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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은의 예능의 정석]종영 앞둔 〈지붕 뚫고 하이킥〉

2주. MBC 〈지붕 뚫고 하이킥〉(이하 〈하이킥〉)의 종영까지 남은 시간이다. 오는 19일이면 지난 반년 간 우리를 웃기고 울렸던 이 시트콤과도 작별해야 한다. 앞으로 남은 이야기는 겨우 10편. 그 시간 동안 우리는 충분히 이별을 준비할 수 있을까.

한동안 진짜 지붕이라도 뚫을 기세였던 〈하이킥〉 열풍은 요즘 주춤한 기색이다. 30% 돌파를 눈앞에 둔 것 같던 시청률은 요 며칠 20% 주변을 맴돌고 있다.

‘걸작’으로까지 칭송받던 〈하이킥〉이었으나, 요즘 적잖이 볼멘소리가 들려온 것도 어느 정도 사실이다. 잦은 카메오 출연 등으로 전개가 다소 지지부진해지고, 보석의 민폐는 “적정선을 넘어” 계속 되며, 시청자들까지 설레게 하던 청춘남녀의 사각멜로는 요즘 긴장감을 잃고 제법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빵꾸똥꾸’를 즐겨 쓰는 해리(진지희)의 언행을 심의기관에서 제동을 걸면서 캐릭터의 매력을 앗아간 탓도 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여전히 〈하이킥〉은 매력적이다. 결말로 치달을수록 드러나는 비극적 정취 때문에 더욱 그렇다.

▲ MBC 일일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 ⓒMBC
〈하이킥〉이 김병욱 PD의 전작인 〈거침없이 하이킥〉보다 높게 평가받았던 것은 가난이나 계급, 학벌과 같은 슬프도록 지독한 현실을 희극이란 무대에서 웃음으로 풀어놓는 솜씨 때문이었다. 말하자면,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라는 찰리 채플린의 명언을 가장 잘 실현해낸 작품인 셈이다.

지난달 24일, 정음은 마침내 자신이 서울대가 아닌 서운대 출신이란 사실을 현경에게 털어놓는다. 현경은 사죄의 뜻으로 준혁(윤시윤)을 수능까지 책임지겠다는 정음의 부탁마저 매몰차게 거절한다.

정음의 고난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아버지에게 용돈을 받으러 집을 찾았다가 온 집 안에 붙어 있는 빨간 딱지를 보고, 자신의 방을 가득 채운 ‘신상’들을 팔아야 하는 처지가 된다. 그제야 부지런히 이력서를 쓰며 하루에도 몇 번 씩 면접을 보러 다니지만 “서운대 나왔어요?”라는 비웃음 섞인 질문이나, “이런 일은 안 어울릴 것 같은데”라는 대답만 돌아온다.

순재와의 아름다운 결혼을 꿈꾸며 청담동의 한 스튜디오에서 웨딩 촬영을 하던 자옥은 “늙어서 노망”이라는 젊은이들의 키득거림에 눈시울을 적신다. 그러면서 노을을 배경으로 순재와 사진을 찍으며 자옥은 자신의 나이가 반짝반짝 빛나는 일출보다는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석양에 가깝다는 현실을 받아들인다.

또 세 번째 아이까지 가진 보석은 여전히 ‘비호감’에 철없고, 사기나 당할 정도로 무능력하다. 그의 지나친 ‘민폐’가 때로는 짜증스럽기도 하지만, 발버둥쳐봤자 여전히 구제불능인 그의 존재는 희극적인 동시에 비극적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비극적인 이야기가 남아있을지 모른다. 어느 날 갑자기 집에 나타난 로봇청소기가 세경의 일을 줄여주는 반면 그녀의 일자리를 앗아 갈지도 모르고, 세경을 향한 준혁의 마음을 확인한 현경이 정음에게 했던 것보다 더 매섭게 냉대할 지도 모를 일이다.

시트콤이되 과감한 시도를 마다하지 않았던 김병욱 PD이기에 남은 10편의 이야기가 어떤 결말로 이어질 지는 쉽게 예상할 수 없다. 하지만 그의 작품이 구현하는 현실이나 비극이 단순히 냉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우리는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다. 채플린의 말대로 비극적일지언정 동시에 희극인 것이 우리네 인생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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