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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프랑스=표광민 통신원

지난 3월 27일은 프랑스 대통령 반대의 날이었다. 파리에서는 경찰 추산 1000여명의 시민들이 모여 시가행진과 공연 등을 통해 사르코지 대통령에 대한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마르세이유, 그르노블 등의 지방 도시에서도 각각 수백 명이 시위를 벌였다. 이번 시위를 주도한 네티즌들은 오는 5월 8일에 다시 시위를 열 것이라고 밝혔다.

‘노 사르코지 데이’란 이름의 이번 시위는 일종의 플래시몹으로 지난달 페이스북에 개설된 ‘노 사르코지 데이’ 페이지를 통해 준비가 진행되었다. 이번 행사는,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탈리아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지난해 12월 유럽 및 세계 주요 도시에서 벌어졌던 ‘노 베를루스코니 데이’를 모델로 한 것이다.

▲ 사르코지 대통령.

집회의 자유가 보장된 프랑스에서 1000여명의 시위자가, 사실 많은 것은 아니다. 이 숫자는 노 사르코지 데이 페이지 등록자 약 39만 명에 비해 아주 작기까지 하다. 노 베를루스코니 데이의 시위 참가자가 로마에서만 10만 명에 달했던 것을 생각해 보면, 정말 작은 규모의 시위였던 셈이다. 반대시위가 맥없이 끝난 것은, 사르코지 대통령의 현재 상황을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상대가 강력한 권력을 쥐고 있어야 반대시위도 거세어 질 텐데, 지방선거 이후 사르코지 대통령의 입지가 급격히 초라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21일 끝난 프랑스 지방의회 선거에서 사회당 및 좌파연대정당들이 26개 선거지역 중 23개 지역의 다수파가 되는 장관을 연출했다. 형식적으로는 지방의회 선거일뿐이지만, 민심이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밖에 없는 집권여당의 참패와 사회당의 압승이란 결과는 정치적인 의미가 크다.

이는 당장 프랑스 언론들이 설레발 듯 2012년 대통령 선거 예상 여론조사 결과를 내놓은 데에서도 드러났다. 여러 여론조사에 따르면, 현재 사회당 대표인 여성정치인 마르띤느 오브리는 근소한 차이이긴 하지만,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사르코지 현 대통령과 대결했을 때 승리할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여론조사기관 이폽(Ifop)의 결과에 따르면 지난 3월 25~26일 실시한 전화조사 결과, 1차 투표에서 오브리가 27%, 사르코지 26%를 얻을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지난 3월 24일과 25일 실시된 CSA의 여론조사에서도 오브리는 결선투표에서 사르코지를 누를 것으로 결과가 나왔었는데, 하루 후의 여론조사에서는 좌파 정당의 표가 분산되는 1차 투표에서도 승리가 점쳐진 것이다. 그 동안 별다른 주목을 끌지 못했던 오브리는 이번 지방의회 선거를 승리로 이끌며 주가를 올리고 있다.

사르코지를 초라하게 만드는 것은 사회당의 선전만이 아니다. 시라크 대통령 시절 총리였던 도미니끄 드 빌팽이 새로운 당을 만들고 정치 활동을 재개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는 지난 25일 기자회견을 통해 “고용, 혁신, 재정적자 감소” 등의 세 가지 목표를 내세우며, 오는 6월에 창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브르따뉴 지방지 텔레그람의 편집자 위베르 꾸뒤리에는 빌팽 전총리의 행보를 “엘리제 궁에 대한 선전포고”라 평하기도 했다.

▲ 프랑스=표광민 통신원/ 프랑스 고등교육원(EPHE) 제 5분과 정치철학 박사과정

물론 잘못은 국민들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르코지에게 있다. 그는 지방의회에서 참패한 직후인 지난 3월24일에도 “국정방향을 바꾸는 것보다 나쁜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또 “국정방향을 너무 자주 바꾼 것이 프랑스의 문제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사회당은 대변인 논평을 통해 “나라가 위기에 처해 있는데, 대통령은 여당의 위기만을 생각할 뿐이다”고 비판했다. 사회당과 연대했던 녹색당은 “사르코지는 반환경주의, 공안주의, 반사회주의라는 나쁜 방향을 유지하려고 한다”며 “대통령이 국민들의 뜻을 전혀 듣지 못하고 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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