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룡 사태, 언론사상 가장 추악한 스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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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방위 또 파행…“한나라, 문제 은폐위해 의회주의 거부”

“시대를 퇴행해 ‘신메카시즘’ 시대를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의 ‘큰집’발언은 한 개인의 발언이 아니라 언론사상 가장 추악한 스캔들이다. (중략)… 청와대에서 언제, 어디로 김재철 MBC 사장을 불러 (‘쪼인트’를 까는) 폭행을 했는지, 그 폭행으로 인해 (MBC) 인사의 내용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그로 인해 (현재) 누가 어느 자리에 있는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 국회가 그 일을 해야 하는데, 여당이 상임위를 열지 않겠다고 하는 건 의회주의 포기이자 직무유기다.” (최문순 민주당 의원)

권력의 MBC 개입을 언급한 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의 <신동아> 인터뷰 파문과 관련해 진실 규명을 위한 ‘MBC 청문회’ 개최를 요구하는 목소리들이 계속 나오고 있지만, 정작 청문회의 주체가 될 국회의 문은 잠겨있다.

방송·언론 관련 소관 상임위인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고흥길, 이하 문방위) 소속 야당 의원들의 전체회의 소집 요구에도 불구하고 여당이 이에 응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2일에는 아예 회의 자체가 불발됐고, 24일 오전엔 민주당 의원들의 30분여에 걸친 문방위원장에 대한 설득으로 회의는 열렸지만, 여당 간사인 나경원 의원을 제외한 여당 의원들이 전원 회의에 불참하는 바람에 파행으로 끝났다.

▲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24일 파행으로 끝난 문방위 회의 직후 MBC 청문회와 문방위 정상 가동 등을 촉구하며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국민 목소리 외면하는 한나라당은 스마트폰 정당은커녕 ‘삐삐’ 정당도 안 돼”

당초 예정보다 1시간 늦은 오전 11시에 회의가 열리긴 했지만 여야 간사 간 의사일정 협의가 진행되지 못한 탓에 회의는 참석 의원들의 의사진행 발언으로만 채워졌다. 민주당 의원들은 의사일정 협의조차 안 되는 상황 자체에 대해 앞 다퉈 문제를 제기했다.

민주당 간사인 전병헌 의원은 “심각하고 중대한 사건들이 문방위에 줄줄이 현안으로 꿰어져 있는데 여야 간 회의를 열기 위한 일정합의조차 안 되는 건 매우 유감이며 통탄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전 의원은 “김우룡 전 이사장이 <신동아>를 통해 폭로한 ‘큰집’ 사건, 고흥길 문방위원장이 합석한 것으로 알려진 불교계 탄압, 네티즌이 웃자고 올린 동영상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죽자고 달려들어 고소한 ‘회피 연아’ 동영상 사건, 김인규 KBS 사장의 2TV <개그콘서트> 동혁이형에 대한 간접적인 압박 등에 대한 진상규명은 모두 문방위의 몫”이라며 “결국 헌법에 보장된 언론·종교·표현의 자유 등에 대한 문제로 국민 모두의 관심이 쏠려 있는데, 이 같은 헌법 파괴 현실에 문방위가 눈을 감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또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한나라당이 과연 ‘스마트폰’ 정당일 수 있는 것인가. (이런 식이라면) ‘삐삐’ 정당도 안 된다”며 “방송·종교·예술탄압 등을 시인하는 게 아니라면 3월 임시국회 중 문방위 정식 개회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의 장세환 의원도 “김우룡 전 이사장 사건은 <신동아> 인터뷰 내용 자체도 아연실색할 만큼 경악스럽지만, 언론 인터뷰를 하는 공직자의 자세가 드러났다는 게 더욱 문제”라며 “우리 편의 언론이니 아무렇게나 얘기해도 상관없다고 인식한 게 아닌가. 현 정권과 언론의 권언유착 관계가 그대로 드러난 만큼, 상임위를 열어 일련의 문제들을 제대로 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청와대·방문진 MBC장악 진상규명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천정배 의원은 “방송·종교·예술 등과 관련해 현재 제기된 의혹 자체가 민주주의와 헌법 질서에 대한 엄청난 도전이고 위협”이라며 “이 엄청난 사태를 국회를 열어 따지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이다. 회기 중이 아니더라도 소관 상임위를 열어 진상을 파악해야 할 텐데, 회기 중에도 못 열겠다고 하는 건 뭔가. 한나라당은 (국회를) 관련자들의 비리와 잘못을 은폐하는 데 이용할 것이냐”고 비판했다.

MBC 사장 출신의 최문순 의원도 “방송·종교계·예술계뿐 아니라 경제계까지 정권의 ‘좌파 척결’ 움직임이 보이는 상황이다. 신문·방송에 광고하는 기업주들의 모임인 광고주협회에 최근 회장 등의 교체 움직임이 있는데 이유가 작년 언론소비자주권연대(언소주) 조중동 광고주 불매운동에 대한 미온적 대처라고 한다. 삼성 출신의 도저히 좌파로 볼 수 없는 분들에게까지 좌파척결의 매카시즘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며 “더 이상 이런 일들이 진척되지 않게 문방위 앞장서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시중 방통위원장 책임 물어야”

이용경 창조한국당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민주당의 MBC 청문회 요구에 동의하는 동시에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책임론’도 제기했다.

이 의원은 “김우룡 전 이사장 같은 사람을 방문진에 천거하고 이사장이 되는 시나리오까지 준비한 최시중 방통위원장의 인선에 대한 판단 기준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일련의 사태와 관련해 방통위원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련의 요구에 대해 나경원 의원은 “야당이 지나치게 일방적인 회의 소집을 요구하고 있고, 현재 일어난 일련의 일들에 대해 여당 의원으로서도 부적절하다고 공감하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무조건 방송장악·언론탄압·종교장악이라는 틀을 규정하고 그에 맞춰 회의를 하자는 덴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나 의원은 “드러난 사건에 대해 진상을 알아보고 정말 (정권의) 방송장악의 의도가 있었다는 게 드러나면 여당도 (야당과 함께) 비판할 의사가 있지만, 처음부터 (장악이라고) 규정하는 건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문방위 회의 직후 민주당 의원들은 회의장에 남아 ‘큰집 쪼인트에 공영방송 흔들린다’, ‘군사정권 다시 왔나. 쪼인트가 웬 말이냐’ 등의 구호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문방위 정상 가동 및 MBC 청문회 개최 등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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