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러시아판 밤의 대통령

|contsmark0|러시아 방송구조에 일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대표적 민영방송인 ntv의 소유권이 미디어 재벌 구신스키의 손에서 국영 가스회사로 넘어갔고, 사실상 공영방송 ort를 소유했던 ‘밤의 대통령’ 베레조프스키의 지배력도 거의 상실되고 있다.
|contsmark1|
|contsmark2|
|contsmark3|한국의 신문은 러시아의 상황이 무척이나 흥미롭다. “푸틴 정부에 비판적인 ntv에 국세청 조사팀이 들이닥친 것은 작년 하반기. 조사요원들은 방송국을 이잡듯이 뒤졌고 서류들을 압류했으며 소유주인 미디어모스트 그룹회장은 끝내 탈세와 횡령으로 체포됐다.
|contsmark4|
|contsmark5|
|contsmark6|탈세와 횡령은 그저 핑계였다. 러시아 정부의 언론탄압이 점입가경이다.”(조선일보 4.20 ‘만물상’) 러시아 정부의 언론탄압 사건이다. 더구나 방식까지 우리와 비슷하다. 하지만 사건의 본질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contsmark7|
|contsmark8|
|contsmark9|ntv와 ort의 지배자 구신스키와 베레조프스키는 러시아 올리가르흐(정·경·언 복합과두세력)의 정점에 있는 인물들이다.
|contsmark10|
|contsmark11|
|contsmark12|구신스키는 언론그룹 미디어모스트 그룹의 회장으로 ntv를 비롯해 유력일간지 시보드냐, 주간지 이토기 등을 소유하며 여론형성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모스트 증권, 모스트 은행 등 40여개의 기업을 거느리고 있다.
|contsmark13|
|contsmark14|
|contsmark15|베레조프스키는 러시아 올리가르흐의 맏형 격으로 마피아의 대부이자 tv-6와 ort, ‘네자비시마야 가제타’(일간지), ‘노브예 이즈베스티야’(일간지). ‘아가뇩’(주간지) 등을 소유하며 정치, 경제 전반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새로운 ‘짜르’라고까지 불리는 인물이다.
|contsmark16|
|contsmark17|
|contsmark18|이들은 지난 10년간 정치권력과의 결탁을 매개로 막강한 부를 축적하고 언론을 장악하면서 대통령까지 입맛대로 조정하고 선택해온 밤의 대통령들이다.
|contsmark19|
|contsmark20|
|contsmark21|정보기관 출신의 신출내기 정치인 푸틴이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것도 베레조프스키의 천거가 결정적이었다.
|contsmark22|
|contsmark23|
|contsmark24|자신을 제2의 옐친으로 여기고 대통령이 되도록 지원해줬던 올리가르흐를 배신하고 푸틴은 현재 개혁정책을 추진중이다.
|contsmark25|
|contsmark26|
|contsmark27|중앙정부를 무력화시킬 정도의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던 지방수령들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고있고, 족벌재벌을 무력화시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당연히 반발이 있을 수 밖에 없다. 그 반발의 선봉은 언론이다.
|contsmark28|
|contsmark29|
|contsmark30|사실 이런 경우에 대비해 족벌재벌은 그동안 언론사의 소유권을 차례차례 차지해 왔다.
|contsmark31|
|contsmark32|
|contsmark33|푸틴은 이러한 언론사에 대해 세무조사와 사주의 불법행위 수사라는 칼을 빼들었다. 고르바초프의 개혁정책 실패 이후 러시아에서 부의 축적이란 마피아의 무력을 배경으로 한 각종 이권개입과 정부재산의 헐값 분양이었기 때문에 조금만 들추면 불법, 탈법 사실이 무수히 쏟아져 나온다.
|contsmark34|
|contsmark35|
|contsmark36|구신스키와 베레조프스키는 결국 푸틴의 위세에 눌려 현재 이스라엘과 프랑스로 도피해 역전극을 노리고 있다. 어차피 푸틴의 임기는 이제 3년도 안남았다.
|contsmark37|
|contsmark38|
|contsmark39|푸틴은 ntv의 소유권을 국영가스회사에 넘기고 ort의 소유권도 내놓으라고 압박하고 있다. 올리가르흐들이 차지했던 언론기업의 지배권을 다시 정부가 가져가는 순간이다.
|contsmark40|
|contsmark41|
|contsmark42|그동안 정치권력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독립성을 지니면서 비판적일수 있었던 저널리스트들은 언론탄압이라며 반발하고 있고 일부 시민들이 여기에 동조하고 있다.
|contsmark43|
|contsmark44|
|contsmark45|이것이 사건의 본질이다. 자유로운 언론의 소유형태는 어떠해야하는지 고민하게 만드는 사건이기는 해도 지고지순의 자유언론에 대한 부당한 권력의 탄압과는 거리가 먼 스토리이다.
|contsmark46|하지만 대개의 우리 신문을 보면 사건 전체의 총체적 진실은 간 데 없고 독자는 ‘러시아에 언론탄압이 벌어지고 있구나, 그것도 우리와 비슷한 식으로’라는 인상만 받게된다. 우리 방송은 3문장 내지 4문장의 단신성 기사로 이 문제를 취급하고 있다. 여간 관심있게 사건 추이를 지켜본 사람이 아니면 무슨 내용인지 알 수도 없다.
|contsmark47|이번 주 초 방송된 4분여에 걸친 cnn의 리포트 하나만 보면 앞에서 이야기한 사건의 전말이 거의 파악된다. 미국의 cbs방송은 ‘60 minutes’를 통해 프랑스의 별장에 머무르고 있는 베레조프스키의 근황과 그의 부도덕한 부의 축적과정을 적나라하게 파헤쳤다.
|contsmark48|한국의 프로듀서들은 이 문제에 대해서 노 코멘트였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는 한 한국의 방송은 밤의 대통령이 지배하는 신문들에게 웃음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contsmark49||contsmark50|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