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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KBS 〈열린음악회〉가 여론의 포화를 맞고 있다. 불과 얼마 전 원전 수출기념 방송으로 국정홍보 논란이 아물기도 전에 삼성홍보 방송으로 비판 여론이 다시 들끓고 있다. 지난 27일 부산시에서 주최한 〈열린음악회〉 공연이 사실상 신세계백화점의 협찬으로 고 이병철 삼성 회장 100주년 기념행사로 변질되었다는 게 비판의 핵심이다.

장소와 협찬금을 제공한 신세계는 버젓이 공연 티켓에다가 호암 이병철 회장 기념행사임을 명시했고, 홍보 책자에 삼성가를 미화하는 내용을 담아 행사장에 배포했다. 신세계백화점의 사주가 자신의 아버지를 기리며 행사를 하려는 것은 인지상정이겠지만, 공영방송 KBS가 자신의 프로그램을 재벌 홍보의 장으로 들어가게 한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KBS는 이번 사태에 대해 머리 숙이고 사죄하고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KBS노조 성명에 따르면 애초 예능제작국은 신세계 협찬으로 부산시민과 함께하는 〈열린음악회〉 기획안을 냈고 이것이 편제회의를 통과했지만, 내부 논의로 협찬처가 부산문화관광축제조직위로 변경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협찬사만 바뀌었지 사실상 재벌홍보의 장이 되었다는 여론의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협찬규정 위배 말고도, 녹화 과정에서 호암 이병철 회장 탄생 100주년을 찬양하는 멘트까지 나왔다는 사실과 편제회의를 무력화한 행사 진행은 반드시 진상이 규명되어야 한다. 이번 부산 〈열린음악회〉 사태는 협찬 규정을 떠나 KBS가 자본권력과 얼마나 유착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KBS수신료 2,500원은 재벌 회장과 일반 시민이 똑같이 납부한다. 당연히 공영방송에 갖는 시청자의 권리도 똑같다. 공영방송이 힘 있고 돈 많은 세력들에게 기대게 되면 존립근거가 상실된다. KBS는 구태의연한 변명보다 지금 당장 부산 〈열린음악회〉 방송 편성을  취소해야 한다. 그리고 관련자 문책을 통해 최소한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만약 어물쩍하게 넘어가려 하면 국민적 저항을 피하기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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