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성’ 심의에 발목 잡힌 MBC, 최다 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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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방송심의사례집’ 분석…KBS 5건, MBC 20건, SBS 14건

지상파 방송 3사 가운데 지난 2009년 한 해 동안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이진강, 이하 심의위)로부터 가장 많은 제재를 받은 곳은 어디일까. 지난 2008년 심의위의 제재 현황을 기억한다면 별로 어렵지 않게 답할 수 있다.

바로 MBC다. 심의위가 내달께 배포 예정인 2009 방송심의사례집에 따르면 지난 2008년에 이어 2009년에도 MBC는 ‘주의’ 이상의 법정 제재만 20건을 기록, 가장 많은 제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KBS와 SBS의 제재 건수는 각각 5건, 14건이었다. 행정지도에 해당하는 ‘권고’를 포함하면 MBC 40건, KBS 20건, SBS 32건이다.

■‘공정성’ 위반은 MBC만?= 이는 지난 2008년 ‘주의’ 이상 제재 건수 KBS 12건(권고 36건), MBC 13건(권고 29건), SBS 8건(25건)과 비교해도 늘어난 것으로,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방송심의에관한규정 제9조(공정성) 위반에 따른 제재 건수가 13건이나 된다는 점이다.

공정성 심의에 따른 제재(권고 이상)는 지난 2003년 4건, 2004년 2건, 2005년 0건, 2006년 4건, 2007년 4건인데 반해, 현 정권과 함께 방통심의위가 출범한 이후 2008년 7건, 2009년 13건으로 크게 늘었다.

공정성 심의에 따른 제재도 단연 MBC에 몰렸다.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부터 지난해 7월 여당의 강행처리를 거쳐 현재까지도 논란이 되고 있는 언론관계법 관련한 보도 등에 특히 집중돼 시청자에 대한 사과 1건, 경고 1건, 권고 4건 등이 의결됐다.

이중 심의위는 지난해 2월 18일(2008년 12월 24일 방송분, 권고)과 3월 4일(2008년 12월 25~27일, 경고), 9월 23일(2009년 7월 22~24일, 권고) MBC <뉴스데스크>와 3월 4일MBC <시사매거진2580>(2008년 12월  21일, 권고)  , 3월 4일 MBC <뉴스후>(2009년 1월 3일, 시청자에 대한 사과) 등의 언론법 관련 보도에 대해 제재를 했다.

심의위는 사례집 11쪽에서 언론법 관련 보도에 따른 공정성 심의와 제재 결정이 많았음을 언급하면서 “사회적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한 사안이었음에도 일방의 주장에 치우치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하거나 진행자가 공적인 방송을 사적 이해표현의 수단으로 사용했다”고 비판하면서 제재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또 심의위는 같은 해 5월 24일 <뉴스데스크>의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방송 당시 인터뷰를 하던 기자가 특정의 주장에 대해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놓고 일방에 치우쳤다는 이유로, 5월 15일과 6월 19일 MBC <100분토론> 방송분에 대해서도 시청자 의견 왜곡과 대통령 모독 등을 이유로 각각 권고, 의견제시, 주의 등의 제재를 했다.

YTN은 지난 2008년 10월 24일 방송한 <뉴스 오늘> ‘YTN 사태 100일…희망의 노래’ 보도와 관련해 YTN 사태에 대한 노조 일방의 주장만을 담았다는 이유로 심의위로부터 지난해 1월 21일 공정성 위반 관련 제재(경고)를 받았다.

KBS도 공정성 위반에 따른 제재를 받았다. 지난해 5월 29일 1TV <KBS 뉴스특보>가 노 전 대통령의 운구행렬 당시 KBS를 비난하는 시민들의 음성을 제거해 방송한 것과 관련해 심의위는 같은 해 7월 21일 공정성 위반이라며 권고 조치를 했다.

■2008년 이어 ‘공정성’ 조항으로 비판 보도 ‘입막기’= 문제는 심의위가 사례집에서 언급했듯 “사회적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한 사안”에 대한 공정성 심의와 제재가 늘어나는 것에 대해 언론계 안팎의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심의위로부터 공정성 위반을 이유로 제재를 받은 프로그램, 구체적으로 MBC 프로그램의 상당수가 언론법과 같이 언론계를 포함한 사회적 반대 의견을 무릅쓴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 보도를 주로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 심의위는 MBC <PD수첩> ‘광우병’편에 대해 사실왜곡·공정성·객관성 위반 등을 이유로 ‘시청자에 대한 사과’라는 중징계를 의결했다. 또 지난해 발간한 ‘2008년 방송심의사례집’에서 “공익적 문제제기였다 해도 인터뷰 오역, 선동적 방송 등은 관련 규정 위반에 따른 제재조치는 물론 사회적으로 커다란 논란의 단초를 제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비판했다.

심의위의 제재는 <PD수첩>의 보도를 비판하던 정부·여당과 참여정부 시절 스스로의 보도를 부정하며 낯빛을 바꾼 보수언론, 보수단체 등으로 하여금 <PD수첩> 폐지를 주장케 하는 근거가 됐다. 그러나 지난 1월 법원은 <PD수첩> 보도가 사실왜곡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정부 정책 비판 보도 등에 대한 심의위의 제재가 2년 이상 계속되자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이하 문방위) 최문순 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야당·무소속 의원들이 지난 2월 심의위 업무보고 당시 “(정권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MBC를 장악하기 위한 방편으로 심의위를 이용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을 정도다.

결국 지난 19일 최문순 의원을 비롯한 야4당 의원 21명은 정부가 시행하는 제도나 정책, 사업 등에 대해 방송 보도가 정부의 입장을 균형 있게 반영하지 않은 것을 공정성 위반으로 간주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한편, 미국 FCC(연방통신위원회)는 이미 1987년 △언론 위축효과 △표현의 자유 위축 등을 이유로 공정성 조항을 폐지한 바 있다. 

눈에 띄는 방송심의 사례

△심의위 ‘빵꾸똥꾸’ 되다= 심의위는 지난 2009년 11월 18일, 20일, 23일에 방송된 MBC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에 대해 같은 해 12월 22일 권고 조치를 했다. 극중 인물 해리가 어른들을 포함한 주위 사람들에게 ‘빵꾸똥꾸’ 등 반말을 사용하자 “다른 어린이 시청자들의 모방가능성을 불러올 수 있다”며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44조를 적용한 것이다 . 심의위의 이 같은 조치는 누리꾼들로부터 “빵꾸똥꾸 심의위”라는 비판을 불렀을 뿐 아니라, 해당 소식을 전하던 YTN <뉴스출발> 앵커의 웃음보마저 터트리게 해 화제가 됐다.

△김태호 PD는 문제없음= 지난해 9월 3일 SBS가 중계한 <한국방송대상> 시상식에서 TV연출자상 등을 수상한 MBC <무한도전> 김태호 PD는 당시 국회의 언론법 강행처리에 항의하며 의원직 사퇴 선언을 한 MBC 사장 출신 최문순 민주당 의원과 당시 엄기영 MBC 사장에게 “힘내시라”는 인사로 수상소감을 대신했다. 이를 놓고 방송개혁시민연대는 “전·현직 사장에 대한 격려성 충성발언으로 MBC가 노영방송임을 증명했다”며 심의위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심의위는 “문제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원시생활 묘사는 안돼?= 심의위는 지난해 1월 29일 EBS <세계테마기행>이 원주민의 문화를 보여준다는 취지로 다람쥐의 껍질을 벗기고 불에 그을리는 장면 등을 근접 촬영할 데 대해 같은 해 2월 24일 방송심의 규정 제26조(생명의 존중)를 위반했다며 ‘권고’ 조치했다. 올해 초 생생한 원시생활을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문명’의 시대에 대한 성찰을 이끌어내며 20% 이상의 시청률과 함께 각종 작품상을 수상하고 있는 MBC <아마존의 눈물>에도 심의위는 과연 같은 잣대를 적용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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