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열린음악회’ 삼성 창업주 기념? … ‘G-20’ 관련 프로 신설

KBS 프로그램이 각종 ‘협찬방송’으로 정부·재벌 홍보에 나서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월 원전수출 특집으로 ‘정권 홍보방송’ 논란을 일으켰던 〈열린음악회〉는 최근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음악회를 개최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KBS는 지난 27일 부산 신세계센텀시티에서 다음달 4일 방송될 〈열린음악회〉를 녹화했다. 이날 음악회의 초대권에는 부산광역시가 주최, 신세계의 후원이라고 적혀있으며 ‘호암 이병철 회장 100주년 기념’이라는 문구도 포함됐다. 음악회를 협찬한 신세계 이명희 회장은 고 이병철 회장의 딸이다. 협찬 비용은 총 2억 9천 700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열린음악회〉 홈페이지 시청자게시판은 들끓었다. 누리꾼들은 “공영방송이 삼성 사내방송으로 전락했다”며 비판을 쏟아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엄경철)도 지난 29일 성명을 내 “공영방송 KBS가 정권홍보도 모자라 재벌 홍보방송으로까지 전락했다”며 해당 방송의 편성 취소를 요구했다.

▲ 지난 27일 부산 신세계센텀시티에서 녹화한 <열린음악회>의 홍보물과 초대권. 후원에 신세계가 명시돼있고 '호암 이병철 회장 탄생 100주년 기념'이라는 문구도 적혀있다. ⓒKBS노동조합
KBS노동조합(위원장 강동구)은 30일 성명에서 “27일 녹화된 열린음악회는 공영방송이 부산시민을 우롱하고 삼성에게는 사기를 친 것이며 KBS내부에도 허위보고를 한 총체적인 사기극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며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KBS노조에 따르면 예능제작국은 지난 19일 부산시민과 함께 하는 <열린음악회>를 신세계 협찬으로 열겠다는 기획안을 냈고, 내부에선 민간기업 협찬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이 가운데 신세계는 20일 ‘부산문화관광축제조직위’와 협찬기부금 약정을 맺었고, KBS와 부산 조직위는 25일 제작협찬 약정서에 서명했다. 같은날 회의에서는 협찬처가 신세계에서 부산문화관광 축제 조직위로 변경됐으며 “협찬조건은 없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KBS노조는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 열린음악회 초대권은 호암 이병철 회장 탄생 100주년 기념으로 열린다고 발행됐고 후원은 신세계로 되어 있으며 홍보 책자에는 족벌재벌 일가를 미화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며 부산 시민과 함께하는 KBS 열린음악회가 삼성 찬양에 묻혀버렸다는 시청자들의 항의가 빗발치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KBS는 “이번 음악회의 기획의도는 이병철 회장과 무관하다”며 관련 내용을 부인하고 있다. 강선규 홍보팀장은 “다음달 4일 본방송에는 이병철 회장과 관련된 내용이 전혀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며 “음악회를 협찬한 신세계 쪽에서 초대권을 발행하면서 이 회장 탄생 기념 문구를 집어넣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KBS는 오는 5월 봄 개편을 맞아 ‘G-20 정상회담’ 관련 프로그램을 신설할 계획이다. 내부에서는 벌써부터 ‘정권 홍보방송’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PD저널이 입수한 ‘2010 봄 개편안’에 따르면 KBS는 1TV에 〈G-20 세계탐구〉(화~금 오후 10시 50분~11시)를 신설할 예정이다. 이 프로그램은 ‘G-20 정상회담’이 열리는 오는 11월까지 한시적으로 참가국들을 소개하기 위해 기획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KBS 내부에서는 이 프로그램이 ‘정부정책 홍보’에 동원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 PD는 “그동안 여러 특집, 협찬 프로그램이 공정성이 결여됐다는 지적을 받았는데, 이 프로그램 역시 G-20 행사 홍보에 동원될 것이라는 염려를 떨칠 수 없다”고 말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도 지난 25일 발행한 특보에서 “정부정책의 홍보를 위해 각종 특집이 과도하게 방송돼 물의를 빚었던 지난 사례들을 볼 때, 이 프로그램이 올 중반기 이후 G-20 홍보 총동원의 시발점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