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 프로그램 이미지 차용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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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 프로그램 이미지 차용 광고
TV 광고의 프로그램 이미지 차용 이래도 되나
드라마 등 배역 활용뿐 아니라 포맷까지 그대로
‘프로그램 이미지는 방송사 저작권 대상’ 인식 필요
  • 승인 1997.06.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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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톡톡 튀고 재기넘치며 화려한 영상으로 구성된 tv 광고는 여러모로 시선을 끈다. 근래는 방대한 스케일이나 잘 짜여진 줄거리, 구성 등으로 세간의 화제거리가 되기도 하는 tv 광고들이 많아졌다.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아 제품의 구매욕구를 높이는 것을 tv 광고의 목적이라고 한다면 가장 손쉬운 방법은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인기 연예인들을 광고모델로 삼는 것이다. 소위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뜨게’ 된 연예인들의 인기가 곧장 광고 출연과 억대의 모델료로 이어지는 사정이 그렇다. 드라마 속의 멋진 남자 주인공으로 출연해 여성들의 관심이 집중되면 그는 곧 화장품이나 핑크색의 음료수 등을 화면 밖 여성들에게 권해 상품 판매고를 올린다.이런 방식의, 인기 연예인 개개인의 매력을 동원한 광고 방식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최근에는 시청률 높은 프로그램의 출연진 전체가 해당 프로그램의 배역 이미지를 그대로 유지한 채 동원돼 만들어지는 광고들이 많아졌다. 드라마 내의 부자관계나 모녀관계, 형제·자매들, 가족 전원 등이 한 상품을 광고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미지 차용방식의 광고들은 광고제작의 관건이자 가장 고통스러운 대목인 ‘기발한 아이디어의 개발’이라는 수고를 덜어주면서도 시청률 높은 프로그램의 등에 업혀 제품 이미지를 제고하는, 광고주나 제작사 입장에서 상당히 매력적인 방식이라는데 반론의 여지가 없다. 이 경우 광고모델인 연예인들은 개인의 매력보다 배역의 매력이나 이미지로 부각된다.독창적인 내용의 광고에 비해 손쉽게 만들어지는 이런 종류의 광고에 대해 제기되는 문제점들은 이미 외부에서 만들어진 이미지에 영합해 쉽사리 성과를 획득하려 한다는 비도덕성 외에도 작가의 창작, pd의 연출, 카메라 맨 등 스탭들이 제작하는 과정에서 완성된 하나의 저작물을 무책임하게 ‘도용’한다는 점이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자.최근 방송되고 있는 전자랜드21 광고는 그 단적인 예다.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한 코너로 유명한 ‘이경규가 간다’를 그대로 차용해 만든 이 광고는 이경규 씨를 모델로 ‘또 하나의 양심을 찾아서’라는 자막을 사용하고 ‘양심 냉장고’ 대신 ‘양심 가격’을 내세운다. 손해보험협회는 ‘횡단보도 차선지키기 감시’ 포맷에 출연자의 대사를 즉각 자막으로 내보내는 방식까지 완전히 차용한 광고를 내고 있다. 광고모델의 프로그램에서 맡은 배역을 유지하는 다수의 광고들이 그나마 내용은 제품 이미지에 따라 새롭게 구성하는 경향인데 반해 위의 경우는 ×월×일자 방송 화면을 그대로 쓰지 않았다 뿐이지 거의 그대로 재현했다.또 최근 시청률 상위의 kbs 일일연속극 「정 때문에」 출연진들이 모델로 등장하는 드링크제 광고는 단 한 병 남은 드링크제를 서로 먹겠다고 주장하는 과정에 한 모델이 양보하면서 “정 때문에∼”라는 멘트를 사용한다. 프로그램의 제호를 직접적으로 차용한 경우이다. 제호 사용과 관련해서 외국의 경우 영국, 이탈리아, 독일 등에서는 부정경쟁행위라고 한 판례가 있고 멕시코에서는 저작권법상 신문, 잡지, 방송 프로그램의 제호를 저작물로 보고 있다.이에 대해 최정환 변호사는 “차용 내용의 정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방송 외의 목적, 광고라는 목적으로 프로그램의 이미지를 도용한 광고는 방송사와 작가에 대해 저작권료를 물어야 한다”고 말한다. 프로그램, 특히 드라마에 출연한 출연자의 이미지는 작가의 창작품으로, 캐릭터를 창조한 작가와 프로그램을 연출한 pd, 스탭 등 방송사의 저작권이 인정된다는 것이다.음반의 경우는 광고에 가수의 노래를 배경으로 삽입할 때 가수, 작곡가·작사가, 음반사에게 저작권료를 물어야한다.최정환 변호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프로그램의 이미지를 차용하는 것에 대해 저작권을 요구하는 것은 그다지 현실적이지 않은 문제제기라고 말한다. 방송화면을 복제해 옮기지 않는 이상 저작권 문제를 제기할 법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판례에 따르면 저작권법이 보호하고 있는 것은 표현형식만을 대상으로 하며 표현된 내용 즉 아이디어나 사상, 감정 등은 보호대상이 아닌 것으로 되어 있다. 또한 외국의 경우 민사소송을 통해 저작권침해 배상금을 징벌적 손해배상의 개념으로 벌금 형식으로 물게 되는데 그 액수가 상당히 커서 실현가능한 보호 기제로 작동하고 있는 반면 우리 나라의 경우는 그렇지 않아서 저작권법 형사소송을 해결방법으로 사용하게 된다. 다시 말해 이해 당사자들의 합의로 소를 취하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예술인들의 저작권보호 기능이 미약하다는 것이다.각 방송사 법무부서들이 광고관련 저작권 침해 문제를 심각하게 느끼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다.kbs의 한 관계자는 “소송을 제기하려면 실익이 있어야 하는데 법의 보호범위가 명확하지 않아서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외국처럼 유사포맷을 보호해 주거나 출연자의 캐릭터를 저작물로 인정해 보호한 실례가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다.얼마전 미국에서는 혼다 자동차회사의 광고가 제임스 본드 영화의 장면과 캐릭터를 차용한 것에 대해 제임스 본드 영화 저작권자의 손을 들어주었다. tv 시리즈나 영화에서 시각적으로 묘사된 캐릭터가 저작물로 보호될 수 있다고 결론내렸고 외면상의 유사성 뿐 아니라 총괄적으로 두 저작물의 ‘전체적인 구상과 느낌’이 실질적으로 유사한가, 즉 이성적인 일반인이 그 광고를 원저작물의 영상화로 간주하는가를 판단해 볼 때 유사성이 확실하다고 판결 이유를 제시했다.이와 관련해 광고제작사의 한 관계자는 “프로그램 이미지 차용이라는 제작방식과 저작권의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말하고 “표절이나 모방 문제 등에 대해 자정하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추구하고 있고 독창성 있고 참신한 광고 제작능력을 개발하는게 목표이지만 광고주들이 특정 인물이나 이미지에 대한 개념을 미리 정해놓고 직접적으로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몇몇 안정적인 제작사들을 제외하면 다수의 영세한 제작사들은 만들기도 급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 방송부터 외국 프로그램을 베끼는 실정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간간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기도 하는 표절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저작권에 대한 인식 전환을 새로이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강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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