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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칼럼

TV와 여성
황자혜
<서울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
l승인1997.06.2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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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오랜만에 kbs 주말드라마의 시청률을 앞서, mbc에 효녀노릇 톡톡히 하고 있는 주말연속극 「신데렐라」는 과연 가부장제 속에서 제시된 전통적 여성관이나 신데렐라 콤플렉스를 부각시켰던 기존의 드라마에 비해 여성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데 있어 진일보한 것일까.방영 초기부터 많은 여성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요소들, 이를테면 드라마 「애인」으로 30대 여성들의 감성을 대변했다는 황신혜와 「첫사랑」의 순애보 이승연, 기대기만 해도 여자의 일생을 해결해 줄 것만 같은 김승우 등 출연진의 우세와 함께, 대립적인 자매를 통해 신데렐라는 없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기획의도, 게다가 24부작으로 기획되어 빠른 속도감과 심리묘사로 타방송사의 주말극을 앞질러가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회를 더해갈수록 드라마 「신데렐라」는 또다른 콤플렉스를 양산하는 주범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여성이 자신의 재능을 발휘해 나가면서 사회적인 욕망을 실현해나가는 과정이 부정적인 결과를 낳음과 동시에, 사회적 욕망을 추구하는 여성에 대하여 시청자는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된다. 물론 진실을 뒤로한 채 욕망에만 매달리는 것은 남성이든 여성이든 진정한 모습이 될 수 없다. 그러나 언니보다 착한 동생이 아주 우연하게 모델이 되고 영화배우가 되고, 마침내 언니의 남자로 하여금 선택되어질 때, 그 우연성에 기대어 꿈꾸게 되는 신데렐라 환상은 여느 것과 다를 바 없다. 역시 여성은 조신하게 있다가 남성의 선택에 의해 자신의 꿈을 이루는 것이다. 모든 것을 갖춘 남자, 부와 명예와 교양을 겸비한 남성이라는 권력자는 여성의 사회적 욕망을 광기로 치부한다. 아침드라마를 들여다보면 여성은 가요의 제목처럼 ‘사랑밖에 난 몰라’의 주인공들이며, 사회적 금기에 갇혀 있고, 자신의 정체성을 자각하지 못한 채 오로지 남성을 통한 감정적 성취감으로 살아가는 여성들이다. 그리고 드라마 속에서 여성의 ‘일과 사랑’이 다뤄질 때 일과 사회와 현실은 항상 곁다리로 위치해 있고 사랑과 감정이 일선에 놓여 있게 마련이다. 현재 방영중인 「여자는 어디에 머무는가」 「못잊어」가 그렇다. 여성은 소모적이고 조잡한 감정싸움으로 하루를 소비하는 것으로 그려져 있다. 여성으로 산다는 것의 고충과 고역이 가정, 학교, 사회에 넘쳐남에도 불구하고 일과 일상 속에서 꾸준히 자신을 개발하는 여성들이 드라마 속에는 없다. 교육의 문제를 다루면서 서로 다른 세 가정의 모습을 담아내었던 아침드라마 「파리공원의 아침」(kbs2)은 시청률 저조로 조기종영되었지만, 「유혹」과 「때로는 타인처럼」은 방송위원회와 여론으로부터 문제지적을 받아도 꿋꿋하게 방영되었다. 일일드라마 「세번째 남자」의 채연이 가지고 있는 삶의 방식도 진부하기 짝이 없다. 순종적이고 인내심이 강한 여성의 운명과 생의 질곡을 보여주는 과정에서 여자는 있되 여성은 없다. 남편으로부터 두들겨 맞아도 제 서방이 최고라며 결혼 못한 여자에 대해 으름장을 놓았던 「꿈의 궁전」은 가정폭력을 정당화시키면서, 어찌 되었든 남자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여성을 그리고 있다.형식적으로 전문직종의 여성을 등장시켰지만 오히려 선정성만을 극대화시켰던 드라마 「모델」도 가정이 있는 여자의 일이나 여성의 전문영역 찾기에 대한 왜곡으로 오히려 여성의 정체성을 상품화시키고 갉아먹고 있다. 텔레비전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왜곡된 여성의 모습은 여성시청자에게 그대로 전이되고 여성문화의 질을 떨어뜨리면서 여성의 정체성을 오염시킬 수 있다. 드라마의 사회적 영향력을 부정할 수 없는 만큼 여성이 드라마의 주요 소비자라면 그러한 여성들에게 건강하고 비전있는 여성상을 제시하고 이끌어주는 것도 드라마의 몫이다. 사교육비를 충당하느라 수퍼마켓에서 부업을 하는 엄마를 통해 교육의 모순도 이끌어내고, 이웃을 생각하고 사회활동을 해나가는 깨인 여성들을 통해 여성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서 제시하고, 아무리 사회가 변했다 하더라도 변하지 않은 여성에 대한 가치관과 인식으로 피해를 입는 여성들과 그에 맞서는 당당한 모습들이 그려져야 한다. 그렇지 않고 엄청난 제작비를 들여 시청률을 위해 갖은 치장을 하면서, 만화 같은 멜로 드라마만을 양산할 때, 삶과 일상이 부재한 사랑타령만 늘어놓을 때, 드라마 속의 여성은 항상 온순하거나 뒤틀리거나 왜곡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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