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미우리>가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관련 발언이 사실이라는 입장을 법정에 제출했다는 게 알려지면서, 이에 대한 진위 여부를 둘러싼 파문이 정치권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방송·언론의 ‘침묵’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18일 KBS와 MBC가 저녁뉴스에서 각각 19번째 리포트와 단신으로 관련 논란을 다루긴 했지만, 왜 이 사건이 논란이 되는 것인지 등 쟁점을 짚기보단 <요미우리>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는 청와대의 입장을 전하는 데 그쳤다. SBS는 여전히 관련 보도에 나서지 않고 있다.
공정방송을 자임하는 지상파 3사의 이 같은 모습을 두고 이 대통령의 독도발언 진위 여부를 궁금해 하는 누리꾼들은 물론 언론·시민단체들도 “<국민일보> 보도 이후 청와대와 지상파 방송 3사가 보여주는 침묵은 정권의 방송장악 현실이 연출하는 공포와 괴기의 스펙터클”(3월 12일, 언론개혁시민연대)이라고 비판하며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맞는 얘기다. 구구절절 틀린 얘기가 하나도 없다. 이와 같은 원칙 아래 뉴스의 가치를 판단하는 게 방송·언론의 몫이다. 누구도 ‘감 놔라, 배 놔라’ 할 수 없다. 인정한다.
문제는 이 같은 ‘원칙’이 청와대와 관련한(정확히는 청와대가 곤혹스러울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만 철저하게 적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두 달 뒤면 벌써 1주기가 되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해, 당시 수사 중인 사안을 흘리고 그대로 받아 적어 전달했던 검찰·언론의 행태를 굳이 언급하진 말자.
하지만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국민과 시청자·국민 앞에 반성의 말을 내놨던 방송·언론이, 현재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금품수수 의혹과 관련해 노 전 대통령을 서거에 이르게 했던 보도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지적하고 넘어가야겠다.
4대강 사업에 관한 언론보도 역시 마찬가지.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써 몇 달째 여야를 넘어 여여 갈등까지 부르고 있고, 전문가들의 우려가 잇따르고 있지만 4대강 사업을 둘러싼 논란 등에 대한 방송 보도는 거의 없다. 지난해 이명박 대통령의 “4대강 사업은 정치 논리로 접근해선 안 된다”는 발언 이후 보도가 ‘뚝’ 끊긴 걸 그냥 오비이락으로만 받아들여야 할까.
원칙은 어떤 행동을 할 때 일관적으로 지켜야 할 규칙이다. 모든 경우라고 단정할 순 없지만, 일관되게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할 문제인 것이다. <요미우리> 관련 논란에 대한 방송·언론의 ‘침묵’을 ‘원칙’의 문제로 이해하기 어려운 것도 이 때문이다. ‘원칙’을 앞세워 <요미우리> 관련 논란에 침묵하는 방송·언론의 모습은 솔직히 납득하기 어렵다.
거듭 말하지만, 보도 여부는 각각의 방송·언론이 판단해 선택할 문제다. 때문에 <요미우리>를 포함한 일련의 사안들을 보도하고 안 하고의 문제는 당신들이 판단할 몫이다. 그러나 판단의 정당성을 말하기 위해 ‘원칙’을 앞세우진 않았으면 한다. 그게 ‘원칙’이란 단어에 대한 예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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