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와 아직 이별 못해…좋은 선생 돼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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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대학 교수로 새 출발하는 홍경수 전 KBS PD

그를 소개하는데 긴 필모그래피는 필요 없다. 〈낭독의 발견〉과 〈단박인터뷰〉. ‘시청률 대박’을 터뜨린 것은 아니지만, 신선한 시도와 독특한 개성으로 오랫동안 회자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으며, 수많은 PD 지망생들이나 새내기 PD들에게는 필독서 ‘PD WHO & HOW’의 대표필자로도 친숙한 이름, 바로 홍경수 PD다.

하지만 이제 그는 더 이상 PD가 아니다. 홍경수 ‘전’ PD는 지난 1일부로 KBS를 떠났다. 그리고 순천향대 공연영상미디어학부 교수로 제2의 삶을 시작했다.

이전에도 대학 강의를 곧잘 했던 그이지만, 교수로서의 새 출발은 꽤 갑작스러웠다. 지난달 22일 교수 임용장을 받고 28일 사표를 제출하자 “회사에 불만 있냐”는 반응이 나오는 것도 당연했다.

“KBS에 입사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연출했어요. 예능 PD로 입사해 음악 프로그램을 연출하면서 ‘메시지의 결핍’을 느꼈는데, 교양국으로 옮겨 〈낭독의 발견〉을 하면서 참 행복했죠. 그 때가 내 인생의 피크였구나, 어렴풋이 느꼈어요. 아무리 오래 연출해도 다시 이 경지에 오기 힘들겠다고 생각했죠. 평소에 글쓰기에 관심이 많고 책 읽는 걸 좋아해서 언젠가 연출을 못하게 되면 학교에 갔으면 좋겠다고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계획보다 2~3년 정도 빨리 오게 됐네요. 프로그램에 대한 갈증도 상당히 해소됐고, 제가 역마살이 좀 있어서요.(웃음)”

▲ KBS에서 '낭독의 발견', '단박인터뷰' 등을 기획하고 연출한 홍경수 전 PD가 순천향대 교수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PD저널
하지만 그는 “아직 KBS, PD와 이별을 못 한 것 같다”고 말했다. 14년 5개월 동안 몸담았던 직장과의 이별이 어디 그리 쉬울까. 그는 학교로 옮긴 뒤 첫 번째 주말동안 몸살을 앓았다.

“정말 어렵게 PD가 됐거든요. 신문사 기자를 하다가 사표를 내고 PD 시험을 봤다가 떨어져서 다시 신문사로 갔다가 또 시험 봐서 방송사에 들어갔죠. 어렵게 PD가 됐고, 많은 도움을 받으며 행복하게 PD 생활을 한 것 같아요. 그래서 아직 몸이 앓고 있는 것 같네요.”

그의 교수 임용 소식을 들은 KBS 선후배 및 동료들의 반응은 각양각색이었다. “어떻게 하면 학교에 갈 수 있냐”고 ‘비법’을 묻거나 “대학원생으로 받아 달라”는 짓궂은 동료도 있었다. 특히 MBC PD 출신인 주철환 전 이화여대 교수가 많은 축하를 해줬다고.

“지난 1일 주철환 선배와 함께 밥을 먹었는데, ‘프로듀페서(프로듀서+프로페서)’ 집단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하시더군요. 더 많은 PD들이 학교에 진출해야 한다면서. 확실히 PD들에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인 지식과 경험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는 “동료 PD들에게 미안하기도 하다”고도 했다. “PD 지망생들을 위한 책도 썼는데, 저 때문에 PD의 길에 들어선 친구들에게는 더 오래 PD 생활을 못한 게 미안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물리적으로 연출할 수 없게 되면 이쪽에도 인생의 이모작의 길이 있다는 걸, 꼭 은퇴해서라 아니라 학교도 젊은 사람들을 원한다는 걸, 그렇게 양해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동안 그는 몇몇 대학으로부터 교수 임용 제안을 받기도 했다. 지금 둥지를 튼 순천향대는 그가 지난해 11월 직접 지원해 77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당당히 입성한 곳이다. 그는 이 대학에서 미디어콘텐츠 전공 교수로 1주일에 4과목의 수업을 담당하고 있다.

학교로 옮긴 뒤 가장 좋아진 점을 물으니 그는 주저 없이 “공간”이라고 답했다. “PD를 하면서도 창의적으로 일하려면 넓은 공간이 필요하다고 늘 생각했다”는 그에게 ‘홍경수 교수’라는 이름표가 붙은 그만의 연구실은 최고의 선물이다.

“급여는 꽤 많이 적어졌지만, 공간과 시간적 여유가 있어 좋습니다. 또 학생들을 만나는 게 힘이 돼요. 리프레시랄까. 반짝반짝 거리는 눈빛을 보며 정말 좋은 선생님이 돼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일단 학교란 곳에 적응하는 게 우선”이라는 그는 이미 5편 남짓 되는 책을 쓴 ‘작가’답게 “책을 많이 쓰고 싶다”고 덧붙였다.

“기본적인 관심과 연구의 방향은 PD입니다. PD가 방송에서 차지하는 역할, PD의 속성이 방송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하려고 해요. 책 쓰고, 여행도 하며 좋은 선생이 되는 게 제 희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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