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피습 러시아 ‘스킨헤드’ 8만명 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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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뉴스메이커] 박노자 오슬로국립대 교수, ‘SBS 전망대’

최근 러시아에서 한국 유학생들이 잇따라 피습을 당한 가운데, 러시아에서 귀화한 박노자 교수(노르웨이 오슬로국립대) 교수는 극우 인종주의자(스킨헤드)의 범죄 가능성에 무게를 실으며 “러시아에서는 90년대 중반 이후부터 빈번하게 발생한 고질적 사회문제”라고 말했다.

▲ 박노자 오슬로국립대 교수
박 교수는 10일 <SBS 전망대>와의 인터뷰에서 “스킨헤드는 백인종의 우월성을 믿으며 타인종을 백인종의 영토에서 죽이거나 추방시켜야 한다고 보는 파시스트 집단”이라며 “폭력적 성향이 대단히 강하고, 러시아 전체에 8만명 정도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스킨헤드는) 국적을 고려하지 않고, 백인이 아닌 모든 이들에 대해 무차별적인 공격을 한다. 한 해 사망자만 많게는 1000여명, 적게는 70여명에 달한다”며 “주요 희생자들은 가장 취약계층에 속하는 중앙아시아 출신 이주 노동자들”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박노자 교수는 러시아에서 극우 인종주의자들이 기승하는 이유에 대해 “사회주의 몰락 후 빈부격차가 나타나면서, 실업불안 등 사회적인 불만이 퍼지게 됐다”며 “좌파 이데올로기가 무너지면서 이러한 불만은 자연히 극우 이데올로기를 통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러시아 수사당국이 (인종 범죄에) 적극 대응했다면 지금처럼 수많은 사람이 죽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2~3년 전부터는 극우 테러리스트들의 소행 때문에 외교마찰 때문에 다소 수사가 강화된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한국 유학생들의 피해에 대해 정부의 ‘강경 대응’을 주문하며 “러시아 여행이나 유행을 제한하는 압력이 필요하다”며 “(여행·유학 감소로)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면 러시아 당국이 그것을 파악해 단속을 강화하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노자 교수 인터뷰 전문

▷ 서두원/진행자:

러시아에서 한국 유학생들이 피습되는 일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습니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인종혐오 범죄로 추정되는데요. 러시아 출신 귀화 한국인인 노르웨이 오슬로대학교 박노자 교수 전화로 모시고 자세한 말씀 나눠보겠습니다. 박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 박노자/오슬로국립대 교수:

네. 안녕하십니까?

▷ 서두원/진행자:

최근 러시아에서 한국 유학생들이 잇따라 피습되고 있는데요. 이 사건은 스킨헤드, 즉 극우인종주의자들의 소행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 박노자/오슬로국립대 교수:

그 분석이 맞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이와 같은 것은 러시아에서 이미 1990년대 중반 이후로 빈발해왔으며, 제가 1997년부터 2000년까지 3년 동안 한국에서 노어를 가르쳤는데 그때 제 학생 중에서도 스킨헤드에 구타를 당한 아이들이 간혹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이건 벌써 90년대 중반 이후에 고질화된 하나의 커다란 사회문제라고 봐야 될 것입니다. 주요 희생자들을 국적별로 분석해보면 중앙아시아 출신의 이주 노동자들, 그러니까 러시아 사회의 가장 취약계층에 속하는 이들이 가장 많습니다.

▷ 서두원/진행자:

중앙아시아 출신들.

▶ 박노자/오슬로국립대 교수:

이들 같은 경우에는 빈민가에서 살고 있으며, 또는 늦은 밤에 예컨대 청소부로 일하면서 바깥에서 일하다가 이렇게 변을 당하는 경우가 매우 많으며, 전체적으로 봤을 때 타지키스탄 이나 키르기스스탄 출신이 몇 사람씩 구타를 당하거나 죽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전체적 통계를 보면 1년에 죽은 사람만 해도 많게는 100여명, 적게는 70여명, 이렇게 해마다 약간씩 달라집니다만 그 정도로 나오고 있고요. 구타를 당한 사람은 수백 명에 달합니다.

▷ 서두원/진행자:

사망자가 그렇게 많군요. 그럼 한국인들이 테러 대상이 되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고 보긴 어렵겠네요?

▶ 박노자/오슬로국립대 교수:

한국인뿐만 아니고 그러니까 백인이 아닌 모든이들에 대한 무차별적이고 말 그대로 이성이 없는,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인 공격이며 그 대상에 오르는 사람은 국적에 대해서 전혀 고려되어지는 바도 없습니다. 고려인, 그러니까 몇 대 걸쳐서 러시아에서 살아온 한국인들도 빈번하게 공격을 당했으며, 작년에 돌아가셨지만 제 은사님이신 선생님께서 구순의 연세이심에도 불구하고 한번 공격당하신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구순의 노교수를 때릴 정도의 사람이라면 이성이라든가 그런 거 따질 여유도 없습니다.

▷ 서두원/진행자:

그렇군요. 그럼 스킨헤드라고 불리는 극우 인종주의자들은 어떤 집단인지 간단하게 설명해주십시오

▶ 박노자/오슬로국립대 교수:

쉽게 얘기하면 파시스트들입니다. 파시스트라는 것은 백인종의 우월성을 믿으며 타인종을 백인종의 영토에서 죽이거나 추방시켜야 한다고 보는 이들이며, 폭력적인 성향이 대단히 강해서 지금은 정당으로서 조직적으로 행동한다기보다는 산발적인 폭력을 통해서 자신의 정치적 끌어내는 이런 집단이며, 전체적인 숫자를 보면 추산으로는 러시아에서 8만명에 달합니다. 8만명의 파시스트라면 극우 정치의 파시스트 행동 대원들 다 합쳐도 그 정도 되진 않거든요. 그러니까 러시아만큼 파시스트들이 많은 나라는 없다고 보셔도 크게 틀린건 아닐 겁니다.

▷ 서두원/진행자:

그럼 러시아에서 특히나 이렇게 스킨헤드들, 극우 인종주의자들이 기승을 부리는 배경은 어디에 있겠습니까?

▶ 박노자/오슬로국립대 교수:

잘 아시고 계시겠습니다만 스탈린주의적인 사회주의 제도가 망함에 따라서 수많은 부작용들이 나타난 것입니다. 어쨌든 그 제도 하에서는 기본적으로 다들 비슷비슷하게 괜찮게 살았고, 빈부격차가 별로 없었고, 나름대로 안정적인 사회였다고 볼 수 있는데 그것이 몰락함에 따라서 빈부격차가 대단히 현저하게 나타났고, 수많은 사람들이 실업 불안이라든가 이런 여러 가지 불안증에 시달리게 되었고, 사회 전체적으로 서로서로에 대한 불만이 퍼지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이 불만은 어쩌면 좌파적인 이데올로기를 통해서도 표현 될수도 있었을 터인데, 그것은 새로운 자본주의사회 지배층이나 지식인층이 절대 하지는 않았습니다. 좌파 이데올로기는 철저하게 조주를 당했고, 그 결과 좌파는 이데올로기적으로 몰락함에 따라서 우파 이데올로기는 부각되었으며, 그렇게 수많은 이들의 불만이 극우적인 이데올로기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나타나게 됐습니다.

▷ 서두원/진행자:

현실적으로는 외국인이 자신의 일자리를 빼앗는 존재로 간주하는 그런 현상이 커지겠죠.

▶ 박노자/오슬로국립대 교수:

이들의 생각은 그렇죠. 물론 현실하고는 전혀 관계없습니다. 실제 외국인들이 갖는 일자라는 백인 러시아들이 절대 가지려고 하지 않는 일자리들이고요. 아까 제가 말씀드렸던 중앙아시아 출신 같으면 청소부나 공사장 노가다가 제일 많고요. 그리고 한국 같은 경우는 일자리라기보다는 유학생이 많고요. 그러니까 실제로 러시아인한테는 해가 되는 건 전혀 없습니다.

▷ 서두원/진행자:

네. 러시아 수사당국이 지금 수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처벌도 엄하게 하고 있습니까?

▶ 박노자/오슬로국립대 교수:

그렇게 했다면 지금처럼 수많은 사람이 죽진 않았을 겁니다.

▷ 서두원/진행자:

그렇죠. 그러니까 어찌됐든 방치하고 있는 측면이 있지 않습니까?

▶ 박노자/오슬로국립대 교수:

만약에 정말 적극적이었다면 좀 달랐을 거에요. 왜냐하면 대한민국도 그런 측면이 있습니다만, 러시아도 경찰국가입니다. 일단은 당국이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단속이 어느정도 되는 나라인데, 그리고 경찰이 일단 많아요. 평균보다는 2배 많죠.

▷ 서두원/진행자:

경찰 숫자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렇게 기승을 부리는 건 약간 방치를 했다고 보이는데 말이죠. 2000년대 초에 박노자 교수께서는 러시아 정권 자체가 극우 인종주의자들, 스킨헤드를 사주하고, 보호하고, 육성하고 있다. 이렇게 주장하신 적이 있으신데요?

▶ 박노자/오슬로국립대 교수:

그거 왜 그렇게 주장했는가 하면 그 당시 러시아 신문에서는 어떤 보도까지 나왔는가 하면 극우 테러리스트들이 OMON, 그러니까 경찰 특무부대 기지에서 훈련받는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그 보도는 모스코바의 대중일간지 모스코프스키 콤소몰레츠에서 나가고 나서는 어떤 반박도 없었으며 명예훼손 소송도 없었습니다.

▷ 서두원/진행자:

사실이라는 얘기군요.

▶ 박노자/오슬로국립대 교수:

틀렸다면 명예훼손 소송 걸었을 텐데 소송을 걸지 않는 거 보니까 인정한 모양입니다.

▷ 서두원/진행자:

지금 상황은 어떻습니까? 권력과 극우 인종주의자들 간의 관계 말이죠.

▶ 박노자/오슬로국립대 교수:

지금은 저야 전문가가 아니라서 알 수 없습니다만, 다소 수사가 강화된 측면이 있는데 2년 전, 3년 전부터는 극우 테러리스트들의 소행 때문에 외교적 마찰까지 빚어져서 이제 러시아에서는 주로 예컨대 중국이라든가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외교관계를 고려해서 그렇게 하는 걸로 분석되기도 합니다. 특히 중국이나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정도면 러시아로서는 전략적인 동반자 관계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많이 고려되어지는 것 같습니다.

▷ 서두원/진행자:

한국 유학생들이 더 이상 피해를 입지 말아야 할텐데요, 러시아 사태에 대해서 한국 정부가 어떻게 대응해야겠습니까?

▶ 박노자/오슬로국립대 교수:

강경하게 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러시아 같은 경우는 극우 테러리스들의 단속을 강화시키려면 분명히 외부로부터의 압력이 필요합니다. 그러려면 예컨대 한국인 여행자들이 러시아 여행할 때 여행경보 수위를 향상 조정한다든가, 러시아 유학가려는 사람한테는 유학을 권고하지 않는 지역으로 지정한다든가, 분명히 그러한 압력이 필요하죠. 왜냐하면 여행객이 오지 않고 유학생이 오지 않으면 경제적인 손실이 있는 곳이고, 러시아 당국이 그것을 파악해서라도 단속을 강화시키지 않을까 싶은 것입니다.

▷ 서두원/진행자:

그렇군요. 정부의 노력이 상당히 필요하군요.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박노자/오슬로국립대 교수:

네. 감사합니다.

▷ 서두원/진행자:

지금까지 러시아인 출신으로 한국으로 귀화한 노르웨이 오슬로국립대학교 박노자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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