을의 사랑>이 샹야산 촌 주민들의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유머러스하게 그려낸 좋은 드라마인 것은 인정하지만, 과도한 PPL 때문에 불쾌할 때도 적지 않다며 “광고가 너무 노골적이다. 어떻게 한 마을에 한 특정 기업 자동차만 있을 수 있는가?”라며 불만을 표시했다. 중국에서 드라마를 포함한 방송 프로그램의 PPL은 불법이 아니나 과도한 광고는 대중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으며, 시청자들은 자오번산이 ‘드라마가 아닌 광고를 찍었다’며 쓴 웃음을 지었다.

▲ 중국 드라마 <농촌마을의 사랑>.

<기부> 방영 후, 자오번산의 작품을 보는 시청자들은 극 중 삽입된 광고 수를 세는 새로운 습관이 생겼다. 이제 막 10회를 넘긴 <농촌마을의 사랑>에 대해 시청자들은 “CCTV-1 황금 시간대에 방영되는 드라마 중에서 이렇게 광고가 많은 경우는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가장 자주 등장하는 경우는 특정업체의 자동차 광고다. 주인공을 비롯해서 심지어 마을 이장까지도 이 기업의 차를 몰고, 주인공은 이전에 타던 벤츠를 이 기업의 차로 바꿔 타고 브라운관에 등장한다.

그 뿐 아니라 텔레비전, 휴대전화, 로션, 술, 인터넷 사이트 등 수많은 브랜드들이 극중에 난무하고, 의도적으로 화면에 여러 차례 노출시키는 등 PPL의 성격이 너무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 외에도, 드라마 중간에 삽입되는 광고는 시청자를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한다. 한 회당 중간에 삽입되는 광고 수는 4~5편에 달하고, 드라마 엔딩 자막조차 광고의 향연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해 시청자들은 “<대택문>, <관동> 등의 인기 드라마 방영 시에도 삽입광고가 없었는데, CCTV가 이번에는 전례를 깨고 CCTV-1 8시 황금 시간대에 광고를 이렇게 많이 끼워 넣다니, 자오번산이 정말 대단하긴 하군요”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늘어지는 구성도 지적의 대상이 되었다. 전반적으로 가볍고 유머러스한 전개와 배우들의 적절한 연기는 대중들의 인정을 받았고, 많은 시청자들은 1, 2편 보다 훨씬 재미있고, 그 중 대사가 백미여서 씹을수록 맛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그렇지만 <농촌마을의 사랑>의 전개는 갈수록 눈에 띄게 느려졌고, 3편 10여 회에 이르러서는 대부분의 내용이 차 한대를 놓고 벌이는 줄다리기, 촌 주임자리 쟁탈전과 관련된 이야기로 구성되었고, 심지어 노새 한 마리를 잃어버리는 소재로 한 회를 마무리하기도 했다. 중국인들의 특성을 ‘만만디’라고는 하나, 드라마의 늘어지는 구성에 대해서는 한국 시청자들보다 더욱 민감하여, 많은 시청자들의 지적이 쏟아졌다.

▲ 북경=이재민 통신원/ 게오나투렌 중국투자자문 이사, 북경대 박사

결국 이 드라마는 중국의 ‘희극대왕’이라고 불리는 코미디 황제 자오번산에 많은 기대를 품고 수상기 앞에 앉은 시청자들을 실망시켰으며, 광고에 급급한 나머지 드라마의 구성에는 지나치게 소홀했다는 지적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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