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무상급식·4대강’ 외면, 의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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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무상급식·4대강’ 외면, 의도적?
민언련 지방선거모니터단 발족…“의제는 없고 후보자 보도만”
  • 김고은 기자
  • 승인 2010.04.01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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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시민연합이 1일 오전 ‘지방선거 주요 의제, 언론은 어떻게 보도했나’에 관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PD저널
민언련은 이날 토론회에 이어 ‘6·2지방선거보도민언련모니터단’ 발족식을 가졌다. ⓒPD저널
6·2지방선거가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를 앞두고 무상급식, 4대강 사업과 같은 주요 정책의제들이 부각되며 각 정당이 정책대결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언론은 ‘후보자’ 중심의 보도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정책 보도’에 소홀하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민주언론시민연합(공동대표 정연우·박석운·정연구, 이하 민언련)은 ‘지방선거 주요 의제, 언론은 어떻게 보도했나’에 관한 연속토론회 첫 번째 시간으로 지방선거의 핵심의제로 부상한 무상급식과 4대강 사업 관련 보도의 문제를 살펴봤다.

지상파 ‘무관심’ 조중동 ‘본질 호도, 흠집내기’

이지혜 민언련 모니터부장은 “방송 3사는 지난해 경기도의회가 무상급식 예산을 삭감해 사회 문제로 부각되고, 이 문제가 다가올 지방선거의 주요 정책의제로 제기되고 있는데도 관련 내용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 민주언론시민연합이 1일 오전 ‘지방선거 주요 의제, 언론은 어떻게 보도했나’에 관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PD저널
특히 KBS는 ‘무관심’에 가까울 정도다. 지난해 6월 23일부터 지난달 28일까지 9개월 동안 KBS는 한나라당의 급식비 지원 확대 소식을 제외하고는 무상급식 이슈에 대해 관련 보도를 단 한 건도 하지 않았다. 그나마 MBC와 SBS는 무상급식이 지방선거 의제로 부상했다며 각각 관련 내용을 한 건씩 보도했지만 무상급식에 대한 찬반양론을 나열하는데 그쳤다.

4대강 사업과 관련해서도 방송 3사, 특히 KBS와 SBS는 메인뉴스에서 그 부작용과 문제점을 거의 보도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지혜 부장은 “이 같은 보도태도는 다가올 지방선거가 될 수 있도록 공론장의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 언론의 역할을 저버린 것”이라며 “방송3사가 무상급식과 4대강 사업에 대해 무관심을 보이는 이유가 정부여당에 불리한 지방선거 의제에 대한 의도적인 ‘의제 죽이기’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불러일으킨다”고 꼬집었다.

신문의 경우는 한겨레와 경향신문, 그리고 조선·중앙·동아일보의 보도경향이 뚜렷하게 나뉘었다. 한겨레와 경향은 무상급식을 선거의제로 적극적으로 다뤘으며, 4대강 사업과 관련해서도 기획기사 등을 통해 문제점과 부작용들을 지속적으로 부각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조선·중앙·동아일보는 4대강 사업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외면’, ‘침묵’으로 일관하고, 종교계 등의 문제제기와 사업 중단 요구 등에 대해서는 정부의 ‘홍보 부족 탓’으로 몰았다. 또 무상급식에 대해서도 ‘포퓰리즘’이라고 공격하며 본질 호도, 사실 왜곡 등으로 무상급식 흠집 내기에 열을 올렸다.

“요즘 KBS, ‘5대5’ 기계적 중립도 힘들다”

이날 언론을 향한 호된 질책이 쏟아진 가운데 KBS, MBC, SBS 등 3사 노조를 대표해 토론회에 참석한 민실위 간사들은 “할 말이 없다”며 고개를 떨궜다.

성재호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공방위 간사는 “옳고 그르냐를 따지기 이전에 많은 사람 무상급식 문제가 지방선거 의제로 이슈화 됐음에도 외면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하며 “정권이 바뀌고 사장이 바뀌면서 지난 2년 동안 드러난 KBS 보도의 문제가 바로 이런 부분이다. 용산참사 등 큰 이슈나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문제나 정치권력에 불편할 수 있는 문제를 아예 보도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과거 박권상 사장 시절 늘 주창한 게 기계적 중립인데, 요즘 KBS 내에선 그 ‘5대5 보도’조차 말하기 힘들다”며 “기자에게 맡기면 일단 5대5라도 지키려고 싸우지만, 결국 편집권은 간부들에게 있다. 어떻게 해보려고 해도 결국 편집에서 빠진다. 그러다보면 평기자들도 발제를 해봤자 안 되니 아예 기획조차 하지 않는 경향이 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표적으로 4대강에 관한 기획시리즈 보도를 예로 들었다. “지난해 뒤늦게라도 보도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여섯 꼭지를 준비해 시리즈로 내보냈다. 그런데 결국 한 꼭지가 불방됐다. 4대강 예산을 어떻게 마련하냐는 거였는데, 눈치 보며 쓴 원고인데도 아무 이유 없이 담당 팀장이 무시해버렸다. 가장 예민한 이슈에 대한 간부들의 인식을 보여주는 사례다.”

‘그나마’ 낫던 MBC‘마저’…“구성원들 위축 탓”

양효경 언론노조 MBC본부 민실위 간사도 “내부적으로 기계적 중립을 강조하다보니 사안의 중심에 들어가지 못하고 주로 공방만을 보도해 결과적으로 본질은 건드리지 못한 채 곁가지만 변죽을 올리는 보도를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3사 중 ‘그나마’ 낫다는 평가를 받아온 MBC 보도마저 ‘KBS를 닮아간다’는 지적에 대해 양 간사는 “외부 압력이라기보다는 MBC가 좌파방송으로 정권의 공격을 받다보니, 구성원들 자체가 위축된 것 아닌가 한다”며 “요즘 보도가 널을 뛴다는 지적은 내부적으로 혼란스러운 고민들이 개별 기사에 반영되기 때문 아닌가”라고 말했다.

안정식 SBS본부 공정방송위원장은 정책보도의 실종의 근거로 “방송뉴스가 여전히 감성뉴스 지향에서 못 벗어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김길태 사건이나 천안함 사태 등 이슈가 되면 몰아가기식으로 보도를 하는데, 그야말로 뉴스가치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사진 등 별 잡다한 건이 뉴스가 된다. 반면 무상급식이라 하면 찬성과 반대에 대해 논리적으로 설명이 되어야 하는데, 방송뉴스는 길어지면 채널이 돌아가기 쉽다. 결국 감성뉴스의 틀을 못 벗어나는 게 3사 뉴스가 극심한 시청률 경쟁을 벌이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책 보도를 지향해야 한다”면서도 “시민사회가 요구하듯 주요 정책 이슈가 뉴스 전면에 배치되기엔 방송사의 수준이 일천한 듯 하다”며 “시리즈든 어떤 형식이 됐든 정책 보도가 꾸준히 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겠다”고 말했다.

“지상파 지방선거에 무관심, 후보자 중심 보도만”

▲ 민언련은 이날 토론회에 이어 ‘6·2지방선거보도민언련모니터단’ 발족식을 가졌다. ⓒPD저널
언론이 무상급식과 4대강 사업 등의 주요의제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민교협 의장)는 보다 간결하게 설명했다. 그는 “바로 지방선거에 대해 무관심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정책선거보도에 대해 누구나 동의하지만 이제껏 누구도 해온 적은 없다. 실제 후보자 중심의 보도로 가다보니 중요한 무상급식 등이 선거 의제로 보도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획기사 등을 통해 정책보도를 해야 하고 그 핵심에 4대강 사업과 무상급식이 들어가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가 정책 의제화를 풀어가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사의 공공성을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민언련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날 오후 2시 ‘6·2지방선거보도민언련모니터단’을 발족했다. 이들 모니터단은 신문(5개 일간지)과 방송(지상파3사), 인터넷(포털사이트 3곳)을 대상으로 약 두 달 동안 선거보도를 모니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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